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 시행안, 사회적 공감 형성 우선
본인부담 조정 및 보장성 강화방안 공청회
모든 환자에 형평성 있는 서비스 보장
“한방분야 정률본인부담 비율 경감”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7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 및 지출 효율화 방안의 핵심 내용인 의원·약국의 본인부담정률제 도입을 놓고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대해 지난달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당에서 개최된 ‘지출구조 합리화를 위한 본인부담 조정 및 보장성 강화방안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박인석 팀장은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의 과도한 의료이용율을 낮춰 저소득층의 중증질환치료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왜 현 본인부담정액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현재 국내 본인부담 제도는 의원·약국의 경우 본인부담은 총진료비의 30%, 병원 40%, 종합병원과 전문종합병원은 50% 등 정률 본인부담이 원칙(외래)이지만 의원과 약국에 대해서는 진료비가 1만5천원(약국 1만원) 이하인 경우 진료비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3,000원(약국 1,500원) 정액으로 본인부담하는 정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원 외래 진료시 총진료비가 16,000원인 경우 환자는 총진료비의 30%인 4,800원을 지불하고 총진료비가 15,000원 이하일 경우에는 무조건 3,000원을 지불하면 된다.
단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정액부담금을 더욱 경감해 의원 1,500원, 약국 1,200원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박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2005년 내원일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의원이용 외래환자 중 진료비 15,000원 이하가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국환자 중 진료비 10,000원 이하는 62.1%를 차지, 외래환자 대부분이 정액본인부담에 해당한다.
더욱이 본인부담이 할인되는 구간(의원 1만~1만5천원, 약국 5천원~1만원)에 속한 환자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다보니 1986년 당시 평균적인 진료비용의 47%에 해당하는 아주 큰 정액본인부담을 적용함으로써 외래 이용을 억제하고자 도입됐던 정액본인부담금이 20년간 수가는 계속 올랐으나 정액본인부담금은 미미하게 상향조정되면서 결국 경증환자가 오히려 본인부담이 할인되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것.
특히 2001년을 기점으로(-3,322억원) 정액본인부담제도가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주기 시작, 2005년에는 3,974억원의 재정적 부담을 안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과도한 외래 이용도 문제다.
OECD 국가 중 일인당 의사방문횟수(연간, 치과제외)는 일본 다음으로 많은 10.6회(2002, OECD 평균 7.0회)임에도 불구하고 외래방문일수는 계속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2005년 건강보험 총급여비 중 외래가 42.6%(7.7조)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표적 상병인 감기에 지급된 급여비는 1조1,059거원으로 암에 사용된 급여비 1조3,102억원과 비슷한 지출규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정액제로 인한 보험재정 낭비는 앞으로 더욱더 커져 중증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 확대를 가로막을 것으로 판단, 의원·약국의 정액본인부담을 폐지하고 진료비 구간에 관계없이 총진료비의 30%를 본인부담으로 하는 본인부담정률제를 도입함으로써 이를 통해 절감되는 재원 약 2,800억원을 중증환자 및 아동에 대한 건강투자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대한의사협회 최종욱 보험위원은 “경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사전진단과 예방적 치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중증질환으로의 이행을 차단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확대될 경우 자칫 환자의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중증질환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어 결과적으로 막대한 의료비 증가와 국민건강수준 약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정액정률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도 “실제 우리나라는 지금 수준에서도 보험료 부과기준 하위 30% 국민들이 돈 때문에 병의원과 약국 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실정으로 이번 복지부의 본인부담 확대는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만을 더 억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경북의대 예방학교실 감신 교수는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재정 확보 방안이 강구돼야 하고 그러면 결국 누군가 보험재정을 부담해야 하는데 다만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신광식 보험이사는 “약국의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률제로 전환하면서 약국 서비스 질을 상승시키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고려해 정액 금액의 인상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복지부 박 팀장은 “형평성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접근한 만큼 정액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행정적 편의 제공 문제는 앞으로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아동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것은 외래 남용 방지 차원에서 힘들 것으로 보이며 어느정도 부담하도록 할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정부의 본인부담 구조개혁이 본인부담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만 중증환자의 부적절한 부담을 완화해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점에서는 찬성한다”며 “아동을 위한 건강투자의 재원은 추가적으로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전체적인 본인부담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호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외래 본인부담정액제도를 폐지하고 오히려 경증 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을 평균 외래진료비의 40%수준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단기치료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로는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만 야기할 것이므로 포괄수가제 도입 등 종합적인 건강보험 효율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관련 대한한의사협회 정채빈 보험이사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단지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법에 있어 모든 외래환자를 정률로 전환시 그간 의원급에서 경증환자 위주의 치료, 조기치료로 인한 예방 등 그 역할이 축소될 우려가 있으며 의료전달체계에 있어 환자의 대형병원 집중화를 더욱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단계적인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며 진료비 구조 및 환자 계층간 차등화된 세부적인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이사는 “한방의 경우 의과와 비교시 지속적으로 일당진료비가 더 높고 투약비용을 포함한 진료비 구조가 상이함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본인부담율로 인해 환자 컴플레인 야기, 의료접근성 저하, 진료 위축, 투약 기피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모든 환자에게 형평성 있는 의료서비스 보장을 위해서라도 노인환자에 대해 한방의 본인부담 기준금액을 현행 치과와 같이 달리 적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공평하게 정률로 적용하되 정률본인부담 비율을 절반으로(15%) 경감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