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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03일 (화)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5>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5>

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 <한의학당 회장>





1. 외부란 무엇인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꽃’이라는 시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떤 것의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을 규정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사라지고, 규정된 이름만 세계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떤 것은 규정되어진 이름으로 불러지게 되고, 세월이 지나면 이름만 홀로 남아 불려지고 규정된 동기는 사라져 버립니다. 불러진 이름으로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은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내부를 갖게 됩니다. 이런 내부 이외의 모든 것을 외부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세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포는 세포막을 중심으로 세포막 안쪽의 공간을 세포생명이라 부르고, 세포막 밖의 공간을 세포와 무관한 외부라고 부를 때 세포의 내부와 외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세포의 경우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듯이 내부는 결코 외부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포의 내부는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면서 내부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어떤 내부도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모든 내부는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서 존재합니다.’



2. 한의학은 어떤 외부를 가지고 있는가

한의학의 역사는 새로운 질병이라는 외부의 끊임없는 자극에 의해서, 또는 학문적인 면에서 내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생성의 역사였습니다. 한의학을 했던 과거의 의료인들은 새로운 질병들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변화를 추구했던 것입니다. 근대에 들어서며 서양의학은 급격하게 양적이며 질적인 팽창을 하게 됩니다. 한의학 외부의 변화속도는 너무나도 빨랐고, 이를 따라가지 못한 한의학은 학문적으로 정체된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정체의 원인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생각해 보려합니다.

현재 한국 한의학은 학문적으로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서 변혁을 추구하기보다는 내부성의 강화에 몰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와 소통하면서 내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 소수의 목소리는 거대한 장막에 가려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학문적 주류인 한의학계는 내경과 동의보감, 그리고 최근에는 사상의학을 중심으로 내부적 틀을 짜는데 힘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들은 한국의 한의학을 학문적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없는 기형적인 모습을 띠게 만든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부가 자기 정체성의 강화를 위한 틀 짜기라면 외부는 시장경제 체제와 자본의 힘에 의해 형성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거 전문적인 의료기술을 가지고 의료업을 했던 계층은 중인층이 대부분이었고, 소수의 유의들에 의해서 의학의 이론적인 전개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헌을 남겼던 의료인은 유의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고, 민중들 속에서 의학을 수행했던 층은 중인층이었을 것입니다. 유의들과는 달리 중인들은 그들의 의술을 도제에 의해 전수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일제 식민치하에서 전통문화의 말살정책에 휩쓸려 설 땅을 잃었고, 해방이후 한의학이라는 이름으로 간신이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60년대 이후 시장경제 체제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한의학 역시 양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의학은 자본을 채취하기에 적당한 직업으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직업적인 안정성을 확보한 한의학은 의료제도에서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양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과거의 의료체계를 복원하고자 노력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류의학으로 자리를 굳힌 서양의학과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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