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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0일 (일)

“명현한 약을 써야 큰 병이 치료된다”

“명현한 약을 써야 큰 병이 치료된다”

김길회 대표 / 난치완한방공동체



각 환자·질환마다의 규격화·정량화된 처방 ‘필요’



진료·치료의 검증에 몰두할 수 있는 시스템 모색



한의학의 중요 치료 수단인 한약을 사용함에 있어 한약을 어떻게 배합하고 용량을 정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법제를 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 방제학이다. 방제학은 양약으로 말하면 제약에 해당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처방은 체질에 따라 한의학의 진단이론인 음양·표리·한열·허실이나 병증과 진단하는 방법에 따라 각각 처방 방법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보는 관점에 따라 무수히 많은 처방이 만들어지게 된다. 심지어 계절·사주·운기에 따라 다르게 처방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처방이 다양하여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처방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또 처방 약물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가 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정곡을 찌르는 약물이 없으므로 해서 처방이 많아진 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처방은 기본방과 가미 약물로 나눌 수 있다. 기본방은 표리, 한열, 허실 등의 진단에 따라 구성되어 있고 체질기본방 또한 그런 원리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으며 가미 약물은 질환이나 병증에 따라 어떤 부위에 약을 이끌고 간다든지 어떤 증상 치료를 목적으로 기본방에 더해지는 약물이다. 예를 들면 기허에 기본방은 사군자탕이 되겠고 기허두통이면 사군자탕에 인경약인 강활, 형개, 방풍 등의 약물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하게 된다.



이렇듯 각 질환마다 체질이나 표리, 한열, 허실로 나뉘고, 또 가미약에 따라 무수히 많은 처방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처방을 하게 되면 각 환자마다, 각 질환마다 처방이 각각 다르게 나오므로 어떤 처방이나 어떤 약에 대한 효과가 애매해질 수가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임상 통계가 거의 불가능하고 처방 약물의 효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며 새로운 약물 개발도 어려워짐으로 인해 각자 나름대로의 검증되지 않은 비방이란 이름의 약물을 쓰게 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런 문제점이 오히려 한방의 발전과 대중화를 가로막는 것으로 보인다. 각 환자마다, 각 질환마다 대처방법이 다르다면 이 얼마나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일인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그러나 과거에 각각의 기본방에 가미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본방은 원방 그대로 기본방대로 처방하고, 특효방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가미를 하는 의미가 같게 하면 복잡한 처방을 단순화하고 투약방법을 시스템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특효방으로는 모든 통증에는 진통제, 모든 염증에는 소염제, 성기능 장애에는 성기능 개선제, 고혈압에는 속효성 혈압 강하제 등 이렇게 모든 증상 치료약을 구비하여 같이 사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효방은 빠른 효과 발현과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질환에 따라 급한병은 급즉 치표의 원리에 따라 특효방을 사용하고, 질환의 중기에는 기본방과 특효방을 동시에 사용하며, 급한병이 안정되면 완즉 치본의 원리에 따라 근본 치료를 하는 기본방으로 치료를 마무리하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기본방과 가미방을 확충하면 기존의 한방 처방을 능가하는 약물조합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임상 통계와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다시 신약 개발로 이어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발전하다보면 한방약의 파괴력이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믿으며 양약 못지 않는 약물이 탄생하게 되고, 이는 한방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한약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결코 무난하고 안전한 약이 아니다. 그리고 효과가 느린 약도 아니다. 얼마든지 독성이 강하고 빠른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 많다. 다만 그런 약물을 피해가며 안전한 초제를 위주로 사용해 온 관습 때문에 그렇게 보일뿐이다.



약이 명현하지 않으면 큰 병은 치료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가벼운 병은 무난하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 것이나 중병은 명현한 약을 처방을 써야만 치료되는 것은 당연하다.



군인이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한의사는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다. 군인이 위험한 무기를 무서워한다면 어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으랴. 한의사가 독한 약을 무서워한다면 어찌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랴.



현대 과학기술의 힘 중 하나는 모든 현상을 시스템화하여 하나의 법칙으로 만들어내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누구나 그 방식을 따르면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정형화한다면 한의사 개개인의 능력이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진료와 치료의 검증에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양방의 경우는 반드시 의사가 아니어도 관련된 학문의 지원을 받으며 신약물의 개발이나 제약, 신의료기술의 개발이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 진다.



한방의 경우는 약재의 선별, 제약에 해당하는 조제와 탕전, 신약 개발에 해당하는 처방 등 여러 분야의 업무를 한의사가 모두 담당함으로써 전문성이 떨어지고 기술 개발이 저해되는 후진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약물과 치료방법에 현대 과학기술의 날개를 달고 현실에 맞게 변화된다면 미래의학으로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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