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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출신 독립운동가, 권리보다 의무 앞세워 감동 받았죠”[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달 31일 KBS 1TV <다큐세상>의 ‘독립운동의 숨은 영웅, 한의사’ 편에 출연해 한의사의 독립운동을 추적한 사회공헌기업 포윅스의 정상규 대표를 만나 보았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의사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독립투사가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배우고 깨달은 지식인으로서 권리보다 사회적 임무를 보다 중요시했다는 겁니다. 이런 한의사의 공적은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줬고,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31일, KBS 1TV <다큐세상>의 ‘독립운동의 숨은 영웅, 한의사’ 편에서 담담하고도 결연한 어조로 방송을 진행한 정상규 포윅스 대표는 일제강점기 시절 주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한의사의 활약이 후손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생업을 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조국 독립이라는 대의까지 실현하는 과정이 후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위인의 눈부신 업적은 기릴 만하지만, 말 그대로 대단한 분들의 행적이어서 공감하기 어려워하죠. ‘먹고 사는 문제’와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제가 진행을 맡았던 방송은 달랐습니다. 평소에 알려진 인물을 언급하며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식이 아닌,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독립운동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한의사 분들의 삶이 그려졌습니다. 이 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않았을까 합니다.” 정 대표가 새롭게 알게 된 한의사의 행적은 이색적이다. 1907년 군대가 해산된 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한의사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한의업을 이어가면서 다른 한 편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약재를 채취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다니며 지리를 꿰뚫고, 약재와 함께 독립군의 서신을 전달하는 등 자신의 신분을 독립운동에 십분 활용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한의사들의 활약은 충분히 영화 같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자료 찾는 일은 정 대표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한국에는 자료가 없어 일본과 중국 현지 등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본 국회도서관과 외무성 외교사료관, 공문서 사료관, 방위성 등에서 수천 페이지가 넘는 고문서를 뒤졌다. 국가유공자 예우 낮아… ‘독립운동가’ 앱 개발 “꼬박 4일 동안 제가 원하는 성과는 거의 찾지 못해서 진이 다 빠졌죠. 그러다 중국에 가서야 일본에서 찾은 단서를 연결해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이계형 국민대 교수를 만나 같은 인물의 다른 이름을 알게 된 후 다시 원점에서 조사를 시작했어요. 지난 3년은 이런 시간의 반복이었고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정 대표가 걸어온 길이 곧 방송 출연의 계기였다. “독립전쟁으로 나라를 세운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미국은 참전 영웅에 대한 예우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국가죠. 백일 우월주의 집단이 탄생한 지역에서 직간접적인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왜 한국인인 나는 이런 차별과 대우를 겪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땅의 크기로만 평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의 제 또래와 다른 고민을 하며 성장했습니다.” 미국 오리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부모의 병환 소식을 듣고 2013년 귀국해 공군 장교로 자원입대했다. 미국 영주권 취득 기회를 포기한 결정이었다. 군 복무를 하다 만난 의열단의 후손은 그가 자랐던 미국사회의 국가유공자 후손과 사뭇 달랐다. 자부심을 느껴야 할 후손이 자신의 내력에 대해 부끄럽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후손을 포함한 대부분이 좌익계열 독립운동가라는 낙인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 났는데도, 국가는 그들을 외면했고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어요. 국가가 후손을 이렇게 대하면, 국가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누가 과거의 그들처럼 나설 수 있을까. 제게 독립운동가는 고결한 선조들이자 위대한 선배 군인입니다. 후손을 진심으로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사교육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했던 인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요즘 모바일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쓰니까요.” 정 대표가 개발한 ‘독립운동가’ 앱은 독립운동가의 정보와 서거일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앱을 개발한 후 언론사 칼럼 연재, 독립운동 서적 간행 등으로 국가유공자를 꾸준히 알려온 그는 우연히 독립운동가로 활약하던 한의사의 공적을 접한 후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됐다. “역사에 기록된 위인보다 그렇지 않은 위인이 더 많습니다. 공적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여성이거나 아이여서 주목받지 못한 분들도 있겠죠. 한의사 출신 독립운동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물조차 한의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방송이 오늘을 살아가는 한의사에게 큰 자부심과 깊은 울림을 안겨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한의약과 미디어 전문가의 협업…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다”[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강남구한의사회와 협업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 중인 금성찬 지엠씨웍스 대표이사에게 콘텐츠 제작 계기와 SNS 미디어 콘텐츠의 제작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유튜브 생태계가 진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방법 공유 등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에 ‘좋아요’와 ‘구독’을 누른다. 유튜브를 통해 올바른 한의학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한의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강남구한의사회(회장 박성우·이하 강남분회) 한의사들이 출연해 한의학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강한의사들’도 그 중 하나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골드피디’ 채널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강남명인한의원의 이슬기 원장, 김정국한의원의 김정국 원장 등 강남분회 소속 한의사들이 출연해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강한의사들’이 주목 받는 이유는 분회 차원에서 제작한 첫 유튜브 콘텐츠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영상 제작 전문가가 대중이 궁금해 하는 한의학 관련 질문을 한의사에게 던지면, 한의사는 이 질문에 대해 알기 쉽게 답변한다. 이 질문에는 오해도 있고 단순한 궁금증도 있다. 의료 소비자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한의사들이 답하니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도 무리가 없다. 한의학 전문가 집단과 미디어 전문가가 협업한 결과다. ‘강한의사들’을 기획한 유튜버 ‘골드피디’는 지상파와 케이블TV의 다큐멘터리부터 교양, 예능까지 폭넓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연출해 온 방송PD 출신인 금성찬 지엠씨웍스 대표이사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던 중 지상파에서 한의학 건강정보프로그램 연출 경험이 있었던 저희 제작팀장이 한의사 분들과 유튜브에 맞는 콘텐츠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마침 골드피디채널에서도 건강 관련 콘텐츠를 계속 고민 중이어서 바로 첫 미팅 날짜를 잡은 게 작년 10월쯤이었다. 이후 박성우 강남구한의사회 회장을 포함해 다양한 한의사 분들과 수시로 만나며 콘텐츠 방향을 잡아 갔다. 이 과정에서 제가 알고 있었던 한의학 정보들 중에 잘못 알려진 것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대표적인 게 침이나 부항도 의료보험이 된다는 것, 한의원도 질환 별 전문과가 있다는 것들이었다.” 여기에 양의학에 대한 이해와, 환자를 위해 한·양방 협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한의사의 태도가 제작자들의 신뢰를 샀다고 한다. 해외에서 한국의 한의학 의술이나 치료 기구들이 유명한 게 많다는 사실도 제작진을 매혹했다. 금 대표는 ‘YWCA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대상’(2004, EBS 도전! 죽마고우),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2005, EBS 도전! 죽마고우), ‘한국장애인인권상’(2005) 등을 수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강원대 신방과 겸임교수로서 강단에도 서고 있다. 17일 현재 ‘강한의사들’의 누적 조회수는 3600회를 웃돌았다. 업계 선후배나 동료의 의견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덕담이나 농담 삼아 건네는 말들이 ‘대박 날 것 같다’는 거였다. 각종 언론사 등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내주고 있다. 그리고 저희 채널의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댓글 참여도가 월등히 높은 것 같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두 번째로 공개된 콘텐츠에는 일부 악의적인 댓글도 보였지만, 응원을 하거나 좋은 정보를 얻었다는 등 긍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한의학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두 분 너무 말씀 잘 하신다(유튜버 ‘p I’)”, “여자 선생님 말씀 너무 잘 하신다. 감기를 공기에 비유한 것도 이해가 잘 되고 합리적이다(유튜버 ‘잡았나 fishing TV’)”. 일각에서는 의학계 등 전문적인 분야의 검증을 전문의라는 개인이 나서 일반화하는 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강한의사들’은 강남구한의사회 단체가 주관했다는 점, 수년 간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한 영상 전문가가 협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보다 기대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정보의 질과 신뢰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SNS 미디어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만한 콘텐츠라는 얘기다.”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는 SNS 미디어에서 의사 등 전문가집단이 제작한 콘텐츠의 활용이 기대되는 이유다. 금 대표의 목표도 자극적이고 휘발성 많은 콘텐츠가 조회수를 올리는 SNS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로 ‘느리지만 오랫동안’ 승부하는 것이다. “저희 골드피디 채널의 기본 모토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나오는 ‘SNS미디어업계의 거북이’이다. 꾸준히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양질의 콘텐츠로 경주하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이다. 참고로 저희 유튜브 콘텐츠 중 ‘랠리, 8일 간의 여정’이 있는데 업로드 후 2개월 차까지는 1000회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12월을 전후로 각종 커뮤니티와 파워 블로거 및 유튜버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불과 보름여 만에 누적조회 수 1만 회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 한 IPTV채널과도 방영권 계약이 이뤄져 조만간 일반 방송채널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조회 수와 시청시간이 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강한의사들’ 역시 꾸준히 구독수가 증가되는 스테디셀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한의 난임 사업, 모자보건 조례 제정으로 제도화 기틀 다질 것”“사실 한 명도 성공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최악의 한의 난임 사업 대상자 선정 조건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희박한 대상자들로부터 얻은 결과라 더욱 값진 것 같습니다. 비록 적은 임신 성공 인원이지만 한의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태수 양산시한의사회장은 지난 19일 한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주요 성과로 ‘43%’의 임신 성공률을 보인 한의 난임 치료 사업을 꼽으며 이렇게 밝혔다. 총 10명의 지원자(경남도 배정 4명, 양산시 배정 6명) 중 이혼 등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중도 포기자 3명을 제외한 치료 지속자 7명 중 3명이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성공률 43%라고 하기에는 난임 환자 사업 대상 수가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양적으로는 분명 적은 수치라 인터뷰하기가 망설여졌지만 악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값진 성과라 소개하게 됐다”고 답했다. 예컨대 체외 수정 시술(시험관 아기) 등 양방시술을 10회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42세 난임 여성이 임신에 성공한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치료 참여 한의사의 평균 치료 기간 3개월(114일) 끝에 3명 성공이라는 결과가 기쁘고 한의학의 우수성이 입증돼 자랑스럽다”는 박 회장은 “지난 양산시 정기총회에서 임신을 성공시킨 회원에게 시상했고 이런 성공 사례를 정리해 임상특강 형태로 회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며 한의 난임 사업에 참여한 회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의 난임 사업에 대한 양의사회의 방해 공작이 전방위로 펼쳐졌지만 이를 뿌리치고 경남지부 임원진의 도청과의 수많은 협의와 노력으로 올해는 사업대상자 선정조건이 ‘난임 검사상 기질적 이상소견이 없는 난임 여성’으로 확대돼 난임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게 됐다. 또 모자보건법 제11조에 근거, 출산율 제고를 목표로 작년부터는 경남도가, 올해부터는 양산시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돼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양산시 차원의 한의 난임 치료 조례 제정 혹은 모자보건 조례 제정을 목표로 제도화의 기틀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박태수 회장으로부터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양산시한의사회가 난임 사업에 참여한 계기는? 전국 시도지부별로 난임 사업이 이미 많이 진행돼 좋은 결과물들이 보고되고 있고 경남지부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4년 전부터 한의 난임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경남도 내 지자체 중에서는 양산시가 시 차원에서는 최초로 별도의 단독 난임 사업을 제안해 와 경남도 사업과 병행 실시했다. 한의 난임 치료의 우수성을 입증해 국민들에게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회원들의 치료영역을 확장시키며 건강보험 급여화에 일조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난임 TF팀을 구성해 보건소와 긴밀히 논의하며 사업을 진행했다. ◇치료에 직접 참여를 했나? 직접 치료에 참여했다. 재작년부터 총 2회다. 재작년에는 임신 성공이 됐으나 임신 3개월에 유산이 돼 최종 출산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작년에 맡은 환자는 2회 치료 뒤 중도 포기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요즘 다른 지자체의 사업 참여 조건이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 정도인 곳이 다수인데 반해 4년 전 첫 사업 때부터 경남도와 양산시는 ‘양방 난임 시술 5회 이상 실시한 자’, ‘양방 시술 횟수가 남은 자 중에 44세 이하 가임여성 중에서도 고령자’를 우선 순위로 선정하는 조건이다 보니 대다수 회원들이 이런 조건으로는 사업 참여를 거부하자는 의견이 많아 회장으로서 이 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하는데 상당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치료 과정에서 느낀 고충이 있다면? 난임 치료 지원자들의 경우 양방 시술 스케줄을 미리 잡아놓고 한의 난임 시술을 중복으로 잡아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있었다. 한의 치료를 받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치료 기간을 채우지 않고, 미리 계획한 양방 시술을 받으러 가는 탓에 한의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더러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의 치료로 상당히 개선을 시켜놓았음에도 성과가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양산시보건소와 간담회를 하면서 대상자가 신청시에 중도 포기자를 최대한 거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내용은 난임 치료기간을 종결하고 12월말에 참여 한의사가 진료비를 청구하고 정산해 주는 시스템인데,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애초에 최대한 취지를 알려 치료비를 먼저 납입하도록 하고, 치료 종결자에 한해 치료비를 정산해 주고 중도포기하면 혜택이 없다는 것을 주지시키도록 요청했다. 양방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보건소 측의 설명도 있었다. 또 다른 환자의 치료 기회가 박탈당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면 환자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되리라고 본다. ◇중도 포기하는 환자들, 이유가 뭘까? 대부분 개인 사정이다. 이혼, 치료받기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사유, 치료 의지 부족 등이 있는데 작년에 맡은 환자의 경우는 체중이 102kg이었다. 임신보다 비만이라는 질병 치료가 선행돼야 하는 환자였던 셈이다. 게다가 양방 시술 10회 이상 시술, 40세라는 나이, 음주과다, 육류 과다섭취 등 신체 조건이 만만치 않았다. 환자도 자신이 신청을 철회한 후 고심 끝에 재신청해 다시 왔다. 치료가 난해하지만 상담과정에서 환자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으려 했다. 끝까지 잘 따라 오면 임신을 성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비만 치료와 섭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드시 개선해야 할 식생활 습관 등을 강력히 주문하고 지도했다. 안타깝게도 자신이 없었는지 두 번 오고 자진 포기하더라. 비만과 난임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체의 기능들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을 방치한 채 임신이 될 리가 없다. 담당 의사의 지시를 따라 실천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 ◇개선돼야 할 부분은? 지난해까지 한약은 15일분 6제 투약으로 3개월분이 처방됐다. 그러나 배란이 되고 확인되는 과정을 확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기간이 짧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간을 좀 더 넉넉하게 잡고 한약 처방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대 10제(5개월분) 정도의 처방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치료 대상자로 선정해 한의 난임치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양산시보건소와의 간담회에서 올해부터 난임 남성 환자도 신청을 받아 치료하기로 협의가 된 상태다. ◇올해 목표는? 한의사회가 사업비의 반을 부담해야 하고 열악한 사업자 선정조건 때문에 거부 요청이 많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난임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양방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난임 치료를 성공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전국 시도지부의 노력으로 한의 난임 치료 통계들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난임 치료가 급여화되는 제도적 발판을 만드는데 작은 힘이 되고 싶다. 급여화로 인해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혜택이 궁극적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의 노력으로 한의 난임 조례, 모자보건 관련 조례가 전국 각 시도 의회별로 속속 제정되고 있다. 경남지부도 노력하고 양산시 분회도 일조해 올해에는 한의 난임 조례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자보건 관련 조례가 제정돼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싶다. 전북도에서 시행하는 ‘산후건강관리 지원 사업’도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중앙회에서도 이러한 여러 사업들을 묶어 전담부서를 만들어 기획하고 포괄적 지원을 해주고 확장시켜 나갔으면 바람이다. -
문화 향기 가득한 한의학 ①“병의 핵심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독감일 뿐이다. 공포보다는 적극적인 대처와 치료를 꿈꾸자. 한의학에서 그 해답을 찾자.” 안수기 원장 - 그린요양병원, 다린탕전원 대표 사내들은 안다. 방뇨(放尿), 그 배설의 쾌락, 그리고 그 끝자락에 밀려오는 허무의 전율을, 일명 ‘진저리’라 부른다. 차가운 것이 몸에 닿거나. 무서움을 느낄 때, 또는 몹시 싫증이 나거나 귀찮아 떨쳐지는 몸짓 등에서도 진저리를 친다. 언제부터인가 그 진저리가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 이제는 정말 진저리가 난다. 중국발 독감! 각종 행사나 모임이 취소되고 있다. 공공시설이나 관공서, 심지어 병원까지 예외가 없다. 드디어 대구와 부산에도 상륙했다. 이쯤 되면 웬만한 강심장도 불안하다. 트라우마이자 강박증이다. 한마디로 전염병 공포이다. 문제는 전염병의 문제를 넘어선 휴유증, 이미 경제가 심상찮다. 전염병은 작금의 현상만은 아니었다. 역사서에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역병, 역질, 윤행, 시질 등으로 불렸다. 특히 가뭄이나 홍수, 전쟁과 기아 등의 재난상황에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 전근대적 시대인지라, 역병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가장 위협적인 공포였다. 민심이 흉흉해진다. 때로는 공동체나 사회질서가 붕괴된다. 따라서 역병에 대비하는 조상들은 어떤 방법으로 이겨냈을까? 피접(避接), 조상들의 대표적인 전염병 회피수단이었다. 비접이라고도 하며 피우(避寓)라고도 한다. 역병이 돌면 환자를 격리하거나 현재의 위치에서 벗어나 요양을 하는 것이다. 한편 환자가 있는 집이나 마을을 피해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병자들과의 접촉을 피해서 다른 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곤 하였다. 상류층들은 별궁이나 관아에서 마련한 특별한 휴양시설에 거주하였다. 부유한 이들은 경관이 수려한 산사를 선호하였다. 특히 의술을 아는 승려의 도움을 받는 산사도 있었다. 일반 백성들은 친정이나 친척집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층민들은 여러 여건상 부랑민이나 유랑자들로 전전하였다. 피접(避接), 조상들의 대표적인 전염병 회피수단 피막(避幕)제도란 것도 있었다. 격리 수용소에 해당되는 시설이다. 피접이 양반가나 상류층의 전염병의 대피수단이라면 피막이란 질병에 걸린 병자들을 특별한 장소에 격리시키거나 수용하여서 질병을 관리한다. 환자를 격리한다는 의미에서 피접보다 강도 높은 방역체계이다. 피막은 규모 및 대상에 따라서 약간의 명칭이 분류된다. 초막은 마을이나 읍의 외곽에 한적한 숲이나 시냇가에 임시로 거처를 마련한 움막이다. 주로 하인이나 노비들의 격리장소다. 기초적인 의식주만 해결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임시 보호소의 성격이 강했다. 후대에는 장사를 지낼 시신을 일시적으로 안치하는 곳으로도 전용된다. 피병소(避病所)는 피막보다는 조금 더 개선된 환경이다. 일차적인 간호와 기초적인 치료는 이루어진다. 현대의 병원의 전신에 해당하는 것이다. 집단 수용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질병가(疾病家)는 주로 빈집이나 여분의 집에 마련하는 것이다.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설치하였다. 주로 왕궁의 나인들의 질병에 대비한 격리 수용시설로 추정된다. 연산군은 한 칸에 3명씩 수용할 수 있는 50칸의 질병가를 만들었다 한다. 궁녀들이나 궁내거주자들의 휴양시설로 사용하였다. 일차적 간호와 기초 치료가 이뤄졌던 피병소(避病所) 역병 환자를 섬에 격리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조선실록, 문종 편에서는 병자들을 무인도에 집단으로 수용하는 것을 토론에 붙인다. 비인간적이라 신하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발상이 파격적이다. 근대에 소록도의 아픔도 실존하였으니 후대에 실행한 것이다. 최근 특정 지역이 화제다. 아산, 진천, 이천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교민들이 집단으로 수용되었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고강도의 격리 조치이다. 조선시대의 회피방법을 보는 듯하다. 한편 이들 지역에 각계의 온정들이 밀려든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 지도부의 미담도 기사화 되었다. 이들 지자체를 통해서 위문금과 경옥고를 전달하고 교민들을 위문하였다. 아름다운 미담으로 박수를 보낸다. 세상사 과유불급이다. 공포감이 과한 부분은 없는가를 묵상해보자. 병의 핵심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독감일 뿐이다. 공포보다는 적극적인 대처와 치료를 꿈꾸자. 한의학에서 그 해답을 찾자. 한의사들이 먼저 자신감을 갖고 치료에 임해보자. 우수가 지났다. 이제는 진저리나는 독감이 퇴치되길 기대해본다. 그것도 한의학을 통해서 말이다. 좋~다, 한의학! -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20%…전년대비 0.9%p 증가[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잠재적위험군) 비율은 20.0%로 전년 대비 0.9%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일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아동(만3~9세)의 과의존 위험군이 전년대비 2.2%p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성인(만20~59세)과 60대의 과의존 위험군도 매년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 다소 주춤했던 청소년(만10~19세)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2019년에는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유아동과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은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이거나 맞벌이 가정인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에 대한 인식은 조사 대상자의 78.7%가 ‘심각하다’고 응답, 최근 3년간 상승 추세에 있으며 과의존 위험군(83.9%)이 일반사용자군(77.5%)보다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의존 해소방안으로는 ‘대체 여가활동’(문제 해결주체가 ‘개인’인 경우), ‘과다 사용에 대한 안내/경고문 제시’(‘기업’인 경우), ‘스마트폰 과의존 해소를 위한 교육’(‘정부’인 경우)이 각각 1순위로 꼽혔다.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경험율은 18.7%로 전년대비 0.9%p 증가했으며 예방교육 경험자 중 ‘도움이 됐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70.6%로 전년대비 5.9%p 증가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쉼센터’를 통한 예방교육과 전문상담, 민·관 협력 사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아동은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조기에 형성하도록 유아동 대상 체험형 예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관계부처와 협력해 디지털 역기능 예방·해소서비스를통합 안내할 수 있는 누리집을 올해 안으로 구축,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박윤규 정보통신정책관은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빈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우리 스스로 디지털 기기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지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개개인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유익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두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예방교육, 과의존 예방 콘텐츠 개발, 민·관 협력 인식 제고 활동 등 다각도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9년 한의약건강증진사업 성과대회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충청남도 부여군보건소는 ‘스마트폰 인터넷 중독, 한방으로 해독’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해 우수한 성과를 낸 바 있다. 2017년 시범사업을 통해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척도가 24% 감소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확인한 후 2018년도 사업에서는 1개교에서 3개교로 확대하고 예산도 10% 증액해 실시한 것.보건소는 우선 스마트폰 중독 유발 요인을 크게 개인, 환경, 매체특성으로 구분, 맞춤형 교육을 구성했다. 개인적 요인에 대해서는 총명침, 청뇌침, 이침 시술은 물론 명상, 안마도인체조, 심신안정을 위한 아로마요법과 한의약 건강관리교육 및 1:1 상담 등 각종 교육을 실시했다.환경적 요인은 건강정보지와 건강한 취미 및 놀이개발 프로그램으로 개선하고 매체특성에 따른 부분은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부작용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사용법을 교육했다.프로그램은 지정된 요일에 한의사 및 담당자 등이 학교로 방문해 제공됐다.그 결과 프로그램 시행 전·후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은 24에서 22로, 건강행태 척도는 66에서 65로, 스트레스척도는 22에서 20으로 개선됐다.대상자 만족도는 91.2%로 매우 높았다. -
드림스타트…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하늘 아래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양천구 드림스타트팀은 취약계층 가정 아동의 공평한 양육여건과 출발기회의 보장, 문제의 조기 진단을 위해 통합적이고 예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21일 양천구한의사회와 업무협약체결(MOU)을 맺고, 취약계층 아동들이 한의약을 통해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로 약속했다. 양천구 드림스타트 팀을 이끌고 있는 국선덕 여성가족과장은 “개개인의 체질, 생활습관, 건강상태 등을 파악해 병의 근원을 찾아내 뿌리 뽑는 한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Q. 본인 및 드림스타트팀을 소개한다면? 양천구청 여성가족과장으로서 여성, 청소년, 온 가족의 꿈을 키우고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드림스타트팀은 0세에서 만 12세(초등학생 이하) 이하의 취약계층 아동과 가족들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공평한 출발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가?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 아동 중 드림스타트 서비스가 필요해 보이는 사례가 의뢰 접수되면 아동통합사례관리사가 각 가정을 방문해 아동의 양육환경 및 발달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대상가정의 욕구와 문제들을 파악한다. 이러한 초기상담과 사정결과를 바탕으로 사례회의를 통해 각 가정에 맞는 서비스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사회에 있는 다양한 기관과 자원을 연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대상가정의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변화와 성장까지 이끌어 내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이번에 양천구한의사회와 MOU를 맺고, 또래보다 성장이 늦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아동한의진료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대상자는 인근 한의원과 연계해 개별 아동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치료와 한약을 지원함으로써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Q. 한의학에 대한 평소 생각은? 건강의 근원을 다스려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의학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체질과 건강상태, 생활습관, 식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생명 본연이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아토피나 비염 등과 같이 면역력과 관련성이 높은 질환들은 한의진료·치료를 통해 국민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Q. 양천구한의사회와 협업을 하게 된 계기는? 한의학이 치료의 수단으로 좋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취약계층 가정에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에 직면하고 있던 찰나, 양천구한의사회가 먼저 취약계층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며 손을 내밀어줬다. 양천구한의사회의 사업취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함께 건강한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힘쓰기로 약속했다. Q. 드림스타트 사업의 한의학 역할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건강해야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동들이 성장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의학은 이미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Q. 한의계에 꼭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 말 업무협약체결에서부터 아동한의진료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 양천구한의사회 배창욱 회장님을 비롯, 회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인사를 드린다. 또한 드림스타트 아동을 위해 기탁해주신 후원금에 대해서도 지난 1월 전달을 완료했고, 전달 받으신 모두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드림스타트 아동한의진료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올 한 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또한 양천구한의사회가 어르신 한의건강증진사업, 한의난임치료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한의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의계가 더욱 발전하길 기원한다. -
“수석부회장은 가정에서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죠〜”[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정준택 인천광역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으로부터 그동안 회무를 진행한 소회를 들어보는 한편 지난해 회무성과와 함께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 인천광역시한의사회 정준택 수석부회장 Q. 그동안 부평구분회장, 인천시한의사회 부회장·수석부회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부평구분회 총무이사부터 한의사회 회무를 한지가 이제 20여년이 된 것 같다. 그동안의 회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선수촌 한의원 준비위원장을 담당했던 것이다. 이는 국제대회에 공식적인 한의진료소가 선수촌에 개설되었고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이후 개최되는 (국제)대회와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지속적으로 선수촌에 한의진료소가 개설되는 모태가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수석부회장 3년 임기에서 이제 1년이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임기동안 여러 사업들이 있었다. 이제 남은 1년의 임기동안 지부사업들을 잘 마무리 하고, 수석부회장의 임기를 무탈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Q. 현재 담당하고 있는 회무 분야는? “인천시한의사회에는 총 5명의 부회장이 있으며, 부회장별로 각각의 분야가 분배되어 있다. 현재 수석부회장으로서 주로 보험, 법제 분야와 함께 중앙회에서 추진하는 여러 비대위 업무 등과 전반적인 지부회무에 관여하고 있다.” Q. 자신만의 회무철학은? “회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이권단체인 한의사협회가 회원의 권리 보장 및 확대에 있어서 앞장서서 해나가야 한다는 점과 함께 회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바람막이가 되어서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회무를 이끌어 나감에 있어, 사안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철저히 하여 회원들의 뜻을 잘 모아 반영될 수 있게 하는 점 역시 회무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회무에 임하고 있다.” Q. 지난해 괄목할 만한 회무 성과는?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의 성과가 있었다. 우선 경로당 주치의 사업이 기존 시행되던 구와 함께 부평구·남구·남동구 등에서 확대 시행됐고, 또한 인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인천 전지역에서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점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Q. 올해부터 한의난임사업이 인천 전 지역에서 실시된다. “인천에서 난임부부 여성 15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80만원의 한의약 지원사업이 3월부터 시행된다. 2011년에 지부에서의 난임사업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시예산이 아닌 건설기술교육원과의 협조로 인한 사업이었고, 이번 사업은 시예산이 처음으로 투입되는 사업이다. 또한 이전에는 몇몇 구에서만 사업이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인천 전지역에서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인천시한의사회에서는 이 사업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높은 임신성공률의 확보를 이루어내는 것과 함께 시조례 제정을 통해 지속적인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올해 꼭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올해 인천시한의사회에서는 ‘인천광역시 한의약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조례를 근거로 난임지원 사업 및 경로당 주치의제의 사업을 공고히 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아직 인천에는 지역의료원에 한의과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만큼 공공기관 한의과 설치 등의 사업들도 추진해 나갈 목표를 가지고 있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현재 부평구에서 ‘부평비전 2020위원회’의 보건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위원회는 구민과 담당공무원 분과전문가들이 모여 부평구의 정책 제안을 하는 협의체다. 부평구 경로당 한의사 주치의제도의 경우 이 위원회에서 논의·제안돼 지난해부터 시행할 수 있어 상당히 보람된 일이었다. 올해에도 보다 세심한 시선으로 구민들의 삶을 살피고 정책 제안들을 잘 해서 부평구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부평구 테니스협회 부회장을 10년 넘게 맡아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테니스 실력이 늘지 않아 올해에는 테니스 실력 발전의 해로 삼아 보려고 한다.” Q.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가정에서도 아버지-어머니의 역할이 있듯이 회무에 있어서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수석부회장은 가정에서의 어머니 역할처럼 회무의 빈 자리는 없는지 살피고, 회무의 방향이 정해지면 준비하고 조정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좌우명이 있다면? “인생에 좌우명이 있다면 “신념에 노력을 더하면 뭐든지 해 낼수 있다”와 “무슨 일을 하건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결국 해낼 수 있고,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 밖에 못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결국 해낼 수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갖고 생활 하고 있다.” Q. 꼭 하고 싶은 말은? “요즘 그동안 방송에서 인기가 없었던 트로트와 씨름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씨름의 희열 등의 방송을 통해 인기의 부활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접근방법을 이용해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도 이렇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나요법 급여화가 그 시작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첩약 급여화, 1차 의료 및 한의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확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등을 포함한 한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국민들이 쉽고 부담없이 한의원에 내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요즘 사태에 회원들의 고통이 클 것 같다. 모두 같이 힘을 내서 잘 헤쳐 나갔으면 바람이며, 한의학의 밝은 미래를 위해 같이 나아갔으면 한다.” -
‘쌍화탕’과 ‘쌍화차’ 차이는 계란노른자가 아니다[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경기 부천시에서 20년 동안 운영된 전통찻집 ‘예담’을 인수해 손님에게 심리상담도 제공하는 이지현 한중한방병원 진료원장에게 카페의 운영 방향을 들어봤다. 카페 ‘예담’을 운영하게 됐다. 카페 정중앙에 쌓여진 촛농의 높이처럼, 예담은 20년 동안 꾸준히 쌍화차를 팔아온 전통찻집이다. 주인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기에 십몇 년 동안 계속해서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들이 많고, 카페 곳곳에도 손님들이 손수 써놓은 글씨와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예담 카페를 인수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예담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주인이 바뀐 셈이다. 대표 메뉴인 쌍화차는 그대로 두고, 한의사이기 때문에 추가로 보여드릴 수 있는 체질차 등의 메뉴를 추가했다. 그 외에 한의학과 민간요법 그리고 심리 관련 콘텐츠를 마련해 손님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카페 ‘예담’의 주력 상품은? 쌍화차와 체질차, 그리고 한복빵이 있다. 먼저 예담의 대표메뉴는 쌍화차다. 직접 끓이는 쌍화차는 크게 쓰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적당히 건강한 맛이다. 이 차에는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손님들이 가끔 물어보신다. 하지만 예담은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쌍화차에 계란을 넣은 적이 없다. 쌍화차를 내놓으면서 ‘쌍화차와 쌍화탕의 차이는 계란이 아니다, 한약재이다’는 말을 함께 곁들인다. 쌍화차는 식품용 한약재를 사용한 건강 ‘차’ 이고, 쌍화탕은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만 판매 가능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의약품용 한약재를 사용한 ‘약’ 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체질차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자신에게 조금 더 맞을 차를 고를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사상체질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알고리즘을 따라 가더라도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는 알 수 없다. 단순하게 몇 가지 질문으로 ‘4가지 중 어떤 체질’로 나눌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체질이 정말 궁금하다면, 전문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으로 내원하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한복빵은 오프라인에서 현재 이 가게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디저트이다. 한복을 ‘한국 기모노’라고 잘못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바로 알리기 위해 기획된 마들렌으로, 우리농산물을 이용해 만든다. 예담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디저트에 담긴 취지도 마음에 들어서 제가 먼저 납품을 요청한 상품이다. ‘예담심리보고서’, ‘예담일일기록지’는 무엇? 예담심리보고서는 심리유형검사인 ‘MBTI’ 와 기질 및 성격검사(TCI), 여기에 동양의학적인 이론을 추가해 나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담일일기록지는 보고서 작성 이후에 꾸준히 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기록지이다. 이번에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한방심리요법인 EFT(Emotional Freedom Techniques, 경락심리치료)도 소개돼 있다. 예담 카페가 몸 뿐 아니라 마음도 쉴 수 있는 ‘심신 힐링’ 공간이 되길 기원하기에 이런 심리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도입하게 됐다. 현직 한의사로서 ‘예담’을 차린 배경은? 제가 지역 특성상 거의 보기 힘든 젊은 여자 한의사다보니, 아무래도 환자들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 같다. 평소 한의학이나 관련한 궁금증을 진료실서 자주 물어보는데, 듣다보니 민간요법과 한의학을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경동시장에서 약을 사다 먹을 생각을 하는 분을 보면서, 의약품용 한약재에 대해 일반 소비자분들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하지만 한의의료기관에서 한약이 시장에서 파는 한약과 다르다고 하면 별로 와닿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19년째 ‘쌍화차’를 팔아왔던 전통 찻집을 인수해서 대중이 쉽게 들릴 수 있는 ‘카페’에서 한의학과 한약재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은? 카페에는 ‘쌍화차와 쌍화탕의 차이는 계란 노른자가 아니라 한약재의 차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 문구를 보고 쌍화‘차’ 잘 먹고 간다고 말하는 손님을 만날 때 뿌듯한 마음이 든다. 한의학에 대한 대중의 가장 큰 오해는? 가장 큰 오해는 민간요법과 혼동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들은 시중에서 파는 한약재와 병원에서 짓는 한약의 차이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농산물로 취급되는 식품용 한약재를 별다른 지식 없이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실제로 식품용 한약재를 먹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학술지 ‘Food and Chemical Toxicology’에 나온 연구를 봐도, 한약재를 이용한 간 독성의 90%가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한 한약이 아니라 민간에서 섭취한 단일 한약재였다는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중들은 자신들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한약재 뿐 아니라 부항, 침도 마찬가지다. 한약재나 부항, 침 등을 잘못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알리고,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다. 한의학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민간요법과 한의학은 엄연히 다르지만, 민간요법 역시 한의사에게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그래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예담이 전달하고자하는 한의학에 대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 이를 위해 마케팅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남녀노소, 젊은 분들과 나이 있으신 분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힐링 카페, 한방 카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질환별 강의로 임상에 적용하기 수월… 사진, 동영상 자료 등 부족한 부분 보완해야[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온라인 보수교육에 대한 전국 시도지부 학술이사의 입장 중 배진석 전라남도한의사회 학술이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배진석 전라남도한의사 학술이사 Q. 개편한 온라인 보수교육을 수강한 지역의 일선 회원들의 반응은? 일선에서 보수교육을 공부하고 예전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교육을 개편한 지 꽤 된 것으로 아는데, 일차의료를 맡고 있는 한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편된 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질환별 다양한 한의치료도 중요하지만 특정 질환에 대해 기본적인 처치와 전문화된 치료가 병행을 해야 임상에도 좋은 치료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Q. 과목 중심 강의였던 이전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과목 중심은 이론적인 면이 강하고 임상에 직접 사용하는 부분들이 부족했다고 본다. 달라진 질환별 치료는 훨씬 임삼에 적용하기 좋다. 예전보다 질환별 치료가 세분화 되어 있어 특정 질환에 침 치료 한약 치료, 보험약 치료법들이 비교적 잘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비인후과 한약처방 가이드에서 알레르기비염, 축농증, 감기 등에 대해 세분화 되어 임상에 적용하기 좋다. 또한 온라인 강의인 관계로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시청하기 좋고, 다시 보고 싶은 때 재시청하기도 수월하다. Q. 추가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첫 번째, 앞으로도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자료가 더욱 추가되길 기대한다. 실질적인 사진과 동영상 자료도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 현재는 이론적인 설명이 다소 많은 편이고,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실질적인 사진, 동영상 자료가 부족한 편이다. 두 번째, 질환별로 보편화된 치료 매뉴얼을 담은 영상이 추가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특정 질환을 치료할 때 진단을 한 후 물리치료에 이어 부항·뜸·약침을 사용하는 등의 순서를 강의에서 보여주는 식이다. 세 번째, 추나요법의 부위별 최신 치료법들이 동영상 자료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보험 등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추나요법은 단순추나와 복잡추나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각 분류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가 이뤄지면 더 효과적인 강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17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東醫寶鑑』의 제일 첫 門인 身形門은 『乾鑿度』에 나오는 말로 시작한다. “『乾鑿度』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늘에서는 형체가 乾에서 나오는데, 이에는 太易, 太初, 太始, 太素가 있다. 태역은 아직 기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고 태초는 기가 나타난 시초이며 태시는 형체가 나타난 시초이고 태소는 물질의 시초이다. 형체와 기가 이미 갖추어진 뒤에는 痾가 되는데 痾는 瘵하고 瘵한 것은 병들게 되니, 병이 여기에서 생긴다. 사람은 태역으로부터 생기고 병은 태소로부터 생긴다.” 『東醫寶鑑』전체에서 『乾鑿度』를 인용한 것은 위의 문장이 유일하다. 위의 문장은 『東醫寶鑑』의 의서로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키가 된다. 『乾鑿度』라는 책은 『易緯』에 속하는 8종의 책 가운데 하나이다. 동한시대 鄭玄의 주석에 따르면 ‘乾鑿度’의 ‘乾’은 天을 말하고 ‘鑿’은 뚫는다는 뜻이고 ‘度’는 길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乾鑿度’란 “하늘로 향하는 길을 열러준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上卷과 下卷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上卷에서 주역의 성질, 팔괘의 기원, 괘효상의 구조와 서법의 예 등을 서술하고 있고, 下卷에서 九宮, 四正, 四維가 陰陽의 數에 부합된다는 것을 논증하고 있다. 그 도식은 太易 → 太初 → 太始 → 太素 → 渾淪 → 天地 → 萬物의 순서로의 분화이다. ‘寂然不動’한 太易이 太始로 가는 것은 무형에서 유형으로 가는 과정이고, ‘形變而有質’하여 太素가 된다. 氣形質의 세가지가 혼연일체가 된 것이 ‘渾淪’이며, ‘渾淪’은 또한 ‘一’이라고도 하니 즉 ‘太極’을 말한다. ‘太極’이 一分爲二하여 “淸輕者上爲天, 重濁者下爲地”하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天地가 萬物을 生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천지만물이 생성되는 원리는 후세의 도가와 도교에 흡수되었고 宋明理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이상 張其成의 『易學大辭典』 참조). 이와 같은 맥락에서 身形門의 제일 앞부분을 『乾鑿度』의 宇宙生成論으로 시작을 연 것은 『東醫寶鑑』 醫論의 독창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身形門이 시작하기 전에 나온 身形藏府圖의 뒷부분에 나오는 ‘孫眞人曰’로 시작하는 문장에서 天人地의 형상적 유사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서 우주의 분화의 과정 속에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작용되는 원리에서부터 사람의 실존의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한다. 『東醫寶鑑』의 인용문이 『乾鑿度』의 원문과 차이가 나는 면이 보인다. 먼저 앞부분에 “天形出乎乾”이라는 말이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氣形質具而未離故曰渾淪”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形氣已具而痾痾者瘵瘵者病病由是萌生焉人生從乎太易病從乎太素”이라고 바꾸고 있다. 이것은 허준이 『乾鑿度』를 의학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허준의 의학관은 이 부분의 문장의 변용 속에 녹여져 있다. 새로 삽입된 “하늘에서는 형체가 乾에서 나온다(天形出乎乾)”는 것은 그 뒤의 太易, 太初, 太始, 太素 과정의 원천을 乾으로 본 것으로서 “萬物資始”라는 乾卦의 德을 우주의 시원으로 잡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形氣가 갖추어져서 질병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로 이 부분의 내용을 정리하여 마무리 짓고자 하고 있다. “형체와 기가 이미 갖추어진 뒤에는 痾가 되는데 痾는 瘵하고 瘵한 것은 병들게 되니, 병이 여기에서 생긴다”는 것은 사람의 질병이 생기는 원인을 내재적으로 痾 → 瘵 → 病의 순서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사람이 확연한 질병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계의 마지막인 ‘病’으로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痾’는 形과 氣가 갖추어져서 발생하는 숙명적 불균형을 의미하며, ‘瘵’는 사람마다의 체질적 강약, 타고난 운명의 차이, 섭생방법의 好惡 등으로 인한 질병발생의 原因子들이 된다. “사람은 태역으로부터 생기고 병은 태소로부터 생긴다”는 것은 太易, 太初, 太始, 太素의 과정을 거쳐 氣形質이 만들어지는 단계적 발전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사람의 본원인 太易은 사람들이 지향해야할 건강의 추구점이 된다. “병은 태소로부터 생긴다”고 하였으므로 氣形質의 마지막 단계인 太素의 단계는 질병이 만들어질 바탕을 마련하는 과정의 끝이므로 사람들이 육체라는 ‘有形’에 사로잡혀 있는 한도내에서는 질병은 숙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이 지점에 바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양생법, 도인법, 약물요법, 침구요법 등의 필요성이 부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