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경희대와 동국대 한의과대학과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한 노영범 원장(10월10일 한의원 부천본점 대표원장)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혹은 그 곁에서 함께 고통받는 가족들, 그리고 오랜 시간 정신과 약물에 의존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지친 이들을 위한 ‘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정신건강을 지켜내는 가장 오래된 지혜’를 발간했다.
40년 가까이 정신질환 환자들만을 진료해온 노영범 원장은 ‘왜 이 사람이 이런 병을 앓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두고, 환자의 유년기 기억, 부모와의 관계, 반복되는 감정 반응과 갈등 패턴을 짚어가며 병의 흐름, 즉 서사를 추적한다. 그래서 노 원장의 진료는 늘 “처음으로 힘들었던 건 언제였나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하며, 병은 신체의 고장 이전에 삶 속에서 만들어진 상처의 흔적이라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책 제목인 ‘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저자는 수천 년 전 고대 의학자들이 남긴 기록을 지금의 질병에 연결시켜 이해하려고 했으며, 특히 주목한 고전이 바로 ‘상한론’이다. ‘상한론’은 실제로는 인체가 어떤 방식으로 병에 반응하는지를 세밀하게 기록한 고대의 관찰 기록이자 치료 매뉴얼로, 저자는 이 고서를 단순히 옛 지식으로 취급하지 않고, 고문자 연구를 통해 그 본뜻을 다시 해석해 냈으며, 그 속에 담긴 구조적 사고방식을 현대의 정신질환 치료에 적용시켰다.
그 결과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소울루션’이며, ‘영혼(Soul)’과 ‘해결책(Solution)’을 결합한 이 개념은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근본적인 회복을 지향한다. 여기엔 네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병의 원인을 삶의 흐름에서 진단한다. 둘째, 무너진 몸의 균형을 한약으로 회복시킨다. 셋째, 치료 이후 일상을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 넷째, 다시 병이 돌아오지 않도록 삶의 습관을 훈련한다. 책에는 이런 과정 속에서 실제로 회복된 수많은 환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그들은 모두 정신과 약을 오랫동안 복용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던 이들이고, 이 치료를 통해 삶의 방향 자체를 다시 세운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 하나의 믿음을 전하고자 한다. 정신질환은 뇌의 고장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치료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를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고대인들이 남긴 기록은 단지 옛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더불어 이 책은 단순히 한의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서양의학이 가진 탁월함과 속도감, 한의학이 가진 근본적이고 서사적인 접근법이 만나야 비로소 온전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둘의 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특정 진영의 주장이 아니라, 환자 한 사람을 온전히 회복시키기 위해 진심으로 고민한 한 임상의의 고백이자, 치유의 여정에 함께하자는 초대장이다.
이 책은 병을 이해하려는 사람, 병의 원인을 알고 싶은 사람, 혹은 약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통에 지친 사람들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 안에 답이 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치유는 시작된다.
※ 이 코너는 한의사 회원이 집필한 책을 간략히 소개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서평이나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 도서에 대한 광고나 추천의 의미는 아님을 안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