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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김영우 원장

김영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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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과 한의원

개원가 일기



올해도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없이 일상에만 쫓겨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내심 마음이 서늘해진다. 두서없는 조바심에 무언가 새로운 일이라도 벌려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철부지 같은 불안감도 드는 걸 보니, 폐장(閉藏)의 계절을 맞이하는 한의사로서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듯하다.



날씨가 추워지는 연말이라 해도 개원가의 일상은 별반 바뀔 바 없다. 환자들을 위한 따뜻한 차 한두가지 정도 준비할 뿐, 평소와 같이 성실하게 환자들을 진료하고자 노력하면서 연말연시를 맞이할 뿐이다.



물론 다른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원장이라는 실정도 변함은 없다. 환자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의료인의 사명도 숭고하듯이, 매달 돌아오는 각종 공과금과 결제를 감당해야 하는 것 또한 원장으로서 숭고한 임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하하 !



사정이 이러하니 병원 운영에 있어 수익이란 측면을 외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의료인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원환자가 늘어나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술을 베풀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은, 병원 운영자인 원장으로서도 똑같이 중요한 가치인 셈이다.



그러나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환자에게 직접 부담시켜야 하는 현재의 한방의료수가에서, 적지않은 환자들이 한방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혜택이 늘어나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한의학의 혜택을 좀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나아가 검진과 시술에 대해서도 ‘의료기사지도감독권’과 ‘전문의약품제도’등이 확보되고, 한의학이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으면 하는 기대도 해보는 부분이다.



그러나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한의학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한 언론보도나 의료정책에 관한 소식을 접하다보면 개원가로서 참으로 가슴 답답함을 느끼면서, 이러다 한의학의 위상과 입지가 점차 좁아지지는 않을런지 하는 우려감을 숨길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한의학이 국민들에게 보다 폭넓게 다가갈 수 있을까? 단순히 수가부담을 낮추면 국민들이 한의학의 위상을 더 높게 평가하여 줄까? 우리들의 한의원으로 보다 더 많이 내원해 줄까?



최근 모 대기업 유통업체에서 기존가격에 비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통닭을 판매한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일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이 공급된다면야 좋은 일이겠지만, 이게 그리 간단한 상황은 아니었던 듯하다. 해당매장 주변은 고사하고 전국적으로 모든 치킨집들이 일제히 벌집 쑤신 듯 온통 야단법석이었다. 서민경제를 침해하는 대기업의 횡포이며 호객을 위한 단순한 미끼상품이라는 주장과 오히려 그동안의 치킨가격이 부당하게 높았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결국은 판매 중단을 알리는 사과문형식의 발표로 상황은 마무리되어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단 불붙은 치킨논쟁은 한동안 잠잠해지지는 못할 것이며, 기존 치킨집들의 판매가격 또한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다는 기사를 보니, 치킨가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이전부터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듯하다.



처음부터야 이렇지는 않았을 터이다. 시장골목의 조그만 통닭집들이 번듯한 시설을 갖춘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바뀌고, 고급화 추세라는 전략을 따라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다 보니 점차적으로 국민들은 가격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품질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는 말도 있는 것을 보아, 업체는 가격 상승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듯도 싶다.



그런 상황에 이번 통닭사건이 일어나면서 여론은 일제히 기존 치킨집들의 영업을 폭리라 성토하게 된 셈이다. 딱히 거대유통업체를 편드는 것이 아님에도 민심은 상당부분 물건너 간 셈이니, 이번 사건의 발단도 아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도 싶다. 이는 단순히 가격에 대한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유통단가를 발표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였고, 이해보다는 불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런 국민들의 불신감은 단시간에 형성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또한 단시간에 해소되지도 못할 것이다. 이미 오랜 시간을 통해 모두가 동조하는 불만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국민들이 태만한 모습의 여러 직종들과 업태에는 불신감을 키워왔었고, 때때로 곤궁에 처한 그들에게 결국은 외면이나 반대의 모습을 보여 준 다른 경우에서도 수없이 확인할 수 있다.



시장골목 통닭집들이 프랜차이즈이름의 치킨집으로 바뀌면서 기존 통닭집들은 하나둘씩 사라졌었고, 비록 중단됐지만 대기업의 치킨시장 진입이라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들의 한의원을 생각해본다.



과거 수많은 한약방과 침술원들이 사라져 갔고 정규과정을 거친 검증된 우리 한의사들이 현재의 한의학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 이제는 거대자본의 의료계 진입이 가까워 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국민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한의학계의 이러한 상황을 지켜볼 것인가 궁금해진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이 오랜 시간 국민의 정서를 외면하여 결국은 이번 ‘통큰치킨’사건을 경험하였듯이, 우리의 한의계도 혹 국민의 정서를 외면하여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이는 단순히 의료수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매년 주기적으로 나오는 한약 안전성에 관한 다분히 의도적인 논란들이나, 때때로 들려오는 극히 소수의 일부 한의계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사건사고들을 접하면서, 환자를 대하는 임상의로서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의료인으로서의 명예와 개원가로서의 경제적 안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신뢰는 어디에서 올까? 본분에 충실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을 통해서 일 것이다.



‘치킨집 사장님만이 서민이 아니라, 통닭 한마리 사먹는 고객들이 서민이다’라는 어느 인터넷 답글을 보면서, 우리 한의학이 앞으로도 국민들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숨쉬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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