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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221)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이향견문록』은 조선후기 유재건(劉在建, 1793〜1880)이 인물들의 행적을 기록한 인명록이다. 저자 유재건은 가세가 몰락해 서리 계급으로 전락한 인물로서, 시문에 능하여 서리로 규장각에 봉직하면서 『열성어제』를 편찬했고, 개인적으로는 『법어』와 『풍요삼선』을 편술했다. 『이향견문록』의 구성을 보면 권1은 학행, 권2는 충효, 권3은 지모, 권4는 열녀, 권5·6·7은 문학, 권8은 서화, 권9는 잡예(의학·바둑·음악·주술), 권10은 승려·도류의 순으로 분류해 인물의 행적을 적고 있다. 이 내용 가운데 권9의 醫師를 담고 있는 부분에서 ‘同樞 李喜福’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동추 이희복의 자는 자후이며, 유복자로 태어났다. 공은 어머니가 병이 많았기 때문에 『景岳全書』를 읽어 그 이치를 깊이 깨달아 큰 처방을 써서 효험을 보았고, 어머니는 장수를 누렸다. 내(저자 유재건)가 소시적에 의술에 뜻이 있어 때때로 공을 찾아가 의논하면, 공은 늘 이런 말을 하곤 하였다. ‘張景岳의 고견은 丹溪와 河間의 허물을 씻었으니, 명나라 제일의 良醫이다.’ 대개 공의 의술은 腎臟을 보호하는 것을 위주로 했는데, 인삼과 숙지황을 세상 잘 다스리는 어진 재상으로 大黃과 附子를 어지러운 세상에서의 유능한 장수로 여겼다. 공이 쓴 『傳忠錄』과 『求正錄』 등의 책은 모두 『素問』과 『靈樞』에 근본을 두었고, 동상에 관한 처방은 張仲景을 위주로 한 것이다. 근년에 장중경의 책을 사와 그 책의 처방을 쓰는 이들이 많은데 큰 효험이 있다고 한다.”(이상 번역문은 이상진 해역, 『이향견문록』하권, 자유문고, 1996을 전재함) 위의 글에서 우리는 『景岳全書』를 전문으로 연구해 환자를 진료한 조선후기의 의사인 이희복이란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이희복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기에 더 이상의 내용을 알아내기에는 부족하지만 위의 내용만 가지고 볼 때 이희복은 『경악전서』를 바탕으로 의사를 한 인물로 파악해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유재건은 장경악의 의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서술하고 있다는 면에서 조선후기 장경악의 의술을 바탕으로 하는 의학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후기에 장경악의 학술적 영향은 이 시기 주도적 의서인 『제중신편』(1799년 어의 강명길 출판)과 『방약합편』(1885년 아들 황필수가 부친 황도연의 연구를 정리함) 등에 고르게 나타난다. 게다가 근현대 한의사인 洪鍾哲(1852〜1919)은 “『景岳全書』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현대화에 힘쓴 醫家”로 손꼽히고 있다. 장경악은 人蔘, 熟地黃, 附子, 大黃의 운용을 중시했다. 장경악은 “무릇 人蔘, 熟地黃, 附子, 大黃은 실로 약 중의 四維이니, 병이 위험한 형세에 이르러 庸醫가 능히 구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할 때 이 네 가지 약이 아니면 투여할 수 없는 것이다.”(『景岳全書.本草正』)라고 했다. 그는 人蔘, 熟地黃을 세상을 다스리는 훌륭한 재상에 비유했고, 附子, 大黃은 전란을 평정하는 훌륭한 장수에 비유했다. 일찍이 청강 김영훈 선생(1882〜1974)은 한국에서 『의학입문』, 『경악전서』, 『동의보감』의 세가지 서적을 모두 중요하게 다뤘는데, 이것은 『경악전서』를 한국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인류세의 한의학 <5>김태우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 저자 언어에는 생각의 방식이 녹아 있다. 단어 하나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공명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는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언어적 인간이라는 말은, 단지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를 넘어, 그 함의는 깊고, 넓다. 언어를 통해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언어에 내재한 생각의 방식이 우리의 상상력과 행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어떤 생각의 방식이 규정되어 있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어를 굴려 문명을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우리가 언어에 굴림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를 말해주듯이, 어떤 시대에 주로 회자되는 말들은 그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말해준다. 인류세가 하나의 시대라면 인류세에 주로 사용하는 말들은 그 시대에 대해 말해준다. 특히, 인간의 바깥을 지칭하는 말들과 그 말에 내재한 생각들을 돌아보는 것은 인류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기후,’ ‘지구,’ ‘대기,’ ‘온실가스’ 등이 그러한 말들이다. ‘환경’도 그 중의 하나다. ‘환경’위기는 기후위기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변화도 혼용되곤 한다. 말할 것도 없이 ‘환경’은 인류세의 키워드이다. 인류세의 문제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환경’에도 어떤 생각의 방식이 이미 규정되어 있다. 환경은, 글자 그대로 둘러싸여 있는[環] 지대[境]를 가리킨다. ‘국경’할 때 사용하는 경(境)자를 써서 그 지대가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것에 의해 둘러싸여져 있는 것은, 물론 사람이다. ‘환경’에는 차별화되는 구역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경계와 나눔이라는 생각의 방식이 내재해 있다. 환경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방식을 따라하고, 반복한다. 환경(environment)은 번역어다. 19C 말 일본에서 번역되었다. 봉투(envelop)와 같이 내용물을 덮고 있거나, 싸고 있다는 의미를 통해, 안의 내용물과 주변을 나누어서 말하고 있다. “환경”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우리 인간을 둘러싼 배경을 연상한다. 환경은 배경이고 인간은 주인공이다. 공부 환경, 사무 환경이 중요하지만, 공부 자체와 사무 자체를 위해 중요할 뿐이다. 환경은 조연이고, 무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따로 있다. “천인상응”이라는 말에는 다른 생각의 방식이 들어있다. 천은, 환경과 같이 인간의 바깥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천인상응에서 천은 인간과 떨어져 있지 않다. 상응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응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응한다는 것은 응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 관계없는 것들이 “서로(相) 응할(應)” 수는 없다. 응한다는 것은 이미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천과 인이 관계 속에 이미 존재하고, 또한 그 관계가 어떤 힘들과 조건에 의해 다시 서로 응한다. 뜬금없이 “천인상응”을 끄집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상응”과 같은 생각의 방식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최근, 인간 대(對) 환경과 같은 경계가 있는 사유를 떠나기 위해 새로운 시선을 담지한 언어들이 제안되고 있다. 그중에 상응과 유사한 생각을 담고 있는 말이 인터라-액션(intra-action)이다. 이 용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산타클루즈) 교수인 캐런 버라드(Karen Barad)가 제안한 말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학자의 한 사람인 버라드는, 양자역학을 연구한 물리학자이면서, 양자역학에 내재한 생각의 방식을 가져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기저에 놓인 이슈들을 논한다. 그가 제안하는 인터라-액션(intra-action)에는, 상호작용으로 번역되는 인터액션(interaction)에 내재한 생각의 방식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인터액션은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항들을 전제하는 말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증명하는 세계의 현상은 결코 떨어져 있는 항들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회절하는 관계 속에서 물(物)들은 존재한다. 인터라-액션은 단지 인터렉션이라는 단어 하나에 국한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우리 시대 생각의 전제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이다. 거리를 두고 나뉘어져 있는, 각각의 개별 물체를 상정하는 사고의 습관을 떠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익숙한 사고의 습관 속에서 그동안 우리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환경을 분리해서 바라보았다. 인터라-액션은 그와 같은 사고 습관을 넘어서기 위한 제안이다. 또한, 기존의 생각을 넘어설 때 열리는 물들에(인간을 포함하여) 관한 새로운 논의 가능성을 위한 제안이다. 인터라-액션과 같이, 천인상응에는 인류세의 주된 언어들의 방식과는 다른 생각이 들어있다. 천인상응은 인류세의 실상을 직시하는데 도움이 된다. 천인상응은, 만물이 이미 관계되어 있고, 또한 세계의 현상이 응함의 문제라는 것을 말한다. 인류세의 문제도 응함으로 바라볼 수 있다. 화석연료 태우기 같은, 인간의 활동이 하늘에 응하는 것이 인류세다. 그 하늘이 다시 인간에 응하며 우리는 위기를 맡고 있다. 이미 연결되어 있는 “서로 응함”의 관계이므로, 인간의 태우기는 하늘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에도 바로 응한다. 이것이 기후위기의 정황이다. “환경”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환경에 내재한 경계와, 나눔의 생각의 방식을 기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환경과 인간 사이 떨어진 거리를 상정하지 않고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환경”이라고 말할 때 이미 환경은 멀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 언어가 사용되는 시대의(인류세와 같은) 시선에 관한 문제다. 환경과는 달리 천인상응에는 주인공과 배경이 따로 없다. 서로 응하는 존재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세계다. 천인상응에서, 천인보다는 상응에 방점이 있다. 천인은 하나의 예시이고, 그 자리에 다양한 만물이 들어갈 수 있다. 천인이 거창한 것도 아니다. 천과 인 사이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다.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하늘, 즉 육기(六氣)가 흐르는 하늘은 지표로부터 20km 이내다. 지구반지름이 6400km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하늘과 사람은 접해있는 형국이다. “서로 응하는” 관계에 있다(이에 관해서는 “크리티컬 존과 천인상응”이라는 주제로 다음 연재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다). 동아시아의 몸과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하늘과 인간은 분리되기 힘들다. 생명의 하늘과 생명의 몸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도 사시가 있고 몸 안에도 사시가 있다. 몸 밖에도 육기가 있고 몸 안에도 육기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천(天)은 단지 대기가 아니다. 생명이 가득 차 있는 장소다. 인간과 같은 생명들은 이 생명의 꽃밭을 떠날 수 없고, 그러한 분리된, 개별적 존재를 상상할 수 없다. “환경위기”는 인간이라는 개별자에 너무 강한 방점이 찍힌 인류세의 증상이다. 이 환경과 떨어진 개별자는 뿌리 없는 존재처럼 탄소 태우기를 해왔다.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온이 올라가는 그 장소가, 내가 뿌리 박고 있는 바로 그 땅임을 새삼 상기하는 시대가 인류세이다. 천인상응을 말하는 것은 철지난 유행어를 꺼집어 내는 것이 아니다. 인류세라는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는, 그동안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대이다. “상응”의 관점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대가 인류세이다. 부름을 받는 말이다. 르네상스도 과거의 지혜를 다시 소환하여, 당시 인류가 봉착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었다(르네상스는 문예부흥으로 번역되지만, 실제 의미는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가진다). 르네상스가 다시 불러낸 것은, 신에 의해 인간들의 존재가 규정받고 있는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그리스·로마의 인본주의였다. 신들이 중심에 있는 중세의 언어로 그 시대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른 언어가 필요했기에 중세 이전 시대의 말들과 생각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은 인본주의 시대의 끝에 봉착해 있고, 그 증상이 인류세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포스터휴먼 시대에 (버라드는 포스터휴머니즘의 대표적 논자 중 한 명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의 생각의 방식을 소환할 수 있다. 인터라-액션과 일맥상통하는, 천인상응은 지금의 인류세에 부름을 받는 말이다. 그 말 속의 생각이 인류세에 필요하다. -
한의협, 전국한의과대학 졸업준비위원회 대상 간담회 개최 -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어디까지 왔나? <3>김동일 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김동일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부터 한의 표준임상경로에 대한 정의 및 필요성, 개발 절차, 임상에서의 활용 의미 등을 부인과질환을 중심으로 들어본다. CP란 무엇인가? ‘표준임상경로’(Clinical Pathway, 이하 CP)는 진료과정이 비교적 일정하면서 예외적인 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질환을 대상으로 명확한 목표에 따라 진료의 순서와 행위의 적용 시점을 미리 정해 둔 표준화된 진료과정을 의미한다. 이것은 특정 질환에 대한 진료의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하므로 의료기관에 속한 구성원들의 시기와 상황에 따른 역할과 절차를 담고 있고, 그것을 환자에게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한 것이다. 한의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환자 중심의 치료 지향적인 진료를 통한 공공성 확대와 예방의학적 특성과 맞춤의학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다소 상반돼 보이는 작업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그간 이뤄진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 CPG)의 개발과 보급 노력은 공공성 확대에 방점을 찍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임상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맞는 표준적인 진료절차와 상황별 진료계획표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표준적인 진료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은 것이 CP인 것이다. CP는 왜 고안되었을까? 원래 CP는 ‘임계경로’(Critical Path)로 번역되는 산업공학 용어이며, 1950년대에 듀폰트(Dupont)사가 최소비용 적용과 공기단축을 위한 선형계획을 수립하고 분석하면서 정립된 개념이다. 따라서 서구에서 1980년대부터 의료시스템에 CP를 도입한 것은 입원환자에 대한 환자군 분석에 따른 적정 수가모델 도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즉 각기 다른 개별적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병진단에 따라 분류하고 계획된 표준적 진료를 적용함으로써 의료비용을 통제하면서도 의료의 질은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New England Medical Center에서 최초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CP와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 환자분류체계와 의료수가지불체계다. 특히 ‘진단명기준 환자군’(Diagnosis-related group, 이하 DRG)과 DRG에 근거해 진료행위가 아닌 질환 중심의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포괄수가제’가 CP의 배경이며,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이것은 포괄수가의 구성요소가 결국은 표준적인 임상진료와 관련된 모든 행위이기 때문이다. 입원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포괄수가제는 DRG 분류체계를 이용해 입원환자의 진료비를 보상하는 제도로서 입원기간 동안 제공된 검사, 수술, 투약, 간호중재 등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과 무관하게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적용하게 된다. 이때 기준행위와 수가는 CP의 제반 절차에 따른 행위와 가치에 따른 수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CP의 이점과 개발 절차는? CP는 미리 계획된 진료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 환자의 알 권리와 진료 만족도를 제고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표준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진료과정의 오류 및 합병증을 감소시켜 환자 안전 수준을 높인다. 그리고 표준화된 치료를 계획하면서 불필요한 중복업무를 간소화하고, 진료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증진해 업무의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진료와 진료 지원업무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평가기준을 CP 내용에 반영해 의료정책과 관련된 질 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재원기간 단축 △병상가동률 증가 △보험삭감률 감소 등의 의료기관 경영 측면의 이익도 함께 가져다준다. 이렇게 CP는 최선의 진료를 환자에게 적용하고, 진료과정의 변화를 거친 표준화를 통해 업무를 향상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진료 결과의 향상에 이바지한다. 그러므로 CP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상 질환이나 임상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의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진료와 진료지원에 종사하는 의료기관의 구성원이 고루 참여하는 다학제적 개발진 구성, 평가와 그 결과 반영을 통한 개정 절차 등이 수립돼야 한다. 한의 진료에서 CP의 개발과 적용의 의미는? 필자는 부인과 영역의 급성 갱년기장애 증상인 안면홍조·수족냉증·월경통에 대한 CP 개발 및 적용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개발된 CP는 개발의 전제인 ‘예외상황(변이)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감염병이나 수술과 관련된 질환이면서 적용 관리가 수월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변이가 발생 가능성이 큰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급성 염좌 같은 질환을 제외한다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에서 다루고 있는 한의계의 주요 상병이 대부분 그러한 실정이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는 질환별 표준임상경로(CP, Critical Pathway) 가이드라인을 개발·배포하고, 모니터링, 성과평가 및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만성질환에 대한 외래진료 위주인 내과 영역과 가정의학과 영역에는 CP가 제시돼 있지 않다.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난소종양제거술, 복강경하 자궁부속기절제술, 요실금, 자궁경부 환상 투열절제술, 자연분만+신생아, 제왕절개수술+신생아 등 총 6개 주제가 개발돼 있다. 이들은 모두 수술과 입원 상황을 다룬 것이다. 따라서 한의 CP는 내원(재원)일수 단축이나 의료비용 절감과 같은 일반적 CP 평가 항목을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환자 만족도 제고와 CP 적용 준수에 따른 치료율 개선 등을 목표 설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적용 환경이 외래진료라는 역동적인 상황으로 인해 CP 준수율이 저하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러한 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PG 기반의 CP 개발과 적용은 환자 중심의 치료 지향적인 진료를 통한 한의진료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것이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2>정행규 본디올 홍제한의원장 동의보감의 신형문 부양노에 큰 병을 앓은 후 식욕이 부진한 노인에게 증손백출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노인의 식욕부진에는 주로 증손백출산을 쓴다. 임상에서 보면 노인의 식욕부진은 대병 후 뿐만 아니라 우울증이 있거나, 항생제나 관절약을 복용한 경우, 당뇨약을 복용해도 온다. 그러므로 노인의 식욕부진에 이런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약을 쓰면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첫째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의 증상은 주로 무기력, 불면, 식욕부진, 성욕부진이 나타난다. 노인이 우울하여 식욕부진이 오면 승양순기탕을 쓴다. 동의보감 神門의 탈영실정증에, 분노로 간을 상하고 사려로 비를 상하고 슬픔으로 폐를 상하여, 화가 동해서 열이 나고 원기를 상해서 음식 생각이 없으면 승양순기탕을 쓴다고 했다. 승양순기탕은 보중익기탕에서 백출을 빼고 화를 내리는 황백과 비위를 돕는 반하, 신국, 초두구, 생강을 가한 처방이다. 둘째, 감기에 걸린 후 항생제 복용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항생제는 감기가 바이러스성이 아닌 세균성일 때 쓰는데,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우므로 일단 투여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감기로 인해 코, 목, 기관지 점막이 약해져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서 항생제를 쓴다. 그러나 항생제는 장내의 유익한 균도 죽이므로 설사나 식욕부진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에는 피부발진, 두드러기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에는 인삼양위탕 가 시호·황금을 쓰면 효과가 좋다. 류마티스 관절염약(DMARDs)도 대부분 구역, 구토, 식욕부진, 설사를 유발하는데, 관절약을 복용한 후에도 식욕부진이 있으면 인삼양위탕 가 시호·황금을 쓴다. 셋째는 당뇨약의 복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인 당뇨약인 메트포민은 부작용으로 위장장애를 일으켜 식욕감퇴, 소화불량, 오심 등이 나타난다. 동의보감 소갈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갈증이 있을 때 가미전씨백출산을 쓴다고 했다. 가미전씨백출산은 사군자탕의 변방으로 사군자탕에 갈근, 곽향, 목향, 시호, 지각, 오미자를 가한 처방이다. 다음은 위와 관련된 치험례이다. 1. <우울증> 남자 88세 남00 (2021.12.24) 이 남자 노인은 얼굴이 넓고 비공이 보였는데, 탤런트 이순재씨와 유사한 형상이다. 키는 170cm에 체중이 70kg로 말랐다. 주소증은 식사를 못하고 살이 계속 빠지며, 기운이 없어서 잘 걷지 못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부인을 사별하고, 최근에도 가까운 분이 쓰러져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당뇨약이나 항생제 등의 복용력은 없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온 우울과 식욕부진으로 보고 승양순기탕을 15일분 투여했다. 복약 후 식욕이 돌아와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 <감기 후 항생제 복용> 여자 64세 함00 (2021.11.27) 이 여성은 얼굴이 각지고 관골이 크고 뱃골도 있는데 얼굴이 푸석했다. 1달 전 감기에 걸렸는데, 감기약도 먹어보고, 타 한의원에서도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는다고 했다. 식욕이 없고, 다리가 저리며, 맥은 좌맥이 긴성했다. 문진을 해보니 감기로 항생제를 복용했다고 했다. 항생제 복용으로 온 후유증으로 보고 인삼양위탕 가 시호·황금을 10일분 투여했다. 복약 후 식욕이 개선되고 다리 저리는 것도 개선됐으며, 원래 있었던 불면도 좋아졌다고 하여 같은 약을 다시 10일분 투여했다. 3. <당뇨약 복용> 여자 81세 성00 (2021.12.10) 이 여자 노인은 체격이 크고 단단하며, 탤런트 강부자씨와 유사한 형상이다. 이러한 체형을 형상의학에서는 ‘양명형’이라고 한다. 키는 160cm에 체중이 70kg로 비만했다. 주소증은 식욕이 없고 기운이 없으며, 몸이 깔아져 자주 눕고 싶은 것이다. 땀도 잘 난다고 한다. 같이 온 남편이, “식사를 잘 하던 사람이 요즘 통 식사를 못하고 기운을 못차리니 걱정입니다”라고 했다. 큰 병도 없고, 감기에 걸린 일도 없다고 해서, 더 알아보니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당뇨약의 장기 복용으로 온 식욕부진으로 보고 가미전씨백출산을 10일분 투여했다. 복약 후 식욕이 생기고 기운도 생겼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좋다고 하여 같은 약을 다시 10일분 투여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인 식욕부진의 치료에는 우울증, 항생제·관절약 복용력, 당뇨약 복용력 등을 꼭 체크한 후 처방을 해야 한다. 단순히 식욕부진만 보고 치료를 해서는 안된다. 더 고려할 것은, 노인이 치매가 있으면서 대변을 지리고 하지무력이 동반되며 식욕이 없다면 고진음자를 쓸 수 있다. -
“한의학 과학화 위한 영상의학의 이해 공유”대한한의영상학회(공동회장 송범용·고동균)가 근골격계(muskuloskeletal, 이하 MSK) X-ray 등 영상의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온라인 보수교육을 성황리에 종료했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이달까지 4차례에 걸쳐 개최된 MSK X-ray 온라인 보수교육은 이달부터 온라인 강의 플래폼 메디스 트림에서 상시 청강할 수 있다. 첫 강의에서 최유민 우석대학교 한방병원 침구 의학과 교수는 영상의학에 대한 임상 한의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X-ray intro, Fractures, OA, RA 등 X-ray 총론을 바탕으로 CT, MRI 등 다양한 영상 이미지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 강의에서 김석희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영상의학 교수는 척주 부위(Spine part) 강의를 했으며, 최유민 교수와 신민섭 부회장(원광대 한의대 영상의학 교수)은 각각 세 번째 강의와 네 번째 강의에 참여해 상지부위(Shoulder Girdle, Elbow, Distal forearm, Wrist, Hand)와 하지 부위(Pelvic Girdle & Proximal Femur, Knee Joint, Ankle and Foot)에 대한 강의를 이어갔다. 학회에 따르면 한의 임상에서 침구의학 재활의학 등 근골격계 질환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이번 근골격계 X-ray 과정은 한의계의 임상과정과 한의사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과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근골격계 MRI 입문에 앞서 영상의학에 대한 기초적인 과정 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의원 한방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본인이 검사받은 Xray, MRI 등의 영상자료를 제시하면서 판독과 동시에 영상검사 결과에 합당하는 치료를 요구하고 있다. 강의를 수강한 한 회원은 “임상 현장에서 환자 들의 증상을 보다 정확하게 면밀하게 진단할 수있게 하는 것이 영상의학”이라며 “이번 계기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더욱 정확하게 진단, 치료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민섭 부회장은 “향후 분야별 콘퍼런스를 통해 증례 중심으로 심화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임상에서의 영상진단 등 영상의학에 관심이 있는 많은 한의사 회원 분들의 관심 부탁드린다” 고 말했다. 송범용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각 한의과대 학별로 영상의학을 담당하는 교수진과 함께 전문 지도자 과정의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임상 한의사 중 영상의학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있는 ‘인정의 과정’ 신설 등을 추진하고, 각 한의과 대학별로 영상의학 교육과정의 상호교류를 통한 표준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동균 회장은 “대한한의영상학회는 한의학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 안내를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제22회 한의사전문의 2차 시험 시행2022년도 제22회 한의사 전문의 2차 시험이 10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시행됐다. 이날 2차 시험에는 △한방내과(46명) △한방부인과 (11명) △한방소아과(6명) △한방신경정신과(7명) △ 침구과(35명) △한방안·이 비인후·피부과(8명) △한방 재활의학과(39명) △사상체질과(4명) 등 156명이 응시했다. 이번 2차 시험은 발열체크, 자가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도영 한의사전문의자격시험 실행 위원회 위원장은 “추운 날씨에도 국민 건강 증진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열심히 노력해 주신 만큼 응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이라고 밝혔다. 한편 합격자 발표는 오는 17일 대한한의사 협회 홈페이지(http://www.akom.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
제16대 추나의학회 양회천 회장[편집자 주] 지난달 23일 ‘척추신경추나의학회(이하 추나의학회) 제27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제16대 추나의학회장에 양회천 현 회장의 연임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 가운데서도 추나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를 위한 도약의 불씨를 살리고, 지난해에는 ‘추나의학회 30주년 기념식’을 성황리에 마치는 등 긍정적 영향력을 미쳤다. ‘추나의 대중화’가 지난 30년의 주요 키워드였다면, 향후 30년은 ‘추나의 세계화’라고 강조한 그로부터 추나의학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제16대 추나의학회장에 당선됐다. 먼저 재신임 해준 대의원 여러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2년은 회무를 파악하고 추나의학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정립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지금부터는 우리의 잠재력을 끌어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2년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다. 믿고 신임해준 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학회 발전에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와 함께 우리가 학술·교육 등에 매진할 수 있도록 늘 힘이 돼주고 있는 학회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올해는 학회 사무국이 더 안정적으로 회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직원 역량 강화를 실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여러 차례 말씀 드렸듯 학회의 자산은 회원 여러분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추나의학회를 만들기 위해 이사회 임원들과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 Q.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회장 임기를 시작해 벌써 2년이 지났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대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추나의학 교육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추나의학 교육의 경우 대면실습이 필요한데 교육위원들과 수강하는 한의사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기에 방역체계 내에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의 각 지회장들과 교육위원들의 협조가 내게 힘을 줬다. 이처럼 아무런 문제없이 지난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노고 덕분이다. 또한 힘들었지만 유례없는 상황에서도 교육을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동안 쌓아온 우리 학회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Q. 임기 내의 주요 추진 사업은? 추나의 보장성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임기동안은 대한한의사협회와 공조해 추나급여화와 관련돼 부족한 부분들을 꼭 개선해 나갈 생각이고, 이에 따른 회원들의 추나시술에 대한 윤리 및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Q. 추나와의 인연이 꽤 길다. 한참 젊었을 때, 입회했다. 학회는 내가 갖고 있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터를 만들어 줬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나 역시 모든 것을 바쳐 익히고 쓰기를 반복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학회라는 조직을 체계적이고 탄탄하게 만들어 전국적으로 교육과정이 표준화 및 전문화가 될 수 있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 내 첫 번째 목표였고, 이는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다음 목표는 ‘변화’와 ‘발전’에 포인트를 두고자 한다.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이 두 가지다. 결국 학회도 학문도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변화와 발전은 새로운 기회이며, 잘 대처한다면 추나의 새로운 도약에 큰 힘이 될 것이다. Q. 추나와 관련해 잊지 못할 추억은? 내 인생에 미국으로의 유학은 없을 줄로만 알았다.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고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시간도 갖고, 대학에서 공부도 하며 동료 한의사들과의 우정도 돈독하게 다질 수 있었다. 추나 그리고 추나의학회와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경험할 수 없었던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Q. ‘추나의학회 30주년 기념식’을 성황리에 마쳤다. 향후 30년을 예측한다면? 결국 추나의 세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세계적으로 추나와 한의학을 알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의 힘을 알려나감에 있어 추나의학회가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의사들이 한의학 그리고 추나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한의사를 찾는 그 날이 올 것이다. 향후 30년은 그 날을 대비해 씨앗을 뿌려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추나의학회가 시작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이고, 꼭 그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Q. 전 세계 수기의학 전문가들이 한국 추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3~24일 양일에 걸쳐 세계수기근골의학연합회가 주최한 ‘2021 MANUAL MEDICINE WORLDWIDE Online Conference’에서 ‘Introduction to Korean Chuna-Manual Medicine’을 주제로 약침 및 침치료를 병행한 사례와 올림픽 선수들의 부상 치료에 적용한 성과 등에 대해 발표를 했다. 우리 한의학이 갖고 있는 인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서양의학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의사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그들은 한의사들이 갖고 있는 적극성과 다양한 시각, 임기응변의 자세 등이 환자를 치료해 나가는 데 있어서 장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추나의학은 서양의 수기의학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개인의 체질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지난 컨퍼런스에서 추나의 세계화가 머지 않았음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발표내용과 관련한 수강자들의 수많은 질의가 쏟아짐과 동시에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장점들을 잘 살려 우리나라 그리고 추나의학에 대한 시각을 더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마련코자 한다. Q. 추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깊은 관심이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추나를 접하지 못한 국민들도 많다. 회원들이 적극적인 홍보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하지만 추나의학회는 영리단체가 아니기에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대국민 홍보를 통해 추나요법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는 데 모든 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개선해야 할 방안 등을 찾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추나의 과학화, 협진의료시스템 등과 관련해서도 자체 연구용역과 교육위원 대회 등을 통해 더 발전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다. 이 모든 영역들의 과정과 결과를 회원들을 위해 더 많은 홍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최근 힘들다는 목소리가 한의계 내부에서 들리곤 한다. 통계지표에서도 나타나듯 제도권에서 아쉬운 부분을 드러내며 많은 회원 분들이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제도를 개선하는 일은 한의사협회와 정부가 하는 것이지만 이에 앞서 우리는 국민들에게 선택받고 인정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어떤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노력해 우리가 우수하다고 믿는 한의학이 대한민국의 대표의학으로 우뚝 설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학교, 연구진들 그리고 일선 회원들이 합심해 뜻을 이룰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점차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며 ‘뉴 노멀(New Normal)’의 일상복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고 있어 실효성 있는 정신건강의학 임상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정신건강 한의학의 ‘혼신의백지’ 오행론은 정신장애를 침정, 정화하는 소중한 역할을 자임해왔으며, ‘몸과 마음’의 형신일체에 생명력을 두고 그 변증 작용에 따라 수천 년간 임상실험으로 실증해왔다. 이제 눈을 돌려 ‘정서적, 인지 공감’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신건강관리 체계를 세우고 착실히 임상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오행의 생활현상 연구를 임상 가치로 삼아, ‘혼신’이 곧 ‘삶’이라는 이치로 흔들리고 있는 정신건강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임상사례1) 50대 통통한 여자 환자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복통, 두통, 전신통으로 내원했다. 코로나 상황인 요즘엔 모든 게 다 스트레스이고, 몸도 점점 더 아파진다고 호소한다. 한의사: 언제부터 많이 아팠어요? 환자: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아프고 약해서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한의사: 무슨 놀란 일이 있거나… 환자: 네. 중학생 때도 깜짝 깜짝 놀라고 자주 체했어요. 어릴 적 시골 살 때 뒷마당 우물에 빠졌다고… 한의사: 누가 건졌어요? 환자: 엄마가 밥 먹다가 ‘풍덩’ 소리에 놀라서 아버지와 급히 달려와서 건졌대요. 한의사: 큰일 날 뻔 했네요. 다들 많이 놀랐겠어요. 환자: 그래서 그런지 심장도 자주 두근거리고, 늘 아파요(표정이 우울해진다). 한의사: 6남매에 넷째라고 하셨는데, 부모님이 자녀가 많은데도 잘 돌보셨네요. 환자: …(갑자기 웬 부모님 이야기를 하나? 라는 표정으로) 한의사: 부모님 덕에 다친 데 하나 없이 무사했잖아요. 사랑을 많이 주셨나 봐요. 환자: 두 분 모두 자상하시고, 늘 저희에게 주려고만 하셨어요. 한의사: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시는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셔서 든든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되었군요. 환자: …(이 순간 눈빛이 차분해지고 안정된다) 한 제 복용 후 내원한 환자는 “늘상 배 아팠던 것도 좋아지고, 깜짝깜짝 놀라지도 않아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기뻐했다. ‘놀라는 것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기는 것이고, 무서워하는 것은 자기가 알면서 생긴다’고 하였던 『동의보감』 「신문」 의 ‘常法治驚’에 따라 심담허겁, 비위한습으로 변증하여 신문, 양보, 합곡, 족삼리에 시침하고 가감향사평위산을 처방했다. 환자는 어릴 적 우물에 빠져 놀란 것(驚)으로 평소에 무서워(恐)하게 되어 오랫동안 병이 되었다. 환자와의 공감을 통한 ‘통합기능’의 오지상승위치로 안정시키고 침구, 한약치료로 ‘혼백’이 회복되었던 것이다. 임상사례2) 자녀에 대한 지극한 돌봄과 사랑에 관한 사례로 오래전 네팔에서의 의료봉사가 떠오른다. 2002년 9월 네팔 히말라야 고산지역인 루크라 현지에서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 도착했다는 소문에 이산 저산 산골 곳곳 마을에서 남녀노소 수많은 주민들이 흙발로 몇 시간을 걸어 밀려들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이 필자 야외진료실 앞에 줄을 섰다. 7살 정도의 여자아이의 귀를 보니 누런 고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이는 아픔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귀를 소독하고 풍지, 청궁, 귀의 아시혈, 외관에 시침하였다. 난생처음 침을 맞는 아이들이지만 칭얼대지도 않았다. 한의사: “(한국말로) 많이 아팠겠네. 잘 참는구나. 착하네~” 아이엄마: “(네팔어로) 뭐라뭐라…(아이가 많이 아파했는데, 오래됐다는 말인 듯)” 눈물 맺힌 눈빛으로 웃으면서 한의사: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많았겠어요. 잘 치료해드릴게요.” 아이엄마: “뭐라뭐라… ” 감사의 표정으로 얼굴에 웃음이 환하다. 침치료와 자운고로 도포 후 연교패독산을 처방했다. 마지막 날 엄마는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필자에게 진료받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나왔다. 서둘러 온 듯 숨이 가쁘다. 며칠 사이 놀랄 정도로 아이의 귀가 많이 회복되자, 엄마는 기뻐서 열심히 “뭐라뭐라뭐라” 잔뜩 말했다. 정신건강은 물질 속성보다는 생명에 주체성을 둬 통역은 없어도 사랑이 가득한 엄마와 눈빛, 손짓을 통해 서로의 말을 마음으로 알아들었고, 정성껏 치료하자 엄마와 아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씩씩하게 돌아갔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을 의연한 모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록 삶의 환경은 달랐지만, 히말라야 추운 산골에서 문화생활과 동떨어져 살아왔던 모녀는 과연 무슨 힘으로 사는가? 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정신건강은 물질의 속성보다는 생명에 주체성을 두고 있다. 빈곤 속 삶이던 부유한 삶이던 인간은 누구나 ‘천인상응’ 법칙에 따라 ‘혼백’의 상생으로 극복해가며 나와 가족, 이웃, 더 나아가 사회의 모듬 생활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정신건강한의학은 全一로써 발현하는 정신의 ‘발생기능’을 ‘혼’이라 하고, ‘추진기능’을 ‘신’이라 하고, ‘통합기능’을 ‘의’라고 하고 ‘억제기능’을 ‘백’이라 하고, ‘침정기능’을 ‘지’라고 하여 구조역학적으로 임상에서 하나하나 증명해내고 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한의약 신기술 임상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통해 세계전통의학 표준규범과 인류의 행복한 삶에 적극 기여하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연화청온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인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김관일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KMCRIC 제목 연화청온(Lianghuaqingwen, LH)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rona virus disease, COVID-19)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한가? ◇서지사항 Liu M, Gao Y, Yuan Y, Yang K, Shi S, Tian J, Zhang J. Efficacy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 (Lianhuaqingwen) for treating COVID-19: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egr Med Res. 2021 Mar;10(1):100644. doi: 10.1016/j.imr.2020.100644. ◇연구설계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연화청온 단독 혹은 양약과 병행 투여한 연구 (무작위 대조군, 비무작위 대조군, 환자-대조군, 코호트 연구, 단면 연구)를 포함하여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 분석 수행 ◇연구목적 COVID-19 치료에 대한 연화청온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수행함. ◇질환 및 연구대상 (실험실 검사로 확진된)COVID-19 진단을 받은 환자 ◇시험군 중재 연화청온 단독 또는 양약 병행 ◇대조군 중재 대조군 기준 없이 모든 중재를 포함하였음. - 대부분 양약 대조군 ◇평가지표 1. 유효율 2. CT상 회복률 3. 악화율 4, 증상 회복률 5. 증상이 회복되는데 걸린 시간 6. 실험실 검사 7. 안전성(이상 반응) ◇주요결과 1. 포함된 RCT 연구(2편)의 경우 유효율 (RR=1.16, 95% CI: 1.04-1.30, P=0.01), CT상 회복률(RR=1.21, 95% CI: 1.02-1.43, P=0.03), 악화율(RR=0.59, 95% CI: 0.37-0.94, P=0.03)에서 연화청온과 양약을 병행한 군이 양약 단독 복용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2. 후향적 환자-대조군 연구의 경우, 양약 단독 대조군에 비해 연화청온을 병행한 군이 증상(발열,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보다 빠르게 개선되었다. 3. 케이스 시리즈 연구의 경우 7일 이상 연화청온을 복용한 경우, 5일 복용보다 치료 유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했다. 4. 안전성에 대해 보고한 4편의 논문 중 환자-대조군 연구 한편에서 연화청온 단독군보다 연화청온과 양약 병행군에서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했다. ◇저자결론 연화청온은 COVID-19 증상 개선에 도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양약과 병행하면 COVID-19 환자의 임상적 치료율을 향상시킨다. 다만 양약과 병행하는 경우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미흡한 상황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여 본 연구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KMCRIC 비평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COVID-19)는 SARS-CoV-2 감염(Coronaviridae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증후군으로 제1급 감염성 신종 감염병 증후군이다. 발열, 피로,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호흡곤란 및 폐렴 등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COVID-19에 대한 표준 치료는 확립되지 않았으며, 항바이러스제 및 증상 관리를 위한 치료들이 시행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인플루엔자 치료에 효과를 보인 연화청온 제제의 COVID-19 치료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 근거를 확립하고자,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연화청온 제제를 단독 투여 혹은 양약과 병행한 무작위 대조군, 비무작위 대조군, 환자-대조군, 코호트, 단면 연구를 포함하여 리뷰 연구를 수행했다. 연화청온은 중국에서 개발된 제제로 연교, 금은화, 자마황, 초고행인, 석고, 판람근, 연마관중, 어성초, 광곽향, 대황, 홍경천, 박하뇌, 감초 등의 약재로 구성된다. 최종 포함된 논문은 3개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 3개의 후향적 환자-대조군 연구, 2개의 케이스 시리즈 연구였다. 이 중 2편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디자인 및 평가 지표가 유사해 random-effect 모델을 이용한 메타 분석을 시행하였으며, 나머지 연구는 각 연구 디자인 별로 정성적으로 평가됐다. 본 연구의 강점이라면, PCR 검사 등의 실험실 검사로 확진 받은 환자들만 포함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대상자 선정에 객관성을 부여했고 각 연구 디자인별로 체계적으로 결과를 분석해 제시했다는 점이다. 무작위 대조군 2편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결과 연화청온과 양약 병행 투여군의 COVID-19 치료에 대한 임상적 유의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최대한 많은 수의 연구를 포함하고자 대조군과 평가 지표를 특정하지 않은 채로 논문 선정이 진행되어, 포함된 연구의 이질성이 크다는 점이다. 차라리 핵심 질문을 정해놓고 그에 상응하는 PICO를 정하여 리뷰를 진행하거나, 아니면 최근의 스코핑 리뷰처럼 연화청온에 대한 리뷰를 상세히 제공하는 게 더 나은 연구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SR&access=S20210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