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당뇨병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국내 당뇨 환자가 57% 늘며 400만명에 육박했고, 저소득층과 소아·청소년 환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경제적·연령별 취약계층의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진단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당뇨병 환자 현황(’15년~’25년 6월)’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 환자는 지난 ’15년 252만5454명에서 ’24년 397만1113명으로, 10년 만에 57.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6월 기준)에도 이미 355만 명을 넘어 연말에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24년 기준 전체 환자 중 남성이 223만2449명(56.2%)으로 여성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60대가 123만1531명(31.0%)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세 미만 환자가 5만3241명(1.3%)에 달했다는 것.
소아·청소년기 당뇨는 긴 유병기간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크고, 사회적 비용 부담도 막대하다.
’24년 당뇨 환자 366만1753명 중 2형 당뇨가 360만9041명(98.6%)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 반면 1형 당뇨는 5만2712명(1.4%)이었다.
이는 당뇨가 이제 유전적 요인보다 비만, 대사증후군 등 생활습관과 사회환경에 더 크게 좌우되는 ‘전 세대 만성질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형 당뇨는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 베타세포가 자가면역 반응으로 파괴돼 발생하며, 소아·청소년 발병이 대부분이다.
반면 2형 당뇨는 인슐린 저항성과 상대적 분비 부족으로 발생하며, 과체중·운동부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문제는 소득 격차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15년 대비 ’24년 1형·2형 당뇨 모두 저소득층(1분위) 환자 비율은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10분위)은 감소했다.

1형 당뇨의 경우 1분위 비율은 7.4%에서 8.0%로 늘었고, 10분위는 19.6%에서 17.9%로 감소했다.
2형 당뇨 역시 1분위는 7.1%에서 9.4%, 10분위는 21.0%에서 18.9%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에서도 저소득층의 1형 당뇨 발병 위험은 중·고소득층 대비 2.9배, 2형 당뇨는 3.7배 높았다.
특히 1형은 영유아기(0~5세), 2형은 청소년기(13~18세)에서 발병 위험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희승 의원은 “당뇨는 합병증이 다양하고,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소아당뇨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소득에 따라 건강관리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소아당뇨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단순 장애인 인정 수준을 넘어 예방·치료·지원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및 고시 개정안’을 통해 1형 당뇨를 장애 인정 질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치료 이후의 행정지원에 불과하며, 발병 전 예방·조기진단·생활습관 관리 등 근본적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뇨는 이미 ‘국가 단위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았으나 정부 정책은 치료 중심에 머물러 예방 중심으로의 전환이 미흡한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