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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5일 (월)

신미숙 여의도 책방-63

신미숙 여의도 책방-63

갱년기와 봄바람

신미숙02.jpg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열아홉의 나는 유독 볼빨간 아이였다. 볼터치를 한 듯한 이쁜 홍조가 아닌 무안함이나 당황한 상황에서의 난처함을 겪고 있을 때의 바로 그 불타오르는 듯한 홍조로 설명하면 상상이 되려나? 갑자기 추운 데에서 난방이 넉넉한 실내로 들어섰을 때, 혹은 그 반대의 온도 변화를 만나는 경우에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열감으로 얼굴이 달아오르곤 했다. 이 열감이 ‘제어불능’이라는 확신으로 넘어가면 얼굴은 그 때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새빨개지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선배 한 명이 “야, 신미숙! 너 오늘 니네 아부지한테 뺨맞고 왔냐?”라고 놀렸던 날도 생각난다. 이미 붉어있던 얼굴은 이번에는 정말 빨강의 정도를 묘사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달아올라 화장실로 도망가서 찬물로 열을 식히려 세수를 해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그 날 나는 타오르는 얼굴을 부여잡고 조퇴 아닌 탈출을 감행했다.  

 

안면홍조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차에 선배들을 따라 의료봉사를 가서 만난 여자한의사 개원의 선생님께 내 증상에 대해 상담을 하게 되었다. “갱년기 여자들의 흔한 증상이죠. 어린 학생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도 당연히 갱년기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과격하지 않은 운동으로 꾸준히 땀 흘리면서 일단 체중을 좀 감량해 봐요. 열이 발산되면 자연스럽게 얼굴색도 돌아올 거예요.” ‘결국 살을 빼라는 말이구만’이라고 실망하는 듯한 나의 표정을 눈치채셨는지 곧이어 “학년 올라가면서 좀 뻔뻔해지면, 그러니까 제 말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덜 쓰면 그냥 해결될 고민이예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한약분쟁으로 수업이 거의 없었던 1993∼4년 선생님 조언대로 주중에 2∼3회 등산을 다녔다. 하산길에 꾸준히 마신 막걸리 덕분인지 체중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열은 확실히 가라앉았고 안면홍조라는 고민이 앉아있던 자리에는 또 다른 고민이 피어나고 있었다.


갱년기에 대한 고민…남여 구분 없어

 

대학교 1∼2학년 시절의 사진첩에는 신입생 시절의 안면홍조, 새내기로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을 새도 없이 시작되었던 한약분쟁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1994년) 영화포스터가 끼워져 있다. 특정 시기를 추억하기에 영화나 드라마만큼 강력한 것이 또 있을까? 문화의 힘은 생각보다 질기고 강하다. 수십년 후 2025년의 봄은 어쩌면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로 기억될 지도 모른다. “나쁜 년, 지 엄마 갱년기인 줄 몰라주고.. 아! 왜 이렇게 승질이 나?! 아! 호르몬인지 나발인지 진짜 잡아다 족 쳐버리고 싶네.” 친정집을 방문했다가 엄마와 한바탕 언쟁을 벌인 후 딸 금명이 사라지자 엄마 애순이 내뱉은 대사이다. 뒤이어 냉장고에는 금명의 임신을 알리는 산부인과 초음파 사진과 함께 “근데 나도 다 호르몬 때문이야. 쏘리. 고멘. 미안”이라는 쪽지가 보인다. “호르몬 대 호르몬이 붙었고 엄마는 또 졌다”라는 딸 역할을 맡은 아이유의 잔잔한 나레이션으로 이 장면은 끝이 난다. 

 

이전 다른 드라마에서 “사빠죄아”를 외치던 불륜남 배우가 세상 물정 모르는 지고지순한 국민아빠 관식으로 변신하여 전세계 아버지들을 울리고 있다. “나도 갱년기가 온 건가?” 싶은 의심을 눌러가며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물을 감추느라 애썼다는 중년 아저씨들의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때마침 지난 4월16일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억울하고 서럽다, 남성 갱년기”를 다루기도 했다. 드라마 보고 울기 시작하면 남자 갱년기, 온 가족들에게 주야장천 잔소리 늘어놓기 시작하면 남자 갱년기, 불러주는 친구들 없어서 뒤늦게 마누라한테 티나게 잘 하기 시작하면 남자 갱년기, 꽃 사진 찍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가 진짜 남자 갱년기 등등 남자 갱년기의 경중을 진단하는 많은 설문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남자의 인생은 갱년기에 뒤바뀐다』(클로드 쇼사르, 마음서재,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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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남성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세계 최초로 La Clinique de Paris를 설립하여 남성 갱년기와 노화예방 분야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체는 더 많이 산화한다. 그렇게 산화가 진행되다 보면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고 세포의 손상이 일어나 노화가 시작된다. 

- 밤에 소변을 보러 2번 이상 일어나고 소변 줄기가 약해졌다면 전립선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젊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온전한 신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결책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좋은 식생활, 꾸준한 건강관리와 더 나은 소화 관리, 호르몬 요법, 건강보조식품이다. 이 해결책의 목표는 세포, 동맥, 장, 생식샘을 보호하는 것이다. 

- 요가나 단전호흡 같은 운동 기술을 이용해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배우면 좋다. 침술로도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의사와 같은 전문가의 숙련된 손길로 정수리에 위치한 혈 자리만 자극해도 긴장이 풀린다. 


『불 위의 여자』(실라 드 리즈, 은행나무,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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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여성 건강의 권위자이다. 폐경과 갱년기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 시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한다.  

- 폐경이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5가지는 열감과 안면홍조, 질 관련 질병, 수면장애, 우울증, 요실금이다. 

- 심신의학의 범주에는 동종요법, 침술, 동양의학이 포함된다. 이 세 의학체계는 서양 정규의학의 연구방법으로 검증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특정 증상 하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몸 전체를 통합적인 치료 대상으로 보는 철학 때문에라도 연구가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 갱년기 증상을 침술과 한약으로 개선시켰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연구도 있다. 사람은 열이면 열 모두 다르게 생겼으므로 침이나 동양의학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 건강을 지탱해주는 4개의 기둥은 다음과 같다. 식생활, 운동, 휴식과 잠,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 갱년기는 이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고 그동안 믿고 있었던 자기애라는 시스템 안에 어떤 허점이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완경선언』(제니퍼 건터, 생각의 힘,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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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0여년간 임상을 해온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 책은 2020년 북미폐경학회 미디어상을 수상했다. 

-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부과된 재생산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완경기 발열감은 몸 속 온도계가 일정하게 작동하지 않아 실제로는 덥지 않은데도‘덥다’는 잘못된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데서 일어난다. 

- 완경기 발열감에 침을 놓는 것 역시 위약대조군과 함께한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침을 맞고 나아졌다고 보고한 사례가 있지만 침이 단지 바늘이 아니라 주의 깊고 세심한 시술자가 함께한다는 변수가 있으며 이러한 느낌이 환자의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완경이 모든 일의 주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완경 이후 골다공증이 발생한 여성 중 거의 50%가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갖고 있다. 

- 완경 치료에 권장되고 있는 중의학 치료법들은 모두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치료법이 나쁘다거나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기원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중의학은 완경을 노화와 다르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완경과 연관이 있다고 간주하는 여러 증상에 대한 특정 치료법이 없었다. 

- 나는 옛 치료사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요구하는 일이 의학이다. 우리는 여성의 몸이 너무 습하다는 히포크라테스식 사고관을 인정하지 않는다. 


『갱년기 교과서』(다카오 미호, 즐거운 상상,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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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요가 닥터이다. 유튜브 채널 ‘다카오 미호의 리얼 보이스’에서‘모든 여성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이라는 주제로 전문 지식을 전달한다.  

- 갱년기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몸 상태와 인간관계를 확인하는 재고의 시간이다. 

- 난소 기능이 완전히 멈추는 완경 전후로는 심신에 다양한 불편감이 나타나며 그 종류가 200개 이상이라고 한다. 증상에는 개인차가 있는데, 다양한 증상이 완경을 즈음하며 한꺼번에 밀려든다. 

- 한방치료는 짜증, 어깨 결림, 피로, 어지럼증, 냉증, 불면 등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나의 한방약으로 몇 가지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이너 유닛(inner unit)은 횡격막, 복횡근, 다열근, 골반저근 등 4개 근육의 총칭으로 체간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 일본에서는 산부인과 의사의 무려 97% 이상이 치료에 한약을 사용한다는 데이터가 있을만큼 한방 치료는 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와 견줄만한 주력 치료법이다.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막스 니우도르프, 어크로스,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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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내분비내과 전문의이자 당뇨병 연구자이다. 호르몬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이 책은 그 결과물 중 하나이다. 

- 19세기 초에 영국왕실 주치의 헨리 헬퍼드(Henry Halford)가 처음으로 갱년기라는 ‘질병’에 주목했다. 그는 중년 환자들이 종종 한동안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일본어로는 폐경을 고넨키(更年期)라 부르는데 이것은 ‘새로워진 에너지의 해’라는 뜻이고 태국에로는 ‘토이 포 밍’이라 하는데 이는 ‘황금기’라는 뜻이다.  

- 장기적인 부작용 때문에 호르몬 치료는 현재 표준치료로 더는 권장되지 않는다. 

- 어떤 사람은 더 극심한 증상을 겪고, 어떤 사람은 가볍게 넘어 간다. 호르몬 균형이 다시 회복되면 괴로운 증상은 사라진다. 이 과정은 대략 5년이면 끝나지만 불행하게도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폐경이 대중의 인식 속에서 진료가 필요한 불가피한 질병으로 바뀌었다. 

- 호르몬은 피부 노화에도 관여한다. 여성에게 오랫동안 남성보다 더 매끈한 젊은 피부를 선사했던 에스트로겐이 폐경 후 아주 갑자기 피부를 저버린다. 


뮤지컬 <메노포즈>는 200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로 갱년기 여성 네 명이 폐경과 관련된 건망증, 수면 중 식은땀, 열성 홍조, 성적 변화, 노화, 탈모, 짜증 등의 온갖 증상을 익살스럽고 코믹하게 호소하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2005년 초연된 이래 2024년 6월까지도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자주 들르는 동네 사우나 입간판 “누구나 때가 있다”라는 글귀처럼 모든 여성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폐경과 갱년기를 겪게 된다. 이 뮤지컬을 찾을 법한 연령대의 관객층은 어쩌면 영원히 확보된 셈이다. 

“가슴은 폴짝폴짝 뛰는가? 원래 콩닥콩닥 아닌가? 폴짝이든 덩실이든 가슴은 가끔 나풀나풀 뛰기도 하는 거 아닌가?” 가슴 뛰는 느낌에 대한 다양한 의태어로 이어가는 즐거운 대화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년, 2화)에 나온다. 유독 봄바람에 가슴이 폴짝, 콩닥, 덩실, 나풀대는 이유는 봄이 젊음의 계절이라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봄을 타는 이유도 젊음에 대한 갈증과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유독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봄꽃들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갱년기, 노인기의 어려움 미리 준비하는 절대절명의 기회

 

갱년기를 아무리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 황금기라고 위로해 봤자 노인기로 접어드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공부를 하려해도 시력이 도와주지 않고 운동을 새로 배우려고 해도 “자제분 아니시고, 어머님께서 직접 하시게요?”라고 가르치는 곳으로부터 입밴 당할까봐 막상 그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덜컥 겁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인으로, 노인에서 고인으로 이행되는 인간의 발달사에 있어서 갱년기는 어찌보면 노인이 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뭔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긴 노인기의 여러 어려움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후쿠호카현의 다카키 마슈(75세) 어르신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짧은 시를 남긴 바 있다. 봄바람에 느끼는 설레임과 가슴뜀이 사랑으로 인한 것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어느 시기가 되면 루틴을 벗어난 증상은 특정 질병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교훈이 이 짧은 글귀에 담겨져 있다. 

 

『폭삭 속았수다』 마지막 편에선가 아버지 관식이 대학병원 교수를 만나는 장면에서 애순이 수첩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뜸이 그렇게 좋다는데, 뜸은 떠도 되는지” 의사는 ‘피식’까지는 아니지만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인터넷에서 떠도는 거 여기와서 다 물을 거냐고 무색을 준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중간중간에 한의학 용어가 등장하면 유독 눈과 귀가 예민해진다. ‘한의대 교수들이었더라면 보다 인간적인 대화와 함께 친절을 베풀었을텐데’라며 애초에 없었던 드라마 장면도 상상해 보았다.  

 

“요즘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서요, 아들도 남편도 감당이 안 되고, 이제 나만 위해 살려고요. 죽을 때까지” 폐경을 겪으며 유독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19세기 미국 의사 에드워드 트뤼도(Edward L.Trudeau)는 “우리는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오늘도 진료실을 들어서며 “언제나 위로하고 자주 도와주며 가끔 치료한다”는 정신으로 환자분들의 아픈 곳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나만의 방식으로 조만간 내게도 다가올 갱년기를 즐겁게 극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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