
한의학과 홍삼시장
개원가 일기
우리 한의계가 흔들리고 있다. 계속되는 한약재 가격의 인상1)과 건강기능식품2) 시장의 확대로 우리 한의사는 경영난에 불안하면서 우울해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의학의 위기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의 시점이다.
2000년쯤 웰빙(well-being)이니 슬로우 푸드(slow-food)니 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한약(보약)에 대한 이미지보다 상대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최근 ‘비홍삼 건강식품 및 생활 분야’ 전문기업을 표방한 KGC라이프앤진3)이 출범하여 전문기능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처방약 부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이 2006년 7008억원, 2007년 7235억원, 2008년 8031억원 등 연평균 10% 안팎의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9년에는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은 2008년 대비 20%나 증가한 9598억원에 이른다4)고 하였다.
건강기능식품의 성장에 상대적으로 한약의 시장은 위축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한약(보약)이 건강기능식품보다 안전성이나 편리성 등에 밀려나 건강기능식품이 대체재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삼 경쟁 치열, 한의시장의 기이(奇異) 현상 초래
물론 건강기능식품하면 당연히 홍삼제품을 선두에 둘 수 있다. 홍삼은 홈쇼핑을 대표하는 명절 선물로 기록되는 등 홍삼의 인기는 계속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5) 홍삼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인삼공사를 비롯해 NH·동원F&B·롯데제과·웅진식품·천지양 등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여기에 중소 홍삼제조업체들까지 가세해 홍삼시장을 장악하려는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모두가 한의학 시장에 달려들고 있는 기이(奇異)한 현상이다.
한의학의 학문적 정체성은 인체의 생명력을 유지시키면서 자연 치유력인 면역력(免疫力)을 강화하여 질병을 치료한다. 이는 인체 내 생명력의 조화와 균형을 지켜나가도록 자연적인 섭생을 강조한 음양(陰陽)의학으로 환경 친화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의학이다. 한의학의 기본원리인 부정거사(扶正祛邪)6)론을 바탕으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한약은 면역력을 키우는데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무분별한 남용과 맹신은 오히려 인체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건강을 해칠까 염려가 된다. 한약은 개인의 체질과 성품, 병정(病情)이나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방한 약으로 그러한 효능을 인정하지만 오히려 그 수요가 고스란히 건강기능식품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홍삼의 효능과 관련한 부작용 논리와 근거 자료 수집
이와 같이 한의계에 위기감이 고조된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비대에 따른 한약 수요 급감을 손꼽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적으로 폐업 한의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7) 보이고 있어 향후 급속히 확대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어떻게 대응할지 한의계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가 잊혀질만하면 불거지는 수입산 한약재 중금속 오염 파문 등의 유해성 논란으로 건강기능식품에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는 계기를 제공한 것도 우리 한의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보여 진다. 한약의 안전성을 위해 정부와 함께 우리 한의계도 체계적인 관리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물론 정부와 한의계의 책임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8)
또한 홍삼식품의 무분별한 과대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거나 현혹시키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어린이용 홍삼 제품도 인기를 끄는 등 홍삼 시장의 약진으로 인해 한약 시장에 미칠 파장을 감안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홍삼의 효능과 관련한 부작용9)에 대한 논리와 근거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없는 홍삼의 처방을 신중하게 고려하도록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한의계의 위기는 우리 한의학계가 뿌린 씨앗인지도 모른다. 물론 언론과 양의학계의 의도적인 한의학 흠집 내기도 한 몫을 했지만 우리는 이런 실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침묵만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약의 안전성과 편리성 등으로 건강기능식품(홍삼)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에도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화와 한약 제형 변화(의료보험약 포함)에도 현실에 안주(安住)하거나 방관하여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모든 한의사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잃어버리면 우리 한의사가 설 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한의학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가 된다.
한의학의 위기가 계속 끝 모를 나락(奈落)으로 떨어져 회복이 안 될까 두려운 심정이 나의 기우로만 끝나기를 바란다. 우리 모든 한의사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삶을 실행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분명 한의학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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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한약재 소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한약재의 가격 상승. 인건비와 물류비가 상승, 중국 남부지역의 가뭄과 종자 가격 상승, 이농현상과 고령화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소비량이 증가 추세.
2) 건강기능식품: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를 사용해 만든 식품.
3) 홍삼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인삼공사와 차별해 건강전문 프랜차이즈, 한방화장품, 전문기능식품, 방문판매 등을 표방하여 자본금을 15억원에서 220억원 규모로 확대.
4)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
5) 한국인삼공사에 따르면 국내 홍삼시장은 2004년 4천여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원대로 성장. 건강기능식품 품목 중 홍삼제품 판매액은 4995억원으로 전체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의 52%를 차지, 5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 이중 한국인삼공사의 총 판매액은 3662억원으로 총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의 38.2%를 점유.
6) 부정거사(扶正祛邪): 정기(正氣)를 도우며 사기(邪氣)를 제거하는 방법.
7)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05년 668곳, 2006년 776곳, 2007년 843곳, 2008년 823곳.
8) 정부의 한약재 이력추적제 도입과 우수한약재유통지원시설(BTL)사업이 전국 5개 지역에 설치-규격한약재 제조·유통 사업으로 한약재에 대한 신뢰 회복을 기대함.
9) 폐(肺)에 화열(火熱)있는 자, 표(表)에 사기(邪氣)가 있는 자, 음허화성(陰虛火盛),…맥이 홍대(洪大)한 자, 흉민담다자(胸悶痰多者), 오한신열무한자(惡寒身熱無汗者)는 일체 복용을 기(忌)한다.-신씨본초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