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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0일 (일)

“한국침, 세계로 가는 경락 뚫는다”

“한국침, 세계로 가는 경락 뚫는다”

R&D 현장/ KIOM



“침구 프로젝트는 뜸의 치료 효과와 안정성을 규명하고 작용기전을 확립해 침구치료를 표준화하고 과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40여개의 한국침구치료기술을 수집한 한창현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몸에 영구 흉터가 몇 군데 생겼다. 침술로 유명한 한의원을 직접 탐방, 대부분의 침·뜸 요법을 직접 받아봤기 때문이다. 침술 수집을 위해 북한까지 두 번 다녀와 주변에서 “국정원에서 나왔냐”는 우스갯소리도 자주 듣는다.



한의학연의 젊은 연구원들은 한의사들이 실험에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따로 연구회를 조직했다. 평균나이 33.3세의 실무 연구진들은 침구경락연구에서 사용되는 인체의 혈자리 22개에 대한 실험동물 쥐 경혈위치를 논의해 정리했다. 기초기전 연구팀의 발표 초록은 규모면에서 전 세계 상위 5위 안에 드는 유명한 학술 모임인 신경과학회 프레스 북(Press Book)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의학연이 2005년부터 진행 중인 ‘침구경락 연구거점 기반구축 연구사업(이하 침구 프로젝트)’을 진행하는 연구현장의 모습이다. 침구 프로젝트는 뜸의 치료 효과와 안정성을 규명하고 작용기전을 확립해 침구치료를 표준화하고 과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침구 프로젝트는 침과 뜸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규명하고 작용기전을 확립해 침구치료를 표준화하고 과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 침법 발굴작업 진행



이를 위해 한쪽에서는 한국침구치료기술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우리나라 고유의 침법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다른 팀들은 한국 침구 치료기술의 EBM을 확립하기 위해 임상 효능평가를 수행하고, 경락과 경혈의 과학적 원리 및 치료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또 효과가 검증된 침구기술들의 임상표준화를 위해 연구인력 양성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교육과 국제 교류 활동도 동시에 진행된다.



세부과제들이 결국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므로 전체연구팀의 회의는 물론, 세부팀별로 회의와 교육도 수시로 마련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연구원들은 “침구학이 차세대 핵심의료기술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일념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4년차에 접어드는 침구 프로젝트는 그동안 침구경락 기초,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과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세부과제인 한국침구치료기술 DB구축 사업에서는 국내 기술들을 40여개 발굴, 연구를 위한 증례도 많이 쌓았으며, 침구경락기초기전 연구 사업을 위해 기초과학자들과의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침구임상표준화 연구 사업을 위해 교육을 시행, 임상시험 전문가를 양성한 것도 큰 성과다.



침구 기술 근거 중심 표준화가 목적



“두통이나 요통 등 임상에 효과가 있는 침법을 정리해놓으면 표준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근거가 없으면 힘을 얻지 못한다. 특정 침구기술에 대한 증례보고(효능에 대한 기록), 임상실험 설계를 통한 과학적 데이터, 기전상의 효과 증명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침구 프로젝트 책임자 최선미 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부장은 연구 목적을 “침구치료기술의 근거기반 표준화”라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에게 침의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없을 것 같은 만성질환을 한방으로 고쳤다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고, 침을 맞고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거나, 코막힘이 씻은 듯 나았다는 마법 같은 침술 치료 사례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주변사람들에게 만성적인 어깨통증을 호소하면 물리치료보다 침 잘 놓기로 유명한 한의원을 추천받는다. 수많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침의 효과를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침이 어떤 원리로 통증을 없애고 병을 낫게 하는가’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인체의 장부(臟腑)를 지나는 기(氣)와 혈(血)의 에너지 순환계인 ‘경락’과 경락의 여기저기에 에너지가 괴기 쉬운 ‘경혈’을 자극해 기능을 조정하고 치료하는 침의 작용기전이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경락과 경혈의 과학적 원리 및 치료기전을 규명해 침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 이를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기초과학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따로 연구회도 조직했다.



‘침구경락 기초기전 연구자 모임’은 평균나이 33.3세의 실무 연구진들로 의대 기초학교실에서 연구자 트레이닝을 받거나, 통증으로 유명한 외국 대학 교수 밑에서 연구원 시절을 보낸 사람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젊은 한의사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먼저 동물실험에서 경혈에 대한 개념이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 1년간 모임을 거쳐 논의를 모아 침구경락연구에서 사용되는 인체의 혈자리 22개에 대한 실험동물 쥐 경혈위치를 정리해 논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연구팀은 관절염에 대한 침 효과와 기전연구, 침과 유전학적 관계를 발견하기 위한 기전연구, 전침 또는 봉독침의 내인성 항염증 효과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기전, 경락과 피부 표면의 생체광자 특성 연구 등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또 동물연구를 통해 혈압조절에 침자극 효과, 전침 자극 변화에 따른 기전연구 등도 수행했다.



한편, 한국 침구치료 기술조사연구에서는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침구치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현재 40여개 이상의 새로운 침구치료 기술들에 대한 시술 모습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DVD 자료로 구축했다. 또 발굴된 침구치료기술의 효과에 대해 한의원 단위의 임상증례부터 RCT까지 단계적 임상연구를 통해 효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국 각 지역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한의사 16명을 ‘한국 침구치료기술 조사단’으로 위촉해 보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침구기술 수집에 나섰다.



국제표준화 연구도 함께 진행



침구 프로젝트에서는 국제표준화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WHO 국제 경혈 위치 표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일회용 침 국제 규격 제정포럼도 개최했다. 한·중 침 임상연구자 교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WHO 국제 경혈 위치 표준화는 한국·중국·일본 등 3개 국가가 합의한 것으로 침구경혈부위가 나라마다 서로 달라서 나타나는 침구치료와 연구·교육의 문제점을 해결코자 진행됐다. 서로 이름·위치가 달랐던 92개의 경혈에 대해 표준안을 제정함으로써 향후 함께 공동연구를 하거나 연구결과를 교류하는 것이 보다 원활해졌다.



최선미 박사는 무엇보다 동아시아의 삼국이 협업을 이루어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최 박사는 “최근 유럽이나 미국에서 동양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데 연구방법론이나 시스템적으로 우리보다 유리하다”며 “동아시아의 목소리를 내려면 삼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일본과 표준화를 추진하며 그들의 특징을 배운 것은 덤. 최 박사는 “일본은 회의가 끝나면 당일 자료가 바로 다음날 일본어로 번역돼 본국으로 전달되는 등 일처리가 매우 신속하다”며 “또 다른 분야에서 표준화를 활발히 진행해 시스템이나 과정이 안정되어 있는 일본의 강점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침구 프로젝트에서 얻은 한국 침구치료기술의 장점과 차별성 있는 한의학의 장점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제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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