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파악
처방조합 개별 약물 시너지 효과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8000억에서 1조2000억이며 통상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통계학적으로 신약 개발에 자본을 더 쏟아 부으면 부을수록 개발되는 신약의 수는 줄어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체 개발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웃소싱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늘고 있다. 현대의 신약 개발은 도대체 약물 개발에 어느 정도를 투자해야 할지 회사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고혈압 치료제의 하나인 베타차단제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블랙 경은 신약 개발에서 가장 효과를 거두는 방법은 기존에 있는 약으로부터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신약 개발에서도 ‘온고지신’이 통하는 것일까?
한의학은 수천년간 내려 오면서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 주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한의학에 축적된 치료경험들을 잘 활용하면 신약 개발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많은 약물들이 한의학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다. 청호로부터 키니네보다 강력한 말라리아 치료제인 artemisinin이 개발되었다든지, 울금이나 강황 중의 curcumin이 항암 또는 신경보호 효과로 개발되는 것들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처방이나 약재들을 가지고 단순히 효능을 검색하는 현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의학적 패러다임을 이용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한의학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패러다임 변환이 한의학 발전 초기에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약 3500여년 전 중국 상나라의 재상 이윤이 처음으로 복합처방을 만든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방 약재만 쓰이다가 처음으로 약재의 조합이 시도되었다.
이후 치료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들은 천연물을 조합하여 처방을 만들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한의학에서는 새로운 한약재들을 찾기보다는 약재의 조합을 통하여 새로운 치료제를 찾는데 열중하였다. 기원전 약 300년의 오십이병방에는 247개 약재와 150개의 처방이 있지만, 현재 약재로 쓰이는 것들은 약 1800여종이며 처방은 6만 정도로서, 이로만 계산해도 약재 수가 7배 증가하는 동안 처방 수는 약 400배 이상 증가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직 새로운 화합물들의 스크리닝을 통하여만 신약을 개발하는 현대의 신약 개발 방향도 이에서 벗어나 한의학적 패러다임을 이용한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현대 신약 개발은 자물쇠 이론에 근거하여 하나의 화합물을 써서 하나의 타킷을 공략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질환에 있어 다양한 요인이 병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선택적인 하나의 타킷 화합물은 다원성질환에서는 실패한다. 그리고 인체는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타킷을 저해한다고 해서 질환이 효과적으로 치료되는 확률을 적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한방신약을 개발하는 방향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혁신적 방법을 계승해야 한다. 이미 신약 개발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도 똑같은 패러다임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면 실패할 것은 자명하다.
한의학에서 복합 처방으로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장점을 몇 가지 강조하면서 끝맺으려 한다. 조합을 하면 개별 약물들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 그리고 복합적인 질환 시스템을 조절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또 적은 용량에서도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이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끝으로 항생제나 항암제 등에서 나타나는 약물 저항성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