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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책방-23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은 끝까지 이렇게 찜찜하게 끝날 모양이다. 닥터 파우치(Dr. Anthony Fauci)가 경고했듯이 백신을 맞더라도 2021년 연말까지는 마스크를 써야할 지도 모를 일이고 일일 확진자수 그래프는 아직도 정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이고 가파른 그래서 상당히 불안한 우상향이다.” 작년 12월28일 『한의신문』에 기고한 내 글의 일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1월을 희망차게 시작하면서 7월 즈음에는 코로나도 끝이 나고 해외로 여름휴가도 떠날 수 있으리라 상상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닥터 파우치 말이 맞았다. 그의 예상대로 2021년 12월 우리는 세 번째 백신을 맞고 있지만 코로나는 여러 변이를 거쳐 생존 중이고 거리를 가득 메운 마스크 인간들의 행렬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오미크론(omicron) 변이 바이러스의 대확산 예측 기사까지 나오면서 추가접종을 권고하는 중대본의 마이크는 오늘도 불안한 수치들을 한가득 쏟아내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출판하는 옥스퍼드 랭귀지는 2021년 올해의 단어로“VAX”를 선정했다. 백신(vaccine) 또는 백신접종(vaccination)을 뜻하는 백스(VAX)는 1799년 처음으로 영어 단어로 등록됐다. 옥스퍼드 랭귀지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으로 VAX의 사용 빈도는 2020년 9월 대비 72배 증가했으며 이는 COVID-19 이후 백신접종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완전 접종(fully vaxxed), 접종 증명서 (vax cards),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anti-vaxxer) 등과 같은 신조어도 활발히 사용됐다고 한다. 코로나백신 접종 이후 불편 호소하는 환자 방문 늘어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몸살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종종 방문 중이라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홈페이지의 ‘안전성 및 모니터링’ 중 심근염 및 심낭염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니 지난 11월12일 업데이트된 내용이 잘 정리돼 있었다.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고, 심낭염은 심장 외벽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두 경우 모두 감염이나 다른 유발 요인에 대해 신체 면역체계가 반응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mRNA COVID-19 백신(화이자 또는 모더나) 접종 후 특히 남자 청소년과 남자 청년에게서 발생(일반적으로 접종 후 1주일 이내, 2차 접종 후 더 빈번하게)했으며 가슴 통증, 호흡곤란, 심장 빈박, 두근거림, 심박수 증가 등의 증상으로 심근염 또는 심낭염으로 진단받은 환자 대부분은 약을 복용하고 휴식을 취한 뒤 차도를 보이며 신속하게 회복되었고 운동이나 스포츠를 다시 시작할 때 심장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https://korean.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safety). 실제로 “두 번째 백신 맞고 그 때부터 심장이 벌떡거리는데 가슴까지 약간 아파오니까 겁이 덜컥 나요. 그제 보았던 뉴스에서 백신 부작용으로 심근염 있을 수도 있다고도 했고요”라며 심장초음파, 심장CT를 포함한 제반 검사를 경유하고 별다른 진단사항이 없는 직원분이 단순한 흉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하냐고 방문을 하기도 했고, “부스터샷 맞고 열흘이 지났는데 뒷목부터 왼쪽 팔까지 찌릿찌릿 했다가 내 팔이 아닌 것처럼 축 늘어졌다가 타이핑을 칠 수 없을 정도라니까요. 이런데도 부작용이 아니라니 할 말이 없죠. 백신 부작용 아니니까 그럼 침 맞아도 되냐고 물으니까 그건 또 알아서 하래요. 침 맞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의사들도 알아서 해주겠죠 뭐...라길래 그냥 전화 끊고 여기로 왔어요. 어떻게 좀 해 주세요”라는 분도 계셨다. 1, 2차 접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시기에도 코로나 백신을 맞은 이후에 나타난, 이전에는 결코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었던 다양한 증상과 불편감을 호소하며 많은 분들이 진료실을 방문했다. 백신과는 관계없는 증상이라는데 본인은 분명히 백신 맞은 이후에 새로 느끼는 증상이라며 한의학적으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냐는 문의가 대부분이었다.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만성 요통이 1차 이후 너무 심해져서 2차 접종을 미루시던 분도 계셨고, 출혈성 질환을 가지고 있던 폐경기의 한 환자분은 담당 주치의의 권고로 아예 1차 접종부터 안하고 계신다는 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 백신이 보약주사가 아닌가 할 정도로 백신 맞고 뭔가 에너지를 느끼셨다며 벌써부터 3차 접종이 기다려진다는(!) 가장 독특한 반응을 보고해주신 분까지 이렇게나 다양한 분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철저하게 의료화된 환경에서 제어·통제되는 현실 자각 『초등생도 백신패스 반대 청원. 부작용 정부가 책임지나』, 『부작용 때문에 백신 맞을 생각 없어 고2, 백신패스 반대 청원』 백신패스 의무화는 인권 침해이고 행복추구권을 침범하는 것이라는 백신패스 반대 청원 관련 기사들을 접하며, 단언컨대 백신 반대론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건강 문제로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의 불만과 불안, 고립감도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신만이 과학이고 이러한 과학에 반기를 드는 것은 공동체의 삶을 무너뜨리는 유해한 그룹이며 이러한 그룹은 어떤 방식으로든 철저히 통제를 받아야 하고 이러한 통제는 옳다라는 일종의 선한 공권력.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모든 삶의 순간들이 철저하게 의료화된 환경에서 제어되고 통제되고 통계적으로 집계되는 거대한 코로나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되는 듯한 상황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뭔지 모를 두려움 또한 끝없이 교차되기도 한다. 이는 안도감과는 대비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접종센터 관계자들로부터 백신 맞은 이후의 다양한 증상들이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불편함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뚜렷하게 해줄 게 없을 때는 간혹 무기력감에 내동댕이 쳐지기도 한다. 백신 후 내원한 환자들에게는 그저 특별한 치료적 행위 없이 주의관찰만 해야 할 것 같은 극도의 조심스러움을 느낄 때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의료인의 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변방으로 더 변방으로 밀려나 구경꾼의 포지션에 처해있는 듯한 소외감도 부정할 수 없는 내 마음 속의 표정이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불편한 마음의 근본은 어디에서 왔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이반 일리치의 현대의료에 대한 비판서 『병원이 병을 만든다』와 『전문가들의 사회』라는 두 권의 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반 일리치의 현대의료에 대한 비판 ‘눈길’ 학교 탈출이나 현대의료에 대한 거부를 외쳤던 한물간 반문명주의자라는 비판을 달고다니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는 “가장 급진적 사상가”(TIME)이자 “위대한 사상가”(The Guardian)였고, 주류 체제를 떨게 하는 “지식의 저격수”(NY TIMES)라는 평가를 받았다.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미국 뉴욕 빈민가의 한 교구에서 보좌신부로 일했다. 1956년에 푸에르토리코 가톨릭대학 부총장이 됐고, 1961∼1976년에는 멕시코에 일종의 대안 대학인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CIDOC)를 설립해 연구와 사상적 교류를 이어갔다. 교회에 대한 비판으로 교황청과 마찰을 빚다가 1969년 스스로 사제직을 버렸고 80년대 이후에는 독일 카셀대학과 괴팅겐대학 등에서 서양 중세사를 가르치며 저술과 강의활동에 전념했다. 『깨달음의 혁명』, 『학교 없는 사회』, 『공생공락을 위한 도구』, 『에너지와 공정성』, 『의료의 한계』, 『그림자 노동』,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등 성장주의에 빠진 현대 문명과 자본주의 사회에 급진적 비판을 가하는 책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사회·경제·역사·철학·언어·여성 문제에도 깊은 통찰들을 남겼다. 말년에는 한쪽 뺨에 자라는 혹으로 고통받았지만 현대식 의료 진단과 치료를 거부했고 2002년 12월2일 독일 브레멘에서 타계했다. 『병원이 병을 만든다』(도서출판 미토, 2004)에서 기억에 남는 대목들은 아래와 같다. - 의사에 의해 가해지는 고통과 질병은 언제나 의료행위의 한 부분이었다. - 전문가의 무감각, 태만, 완전한 무능력 등은 낡은 형태의 의료 과오이다. 의사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그 기술을 행사하는 기능인에서 과학적 법칙을 다양한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전문가로 변모함에 따라, 의료 과오는 의사 개인의 이름에 오점을 남기지도 않고 거의 존중받다시피 하는 일이 되었다. 옛날에는 신뢰의 남용과 도덕적 결함이었던 것이 현재에는 장치나 수술자의 우연적 사고라고 합리화되고 말았다. - 복잡하게 기술화된 병원에서 태만은 ‘우연한 인간적 오류’ 또는 ‘시스템의 고장’으로 미화되고, 무감각은 ‘과학적인 냉정함’으로 호도되며, 무능은 ‘전문적 장치의 부족’으로 합리화되고 있다. 진단과 치료의 비인간화는 의료 과오를 윤리적 문제에서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변모시켜 왔다. - 어떤 고통이 단순히 주관적인 것이고 어떤 장해가 꾀병이며 어떤 죽음이 다른 죽음과는 달리 자살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의료이다. - 의사와 상의하라는 경고는 구매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경계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 예컨대 노년은 불안한 특권, 또는 비참한 종말이라고는 생각되었지만 결코 질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의사의 지시 하에 놓여지게 되고 말았다. - 의료 없는 죽음이라고 하는 현대의 공포 때문에 인생은 최종점의 혼전(混戰)을 향한 경쟁으로 치닫게 되었고, 개인의 독자적인 자기 확신을 잃고 말았다. 그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때가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죽음을 맞는다는 자율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 의학은 병원이 불확실하고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가 실험적 성격을 갖는 경우에도 환자를 요구한다. - 이전에 현대의료는 극히 제한된 시장을 통제할 뿐이었으나, 현재에 이르러 이 시장은 모든 경계를 잃고 말았다. 병을 앓지 않은 사람들은 장래의 건강을 위하여 전문적 치료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서 보편적 의료화를 요구하는 병적 사회와 보편적인 병적 상태를 증명하는 의료적 시설이 생겨났다. - 의사의 관심이 환자에서 질병으로 옮겨짐에 따라 병원은 질병의 박물관으로 변화되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사회』(사월의 책, 2015)의 첫 번째 챕터인 “우리를 불구로 만드는 전문가들”에서 이반 일리치는 모든 영역의 의료화를 아래와 같이 비판하고 있다. - 전에는 그저 아픔(ill)에 불과했던 것들이 의사가 치료해야 할 질병(illness)이 되면서 사람들은 가벼운 병이나 심지어 불편한 정도의 증상에 대해서까지도 대처할 의지와 능력을 잃게 되었다. - 의료는 불과 사반세기 만에 자유 전문직에서 지배적 전문직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들은 잠재적 환자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해 전 인구를 테스트할 권한까지 요구한다. - 이제 관료화된 외과의나 정신과의사가 정해주는 치료법을 팽개치고 달아나려는 사람에게는 법이 육중한 팔뚝을 휘두르며 다가올지도 모른다. 모든 삶이 의료화되는 시대…한의학, 한의사의 역할은? 올해를 시작하며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의 어느날까지도 한의계의 모든 구성원들을 놀래켰던 혹은 얼굴 화끈거리게 만든 각종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한의사 부부 일가족 숨진 채 발견...남편은 투신』(2021.02.14.), 『시바신으로 난치병 치료한다며 한의사 속여 62억 뜯었다』(2021.10.13.), 『환자, 일단 눕히기...일찍 퇴원하면 “썩은 고기”』(2021.11.16.), 『여직원 배에 ‘자궁 모형’ 놓고 촬영...한의원 원장의 기막힌 갑질』(2021.12.20.) 직원들 한명한명이 CCTV이고 환자들 한분한분이 고발전문 유튜버라 각오하고 진료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촬영되는 세상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하루하루 매 순간순간, 송곳 위에 서 있는 듯한 위태로운 일상이다. 임상을 한다는 것, 그것도 잘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마음 수련과 실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일까?! 포털 메인에 연령대별 많이 본 뉴스로 한의학, 한의원, 한의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가 턱하니 걸려 있으면 숨이 턱 막혀온다. 네거티브는 네거티브를 강화한다. 반대로, 포지티브는 포지티브를 강화한다. 이미 지나간 한의계 관련 기사들을 다시 들먹거리는 행위가 행여라도 인신공격이나 내부총질로 오해받을 지도 모르겠지만 꺼내기 싫은 상처를 다시 일부러 꺼내어 본다. 코로나로 우리의 모든 삶의 의료화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고 현대의학의 지배적 통제권은 신격화 이상의 절대적인 힘을 이미 부여받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이러한 외부환경 속에서 한의계는 그리고 일개한의사인 나는 어느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아니 컴컴한 동굴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친한 친구의 조카가 재수 끝에 00대 한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과 최상위권이었다가 목표했던 의대 낙방 후 힘겨운 1년간의 재수 끝에 재도전에 나섰으나 안타깝게도 의대는 모두 불합격, 삼수를 면하기 위해 마지막 가능성으로 수시지원을 해둔 한의대에서 소식을 전해온 것이었다. 수험생활 디엔드라는 부푼 마음으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조카를 위해 2022년 1월에 티타임을 한 번 가져달라는 친구의 제안에 흔쾌히 ‘OK’라 대답했다. “웰컴투헬” 모드로 잔뜩 겁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2년간의 수험생활에의 노고를 위로해주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93학번 새내기였던 나의 그 시절과 비교해 봤을 때 2022학번 신입생들이 마주하게 될 한의대의 풍경은 얼마나 많이 달라져 있을까? 한의대 들어가기 전에 읽어볼만한 몇 권의 책들을 쇼핑백에 담으며 이 친구가 한의사면허를 가지게 될 2028년 2월의 어느날을 상상해 본다.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또한 2028년 한의계는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있을지!!!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08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수사와 재판을 잘 받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소프트웨어 불법사용 관련 저작권법 위반 고발예고 통지문을 갑자기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무법인 명의로 소프트웨어 저작권사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아 대리해 저작권법 위반 고발예고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면? 심지어 홈페이지 폰트(글자체) 관련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서체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고발예고 통지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고발을 당하지 않으려면 저작권자에게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 담당자에게 연락, 소프트웨어 정품을 구입하면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외주업체에게 홈페이지 구축을 맡겨 외주업체가 홈페이지 구성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고발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어떤 법무법인의 경우 소프트에어 사용권 허락을 위한 계약서(license & service agreement)의 내용에 따라 계약조건에 부합하게 설치, 사용되고 있는지, 소프트웨어 설치데이터와 등록된 데이터와의 일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여 실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현황에 대한 확인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니 협조하라고 하면서 협조하지 않을 경우(협조통보 기간 중 법무법인에 사전통고없는 소프트웨어 삭제 및 재설치)가 이뤄질 경우 형사상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겠다는 엄포도 놓는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없었던 일인데 변호사 숫자의 급증에 따라 외국 유명 소프트웨어저작권자와의 저작권 양도위임을 받아 저작권법 위반 고발통보서를 무작위적으로 발송한다. 심지어 각종 인터넷상 웹툰, 영화, 음악, 소설, 게재 갈등을 재업로드했다는 이유로 고소, 고발장이 갑자기 송달되기도 한다. 전에 외국의 포르노 영상물도 저작권이 있다고 보아 이를 무단으로 다운로드받거나 재업로드한 사람들도 고소, 고발장이 접수된 바 있다. ◇경찰이 사무실 급습, 압수수색도 관련 고소,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도 대처 방법이 다양하다. 어떤 경찰관서의 수사관의 경우 고발장 접수 후 피고발인에게 출석, 조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한다. 때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사무실을 급습, 컴퓨터 등을 압수하기도 한다. 저작권자로부터 양도받아 고발대리를 하는 법무법인의 경우 자신들이 위임을 받았다는 위임장과 저작권등록증,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 고발인 보충조사 관련 질문과 답변서까지 작성하여 경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경우 고발취소는 물론 고발 전 현장방문 소프트웨어 감사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어찌 보면 경찰이 소프트웨어사가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청부수사의 느낌까지 받게 된다. 필자가 아는 한의원의 경우 한글과 컴퓨터사로부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준수 여부 확인요청을 받으면서 정품구매 여부 사용 관련 확인을 하고 소프트웨어를 정품등록없이 사용하는 등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이 확인되는 경우 벌금(5천만 원 이하) 및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겁박성 공문을 받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병원운영 관련 소프트웨어 사용은 필수적이고 PC가 증설될 때마다 관련 소프트웨어 구매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소프트웨어를 한번 구입하면 PC증설과 무관하게 무한대로 등록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믿거나 이와 관련 정품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소프터웨어 사용설명서, 반드시 숙지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은 저작권법에 의거 저작권사의 고소(친고죄)에 의한 단속, 경찰 등 사법기관이 인지(비친고죄)에 의한 단속이 이뤄진다. 저작권법 141조상 양벌규정에 의거 대표이사(행위자)와 함께 법인을 함께 처벌하도록 돼 있어 대표이사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환경 조성 및 관리·감독에 대한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대표이사가 아닌 행위자만 처벌된다. 처벌은 5천만 원 이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과 함께 저작권자에게 민사상 위로금을 포함해 상당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저작권법 125조, 126조). 컴퓨터 프로그램은 각 버전마다 하나의 제품으로 판매되며, 구버전을 구매하고 신버전 사용해야 할 경우 자칫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사용권은 각 저작권사의 정책 또는 라이선스 정책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는 PC기준으로 1카피당 1PC에 설치사용하므로 반드시 PC에 설치사용되고 있는 수량만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 시, 해당 소프트웨어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권을 부여하므로 중고판매 및 양도양수 등은 반드시 저작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PC를 구입하는 경우 관련 소프트웨어 사용정책 설명서를 반드시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협회차원에서 각 병원별 소프트웨어 사용실태를 분석해 저작권사와 협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협의를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각 병원별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실태를 정확하게 파악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협회차원에서 저작권사와 구매협상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협회차원에서 각 병원별 소프트웨어 사용실태 파악이 정확히 이뤄지고 이와 관련 수요조사가 이뤄지면 협회 또는 지회차원에서 해당 소프트웨어 저작권사와 협의, 경제적, 효율적으로 클라우드방식의 소프트웨어 사용에 따른 구독 사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 수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법인의 막무가내 점검, 112에 신고 어찌됐든 경찰 또는 법무법인에서 관련 공문을 받은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단 법무법인에서 고발예고성 통고문의 경우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재한 것으로 이에 특별히 답변을 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법무법인에서 사무실을 급습해 사무실 컴퓨터를 점검하는 것 역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한 이에 응할 필요도 없고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사업무 방해로 당장 형사입건되지도 않는다. 사무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품사용 확인 점검은 수사기관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없으면 함부로 병원 사무실의 컴퓨터를 압수수색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사무실에 들어와서 컴퓨터 등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컴퓨터에 접근 시 경찰에 112신고를 하면 된다. 아울러 경찰에서 피고발인으로 출석 요청을 하는 경우에도 고발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인터넷으로 접수 가능)를 통해 고발장 사본을 받아본 후 이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출석 전에 경찰에 고발장 기재 내용 관련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고발인이 법무법인 등 저작권자의 양도양수를 받은 대리인인 경우 정말로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양도 양수를 받았는지, 고발장에 첨부된 양도양수증이 진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해 줄 것을 미리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병원을 운영할 수는 없다. 늘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고 혹시 직원들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점검 확인하는 습관도 기르자. 저작권법에 양벌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고 소프트웨어 저작권 관련 설명서를 반드시 숙지할 필요가 있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21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吳興根 先生(1921〜1985)은 수원 태생으로 경기도 여주의 대신중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고 세정중학교 교감·교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매부 李正華 원장(마포구 행남한의원장)의 영향을 받아 만학의 나이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1956년 제5회로 졸업하여 한의사가 됐다. 그는 서울 쌍문동에서 홍명한의원 원장으로 활동했다. 오흥근 선생이 많이 본 질환은 신경쇠약 계통의 질환이었다. 이것은 자신이 이 질환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쇠약, 노이로제, 신경성 고혈압 등 환자를 많이 진료했다. 1976년 6월20일 서울시 도봉구한의사회에서는 학회지 『道峯山』 제4호를 간행한다. 여기에는 오흥근 선생의 「신경성고혈압」(부제: 임상경험을 중심으로 신경성 고혈압을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돼 있다. 이 논문에서는 그가 다년간 사용해서 효과를 본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그의 목소리로 정리해 소개한다. ○신경성 고혈압의 특징: 중년 이후 층에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식층에 많으며 중류 이상에서 많음을 볼 수 있다. 본태성 고혈압은 선천적이고 체질적이며, 신경성 고혈압은 후천적이고 환경적이다. 신경성 고혈압은 정신불안요소를 제거(환경 및 성격 개선)하도록 해야 하며, 항상 유쾌하고 명랑한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해야 하고, 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 또한 약물 치료는 특효방이 없고 陰陽虛實을 가려서 補瀉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병이기 때문에 歸脾湯이 많이 통용된다. ○治療法은 다음과 같다. ①설득요법: 신경성이란 것을 밝히고, 치료가 잘되며 중풍에 걸리지 않으며 걸린다 해도 유사중풍이기 때문에 100% 치유된다는 등 설득을 시켜서 이해를 시킴으로써 불안공포에서 해방시키는데 노력한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 ②호흡요법: 하복부 丹田穴을 實하게 하는 일종의 腹式呼吸이며 胸脇苦滿證 제거를 목표로 하는 胸式呼吸인 것이다. ③약물요법: 實症이 많지만 고령자엔 虛症도 있다. 補瀉함을 원칙으로 하며 歸脾湯을 많이 쓰게 된다. 虛症은 잘 치료되지만 實症에는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柴胡加龍骨牡蠣湯, 女子에 있어서 逍遙散, 男子에 있어서 地黃湯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일단 중풍에 걸리면 응급치료법은 一般中風과 다른 점이 없다. 다만 豫候에 있어서 虛症인 경우로 辨證이 되면 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약물요법에 있어서 특히 주의할 것은 이 병이 신경성이기 때문에 치료의 근본은 정신이란 점을 생각하고 다른 신경성 질환과 동일 방법을 취한다. 즉 頭腦의 淸凉之劑와 心臟의 補心, 淸心 및 수면제, 소화제 등을 隨證加減하여 투약한다. 신경성 제질환에 氣分에 속한 약을 많이 쓰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淸腦除風藥으로 生地黃, 蔓荊子, 甘菊, 荊芥, 防風. 補心淸心藥으로 麥門冬(去心), 石菖蒲, 蓮子肉, 日黃連. 解鬱除火疏導劑로 香附子, 烏藥, 陳皮, 白朮, 白茯苓, 梔子, 木香, 白荳蔲, 貢砂仁. 通經去痰回復劑로 桂枝, 烏藥, 威靈仙, 半夏, 黃耆, 人蔘(경우에 따라서는 附子도 사용하는 수가 있다.) ④鍼治療法: 고혈압에는 施鍼하지 않고 中風의 경우에 한하여 간단한 침을 시술하여 痲痹를 푸는데 도움을 준다. 太衝, 太白, 三里, 曲池, 陽鷄, 陽谷 등. -
연매출 3억 이하 한의원 등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0.5%로 인하한의원을 포함한 연매출 3억원 이하 220만개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0.8%에서 0.5%로 0.3%p 인하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은 내용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영세 가맹점이 적용받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에 따라 ▲3억원 이하 0.8% ▲3억~5억원 1.3% ▲5억~10억원 1.4% ▲10억~30억원 1.6%인데, 이를 ▲3억원 이하 0.5% ▲3억~5억원 1.1% ▲5억~10억원 1.25% ▲10억~30억원 1.5%로 0.1~0.3%p 낮춘다는 내용이다. 체크카드는 현재 연매출 기준 ▲3억원 이하 0.5% ▲3억~5억원 1.0% ▲5억~10억원 1.1% ▲10억~30억원 1.3%인데, 이를 ▲3억원 이하 0.25% ▲3억~5억원 0.85% ▲5억~10억원 1.0% ▲10억~30억원 1.25%로 0.05~0.25%p씩 각각 인하한다. 이번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2022년 1월 31일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적용된다. 이번 재산정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커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당정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 가맹점 중 96%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추산된 수수료 부담 경감 규모는 4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연매출 2억원인 가맹점의 경우 연간 수수료 납부액이 종전 145만원에서 87만5000원으로 약 57만5000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연매출 3억~5억원인 가맹점은 490만원에서 415만원으로 75만원 줄어든다. 한편 정부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적격비용, 즉 원가에 기반한 적정 가격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매번 수수료를 인하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다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카드 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 조정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우대수수료율은 영세한 규모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보다 많이 경감되도록 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한의학정신건강센터 & 정신건강 ⑪서효원 학술연구교수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균형과 조화: 최적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 작은 자극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자극에 반응하더라도 평상시 상태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회복력을 우리 모두 타고난다. 하지만 역치 이상의 힘을 가해 용수철을 잡아당기면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지 못하는 것처럼, 회복력을 잃게 되면 한번 시작된 반응이 사그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거나 아예 고착화되어 증상으로 나타난다. 한방신경정신과를 찾아오는 환자들도 역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체력이 떨어지면서” 병이 시작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갱년기 화병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화병의 양상 외에도 심리적 스트레스 자극에 대한 예민한 반응, 감정조절의 어려움 등 심신의 균형과 조화가 깨진 것을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마음의 변화는 몸의 변화보다 훨씬 빠르고 변화폭도 넓기 때문에 신체건강을 유지하는 것보다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한의학적으로 최적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균형과 조화’가 핵심이 된다. 몸과 마음의 조화 한의학 고전에서는 심(心)과 기(氣)를 주로 몸과 마음의 매개자로 설정하고 있다. 『황제내경·소문』에서는 “마음을 고요하고 담백하게 하여 비우면, 진기가 그에 따라 생기고, 정신이 안에서 지키는데, 병이 어떻게 오겠는가?(恬惔虛無, 眞氣從之, 精神內守, 病安從來.)”라고 하여, 마음의 평안은 신체건강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마음의 불안정이나 정서적 변동은 기(氣)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체적인 병증을 유발한다. 『내경』에서 “지나치게 화를 내면 기가 올라가고(氣上) 너무 즐거워하면 기가 늘어지고(氣緩) 너무 슬퍼하면 기가 소모되고(氣消) 너무 두려워하면 기가 아래로 가라앉고(氣下) 너무 차가우면 기가 수렴만 되고(氣收) 너무 뜨거우면 기가 빠져나가고(氣泄) 너무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지고(氣亂) 너무 과로하면 기가 없어지고(氣耗) 이런저런 생각이 많으면 기가 맺힌다(氣結)”고 말한 구기증이 바로 그러한 결과물이다. 즉, 마음(心)이 안정되고 기(氣)가 조화로워서 신체적 증상이나 질병이 없는 것이 바로 몸과 마음의 균형이 유지되는 상태이다. 이런 최적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는 마음이 잔잔한 호수면과 같아 감정이 요동치지 않는다. 마음이 산란하고 감정의 편차가 나타나는 것은 몸과 마음이 현재 조화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개인과 자연과의 조화 개인 차원에서 몸과 마음의 내적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사람과 자연과의 조화, 즉 천인상응(天人相應)이다. 자신을 둘러싼 외계(外界)와 교류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써 살아가기 때문이다. 『황제내경·영추·본신편』에서는 인지과정을 심의지사려지(心意志思慮智)의 순서로 설명하면서, 인지의 첫 단계는 사물에 마음을 두는(任物) 심(心)이라고 했다. 『예기·대학』에서도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 한다”고 하였을 정도이다. 만약 관심사가 내적 세계에만 함몰되어 있거나,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면 그 사람은 외부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혼자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외부세계, 특히 자연환경과의 교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언제든지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규칙성, 의연함은 언제나 인간에게 큰 감명을 준다. 개인과 사회 사이의 조화 『동의수세보원·사단론』에서는 “호연지기(浩然之氣)는 간장, 폐, 비장, 신장에서 나오고 호연지리(浩然之理)는 마음에서 나온다. 인의예지(仁義禮智) 같은 사장의 기운을 넓혀서 채운다면 호연지기는 여기에서 나올 것이요, 비박하고 탐나한 마음의 욕심을 분명하게 가려낸다면 호연지리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맹자가 말했던 사단(四端)과 호연지기를 거듭 강조하였다. 한의학 의서에는 사회적 인간상에 대해 서술된 내용이 비교적 많지 않으나,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유학에서는 군자(君子), 대인(大人)과 같은 사회적 도덕성을 지닌 사람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서 구체적으로 제시해왔다. 유학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규범은 대인관계로부터 빚어지는 갈등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원천적으로 갈등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유교적 가치는 매우 수준 높은 사회기술(social skill)에 해당한다. 사회생활을 행함에 있어 미성숙하다면 대인관계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반복적인 대인갈등은 만성적인 긴장과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된다. 단계별 균형과 조화를 위한 접근이 필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신건강을 위한 균형과 조화에는 여러 차원이 존재한다. 환자들이 어떤 레벨에서의 문제가 원인이 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정신과 임상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몸-마음, 개인과 자연, 개인과 사회 사이의 조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그래서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는 이러한 한의학의 지혜와 관점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신규 한의심리평가도구를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 면담 및 자기보고식 평가 결과를 종합하여 환자가 어떤 영역에서 균형 상태에서 벗어나있는지, 어떤 부분을 해결해주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다음은 각각의 문제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균형과 조화라는 측면에서 정신과 환자들을 바라보는 것은 기존 정신의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이 될 수 있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 보통 상담, 명상, 기공 등과 같은 비약물적 요법들은 병의 종류, 중증도에 따른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는 ‘만병통치약’식의 접근을 해왔다. 하지만 본 센터에서는 화병과 우울증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도록 연구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으로서 분노 반응은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분노에 대한 평가·분석 및 치료에 대한 표준적인 알고리즘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가 그리는 미래 한의학정신건강센터에서 분노사회의 해결을 위해 국민, 국가, 한의사를 대상으로 그리고 있는 궁극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들이 정신적인 고통(특히 분노)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한의학의 지혜를 활용하고 한의약을 이용하는 것. 둘째, 한의사들이 더욱 발전된 한의 진단 및 치료 기술을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영역에서 활용하는 것. 셋째, 국가에서 치매안심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같은 정신건강을 위한 공공의료 체계에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 향후 5개년(2022~2026년)에 걸쳐 이와 같은 이상향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본 센터의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될 것이다. 첫 칼럼에서 화병과 우울증 환자들이 힘들 때 한의원부터 먼저 방문하고 한의약을 통해 행복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통념을 깨는 연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한의계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연구를 지속해나가겠다. -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고 희망이지 않겠는가?”이재수 원장 이재수한의원 “위드 코로나 멈춘다.” “다시, 일상이 멈춘다.” 지난 16일 일제히 일간신문 1면에 게재된 언론 내용이다. 지난 18일부터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최대 4명으로 제한되고 유흥시설과 식당 등 각종 상업시설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됐다. 설상가상으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코로나19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의 급증으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현실에 맥이 빠진다. 위드 코로나 45일만에 ‘고강도 거리두기’로 접어들어 우리의 일상이 멈춰 버렸다.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의 그림자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2021년 12월 달력도 달랑 한 장 남은 지금, 차가운 밤거리 캐럴송이 사라진 듯 너무나 고요하다. 밝은 가로등 불빛만이 회색 도시를 비추고 있다. 이제껏 우리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숨가쁘게 내달리면서. 마음마저 위축되고 피로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사람들은 제각기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고마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하지만 못다 한 후회나 아쉬움도 회한으로 남아 이 모두를 슬픈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갈 것이기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어찌 이토록 힘들게 할까 서글픈 마음마저 흐느낀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일은 기쁘거나 괴로운 고락(苦樂)의 롤러코스터에 얹혀 굴곡진 삶을 운명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넋 놓아 망연자실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차가운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채소 파는 아줌마. 굽어진 등에 무거운 파지를 싣고 힘껏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 왠지 이러한 모습들이 낯설지가 않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파리 하나 없는 가로수만 가득한 추운 거리에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니, 따뜻한 사랑이 더욱 그리운 계절임을 실감한다. 며칠 전 김강태(1950~2003) 시인의 시 ‘돌아오는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얼마 전 한의원에 내원한 의료 업자에게 후배 한의사의 근황을 물으니 “다들 힘들어 합니다. 그리고 직원 하나 있는 데는 없이 원장 혼자서 진료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원장님은…늘 바쁘신 게 보기 좋습니다” 하지 않는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우리 모두 생활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며 난리들이다. 이제 마스크 착용한 지도 어언 2년이라는 세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서 최근 오미크론 변이까지 덮치니 상실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빨리 일상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애간장이 탄다. 지금 세상은 이렇듯 힘들고 어지러운데 사람도 춥고 날씨마저 추운 계절이기에 따뜻한 마음이 그립다. ‘춥지만 우리 이제’라며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려는 시인의 얘기처럼 희망은 그저 채소 한 단 사주는 일이라고 넌지시 풀어 놓는다. 난장에 앉은 아줌마는 마지막 남은 채소마저 다 팔아야 비로소 자리를 뜰 것이다. 어서 따뜻한 집에 들어가길 바라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라고 시인은 돌아오는 퇴근길에 묻는다. 채소 한 단을 희망 한 단으로 에둘러 부른다. 이렇게 차가운 겨울날 12월의 끝자락에서 따뜻한 온기마저 전해온다. 세상이 환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시인의 얘기처럼 희망 한 단 사주는 일과 같이, 이렇게 쉬운 것도 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을까. 진정 희망은 그렇게 멀기만 할까?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때 너무나 큰 것을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고 희망이지 않겠는가.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 나보다 어려운 이를 생각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일이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희망은 먼저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
“한의약 강점 살리기 위해 과학화 추진은 필수”[편집자 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달 23일 보건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표창을 수여하는 ‘2021 보건의료기술진흥유공자 정부포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한의계에서는 한국한의약진흥원 백미은 선임연구원이 조제한약의 위해요소 모니터링을 통한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한 공을 인정받아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백미은 선임연구원은 식품생물공학을 전공한 뒤,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전자선을 이용한 한약재의 위생화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을 썼으며, 농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다. 수입식품검사기관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한의약진흥원 품질인증센터에 입사한 그는 한약재 및 한약제제의 수입통관검사, 규격품검사, 검사명령검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약재 안전관리에 관한 여러 국책과제를 수행한 바 있으며, 2019년부터 원외탕전실 조제탕약의 품질관리 기준 설정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시험검사기관 검사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로부터 장관 표창 수상 소감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Q. 한의약 그리고 한의약진흥원과의 인연이 시작된 계기는? 약 7년 동안 수입식품검사기관에 근무한 이력으로 2010년 보건복지부 연구사업 ‘한약재 품질검사시스템 구축방안사업’의 위촉연구원으로 참여해 우수한약재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한약재 제조시설의 품질관리자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 후, 2011년에 품질인증센터의 검사원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한약재 및 한약제제, 조제탕약의 안전성 강화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Q. ‘2021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10년간 한의약의 발전과 국민건강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한 것이 이렇게 인정을 받게 된 것 같다. 보람되고 기쁘다. 수상을 하기까지 유통한약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는 품질인증센터에서 한약재 제조사의 품질관리자 교육업무를 맡았고, 2018년부터 몽골, 베트남, 라오스의 전통의약품질관리자 연수를 진행해 한국한의약진흥원이 2020년에 WHO 본부로부터 전통의학협력기관으로 지정받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또, 한약 품질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최신분석기술을 적용해 조제탕약의 위해물질 분석법을 정리했고, 조제탕약의 품질모니터링을 1000건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업무들의 담당자로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유통한약의 품질 향상에 보탬이 되고, 국내 한약품질관리기술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로 선정됐던 것 같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한의약의 강점은 무엇인가? 한의약은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임상데이터가 강점이며, 이것이 하나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한의약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할 수 있다. 임상데이터에 과학적 근거가 보완되고, 최신기술을 접목해 과학화에 집중한다면 한의약에 대한 국민 신뢰도 향상은 물론 한의약 저변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의약은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전통이라는 명목 하에 임상데이터를 그대로 보존하고자 한다면 이는 강점이 아닌 단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는 한의약의 과학화를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 탕약현대화를 위한 탕전실 조제탕약의 안전관리사업이 최신분석기법을 적용한 과학적 접근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다. Q. 의약품 품질관리 전문 인력 양성에 일조를 했다고 들었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실습 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한약재 GMP 제조사의 품질관리자 교육을 진행했다. 이론교육 강사로서 관련법, 품질관리 이론을 강의했었고, 품질인증센터에서 실습교육도 병행했다. 국내 실습교육에 이어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소(WHO WPRO)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관한 개발도상국의 전통의약품질관리기술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첫 해, 몽골 전통의약연구원 3인이 연수를 왔을 땐 연수 커리큘럼을 직접 계획하고, 영문교재도 제작하는 등 사전준비를 비롯해 숙소예약, 식사, 통역까지 착실히 수행했고, 연수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한국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주말에는 그들과 함께 대구 팔공산과 경주 등을 방문해 한국의 명소를 소개시켜 줬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할 부분들이 많았지만,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Q.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2020년 11월부터 첩약의 건강보험적용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한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탕약품질모니터링 사업의 중요도도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탕약품질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탕약의 위해물질 오염도를 파악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조제탕약의 품질관리 기준을 설정해 탕약의 안전성을 제고한다면 첩약의 건강보험적용의 안정적인 시행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탕전실의 품질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의약품 수준의 체계와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앞서 언급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한약재, 한약제제 시험검사기관의 검사원으로서 유통한약의 안전관리업무를 지속할 예정이며, 탕약품질모니터링이 원외탕전실 위주로 진행됐기에 한방병원, 한의원 등 원내탕전실로 확대시킬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한의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⑦[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8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12월 텃밭에서는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지역별로 차이는 나지만, 무를 땅에 묻어두는 곳이 있을 것이고, 추워서 11월에 이미 밭을 모두 정리한 곳도 있을 것입니다. 가을걷이 작물이 많아 너무 바쁠 때에는 겨울까지 수확을 미루어 두어도 괜찮은 작물이 있습니다. ‘뚱딴지’라 불리는 돼지감자와 생강과에 속하는 울금이 바로 그런 작물이죠. 땅이 얼어버릴 만큼 추우면 두 작물도 얼겠지만 그래도 울금은 같은 과에 속하는 생강보다는 추위를 더 잘 견딥니다. 특히 울금은 겨울철에 줄기와 잎이 시든 뒤 채취를 해야 약성이 더 좋다고들 합니다. 11월에 캔 생강은 생강청, 생강초 등을 만들고 내년 종자를 위해 조금 남겨둡니다. 그리고 12월에는 울금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울금은 살짝 찐 다음에 썰어서 말려야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리고 나니 노란빛이 선명합니다. 아무리 봐도 색깔은 강황입니다. 분명히 종묘상에서 울금 종자라고 해서 샀고 그런 줄 알고 키웠는데 말입니다. “울금이든 강황이든 무슨 상관이야. 카레에 들어있는 성분, 커큐민인가, 텔레비전에 나오던데 어혈도 풀어주고 밥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해.” 어머니는 키우신 작물의 이름보다는 어떻게 음식에 이용할까를 더 고민하십니다. “울금하고 강황은 성질이 다르다고 책에 나와. 내가 좀 알아볼게. 뭔지는 알고 먹어야지.” “탕약처럼 많이 넣지 않고, 음식이라 생각하고 조금 먹으면 되지. 크게 부작용 있는 체질 정도만 알아봐. 책 타령은 그만하고.” 어머니의 말씀처럼 책에서 배운 것과 현실이 다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강황과 울금은 친척 사이 중학교 시절 배웠던 생물분류체계 ‘종속과목강문계’의 쓸모를 한의학 본초시간에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과’에 속하는 생물은 대체로 비슷한 생태적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초학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 중 ‘동속근연식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같은 ‘과’, 같은 ‘속’이지만 다른 종이며 가까운 친척쯤 되는 식물을 말합니다. 강황과 울금은 그런 사이입니다. 한약자원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Curcuma’가 들어가는 약재로 쓰이는 식물은 5가지가 나옵니다. 강황과 울금만 친척이 아닙니다. ‘아출’이라는 약재도 같은 ‘속’의 약재입니다. 더욱 구분해야 하는 것이 늘었습니다. 한의원에 들어오는 한약재 강황, 울금은 인도산입니다. 원산지가 모두 동남아 열대지방이니 그 지역에서 나는 약재가 효능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울금은 재배되고 있습니다. 기후가 다르다 보니 그 수확 시기나 색, 형상에 차이가 날 수 있지요. 그래서 저희 텃밭에서 울금이라고 해서 키운 작물이 더 의심스럽습니다. 울금과 강황은 모두 구근 식물에 속합니다. 구근 식물은 알뿌리가 있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얼핏 보면 마치 양파처럼 생긴 것이 뿌리에 달려 있지요. 우리말로는 알뿌리 식물이라고 합니다. 이 구근 식물은 구근의 모양에 따라 인경(비늘줄기), 괴경(덩이줄기), 구경(구슬줄기), 근경(뿌리줄기), 괴근(덩이뿌리) 이렇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울금은 식물의 괴근(塊根)부위 즉 줄기 밑에 바로 붙은 뿌리부위로 그 성질이 찹니다. 그에 비해 강황은 성질이 따뜻한데, 뿌리처럼 보이는 땅속 줄기의 특수 형태인 근경(根莖)에 속합니다. 울금과 강황은 같은 구근 식물이지만 기원 식물은 다른 종입니다. 단지 동속근연식물이니 큰 문제가 없어 국내에서는 같은 식물로 여기며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저희 텃밭 식물의 정체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항산화물질 커큐민이 들어 있어 몸에 좋아 “울금, 강황 둘 다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어? 그걸 아는 게 더 중요하다니까.” 어머니의 재촉에 머릿속 한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했습니다. “둘 다 ‘활혈거어’하거든. 그러니까 피를 잘 돌게 하고 어혈을 제거하는 약이거든. 그래서 어혈이 없는 사람은 먹을 필요가 없겠지. 임산부는 신중히 사용하라고 책에 나와. 그거 말고는 특별한 금기증은 없는 것 같아.” “커큐민이 항산화물질이어서 몸에 좋다니까. 그냥 조금씩 먹자.” 어머니가 보셨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알려준 커큐민(Curcumin)은 울금 강황이 포함된 ‘속’을 뜻하는 ‘Curcuma’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어 나온 것일 겁니다. 모든 자료를 다 찾아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한 책서생 저의 결론은 ‘어머니가 조금씩 주시는 대로 음식으로 먹자’입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울금이라고 키웠지만 강황인 것 같은 그 식물 가루를 넣어서 지은 밥과 토란국입니다. -
“탈북민 여성 고통 보고 한의원에 도움 요청”[편집자주] 본란에서는 2021 한의혜민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허남윤 강원도한의사회 봉사단장에게 특별상을 수상한 소감과 봉사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 한의학에 대한 평소 생각 등을 들어봤다. 허 단장은 경찰 재직 당시 한의 치료를 받았던 계기로 한의계와 인연을 맺게 됐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강원도한의사회 봉사단장을 맡고 있는 허남윤이라고 한다. 범인을 잡다 발목을 크게 다쳐 한의원 치료를 받던 중 공이정 원장님이 봉사 활동을 함께 하자고 해서 봉사를 시작했다. 봉사단에서 단장을 맡아 외부단체 섭외를 담당하고 진료시에는 환자 안내와 접수 등을 맡고 있다. Q. 특별상을 수상한 소감은? 큰 상을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이 상은 저 혼자가 아닌 강원도한의사회 의료봉사단 단원 모두에게 주는 상이다. 단원 여러분에게 공을 돌리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봉사에 임하겠다. Q. 봉사단장을 맡게 된 계기는? 경찰관으로 재직시 탈북민 여성이 구안와사병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제가 다니던 인덕한의원 공이정 원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흔쾌히 무료 치료를 해 주면서 봉사할 때가 제일 기쁘고 즐겁다고 했던 말이 제 마음을 울렸다. 봉사에 대해 고민하던 중 퇴직을 했는데, 저에게 같이 봉사활동을 하자고 하시며 봉사단장을 제안해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Q.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2018년도 태백 의료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침 일찍부터 많은 주민들이 방문해 백화점 개업식인줄 알았을 정도다. 3일간 1000여명 가까운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호전돼 이듬해 다시 한 번 봉사를 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 Q. 한의학에 대한 평소 생각은? 제가 경찰에 재직하고 있을 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문제로 수사를 해본 적이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텐데 왜 못쓰게 하는지 고민했던 경험이 있다. 한의학이 질병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체험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갖게 됐다. Q. 앞으로 봉사활동 계획이나 방향은? 강원도한의사회가 진행하는 의료봉사가 의료 낙후지역에 한의사 회원들이 더 많이 참여하도록 시·도에 행정지원을 이끌어 내는 한편, 한의사 회원들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 원장님들은 원내에서 진료를 하는 만큼 따로 시간을 내서 외부활동을 하는 일이 어려울 때가 많다. 단장인 제가 마을 면장·이장 등을 만나서 봉사 장소 섭외도 하고 준비도 하면서 강원도 내 의료 사각지대에 한의 봉사가 지속되도록 하겠다. Q. 봉사단장 외에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퇴직 후 진로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진로 지도 강의를 하고 있고 또한 원주 향교 수석장의(성균관 장의)와 강원도 유림대학원 학생회장을 맡아 인문학 발전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 앞으로 강원도민들에게 한의 봉사를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능력이 되는 한 봉사를 계속 하고자 한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의학의 목표는 질병 없는 세상일 것이다. 의학이 세상을 구제하려면 좋은 치료와 더불어 환자에게 위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세심한 손길로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학에 소통의 강점이 있다고 본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부모, 형제처럼 생각하고 꼼꼼하게 치료한다면 모든 한의사 회원들이 명의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더 많은 한의사들이 봉사도 열심히 해서 한의학을 더 많이 알리고 세상을 구제하는 명의가 되길 기원한다. -
“봉사, 의료인으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기본”[편집자주] ‘2021 한의혜민대상’ 시상식 특별상에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콤스타) 부단장 겸 연정회 명예회장인 이강욱 원장(녹수한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의료인의 봉사는 선행이 아닌 당연한 것임을 강조하는 그로부터 봉사활동의 의미와 특별상 수상 소감을 들어보기로 했다. Q. ‘2021 한의혜민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의계를 위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 상은 내가 콤스타와 연정회를 통해 진행했던 모든 활동 덕에 주어진 것이므로 두 단체의 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Q. 연정회, 콤스타에 소속돼 봉사활동을 펼친 지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학시절, 의료봉사 동아리에서 6년간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진 듯하다. 오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인으로서 봉사를 실천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또한, 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도움이 많았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나와 같이 의료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봉사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이다. 연정회의 경우, 내가 30대 초반의 젊은 한의사 시절이었던 95년도 전후에 한의학의 기본 이론을 다시 공부하기 위해 뜻이 있는 동료 한의사들과 연구모임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연구와 함께 의료봉사활동에 뜻을 같이하는 후배 한의사들이 연정회에 참여해 다양한 세미나와 국내외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나 환자가 있는가? 해외 의료봉사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1시간 이상 차로 이동하면 ‘아리랑요양원’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요양원에는 우리 한민족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말을 거의 잊은 고려인 3세 이상 되시는 분들이 거주한다. 이 분들은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은 그대로 갖고 있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아리랑요양원에 임시진료소를 오픈했고, 거동이 가능한 분들에 대한 진료를 실시했다. 임시진료소까지 움직일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를 선택했다. 당시 많은 분들께서 “다시 와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셨고, 이에 “꼭 다시 찾아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찾아 뵙지 못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의료봉사가 중단된 상태다.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돼 아리랑요양원을 방문하고 싶다. Q. 봉사활동 시,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고 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활동을 하면서 주위 동료나 후배들에게 종종 “우리가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희망을 얻고, 위로 받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위로를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의료인 그리고 한의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Q. 본인에게 ‘봉사활동’은 어떤 의미인지? 각자 사람들마다 ‘봉사’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나에게는 ‘힐링’이고 ‘휴식’이다. 일상과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항상 곁에 있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봉사다. Q. 동료 한의사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언제든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 가지 개인들의 상황들이 있겠지만 일단 시작하게 되면 내재돼 있던 나눔이 발현될 것이다. 한 번 활동을 해본 후, 그 이후의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봉사활동은 의료인의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Q. 향후 계획은? 코로나19가 진정되어 활동함에 있어 자유가 보장된다면 해외의료봉사를 가장 먼저 떠날 계획이다. 이제까지 해왔던 일상이기에 다시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KOICA에서 진행하는 해외의료지원단 사업도 해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하려면 건강이 우선돼야 한다. 열심히 운동하고 어학공부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끝으로 ‘2021 한의혜민대상’ 시상식에 초청해줘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또 한의사 회원 분들에게 봉사활동은 멀리 있지 않으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 또한 한 걸음만 옆으로 나가면 누군가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이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직접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후원해주는 방법도 있다. 콤스타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으니 조금만 관심을 갖고 후원도 해주면 좋겠다. 이제 2021년도 끝이 보인다. 항상 건강하고 2022년도에는 더 큰 행복이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