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하기로 한 정부 발표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 이하 한의협)가 “의료 공급 확대 조치 없이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4일 한의협은 성명 발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의료인이 필요한 다급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조치가 불편한 것은 의료인 부족의 근본적 이유가 모든 권한을 의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의사 공공의료의사 양성 대책에 반발하며 국시 거부를 외쳤던 상황의 결과가 오히려 의사들의 독점적 권한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씁쓸하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국내 확진자 수가 6만명을 훌쩍 넘고, 사망자도 1000명을 향할 정도로 코로나19는 아직까지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를 독점하고 있는 의사들의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행보는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한의협은 “의사들의 안하무인식 태도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오히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한창인 작년 여름,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등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가정책이 본인들의 뜻에 반하고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서슴없이 총파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이어 “이 과정에서 의료인 면허가 없는 의대생들까지 가세했고 정부와 국민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으나, 결국 정부가 의사들에게 굴복해 의대생에게 추가로 국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키로 함으로써 의사들이 틀어쥐고 있는 의료독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고 덧붙였다.
한의협은 “의사 총파업과 의대생 국시 거부 문제는 우리나라 의료정책 핵심이기도 한 의사 수 부족 현상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과 같은 의료정책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뒤로 미뤄놓은 채, 슬그머니 의대생들에게 국시를 볼 수 있도록 재기회를 주려는 것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처사이며, 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의대 정원 확대와 다학제적 협력 등 의료 공급 확대의 큰 틀 안에서 의대생의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실질적 공정에 부합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한의협은 “단지 의사들의 독점적 횡포에 국민의 이익을 다 갖다 바치고, 이것도 모자라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비굴하게 재응시 구제책까지 내미는 정부의 행태는 지극히 꼴사납다”며 “앞으로 이 나라 보건의료정책이 국민의 정책일지 의사의 정책일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특히 한의협은 “2021년 새해는 지겹도록 이어져온 의사들의 의료독점에서 벗어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다학제적 협력 등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 실천을 통해 의사 추가 국가고시 시행이라는 불공정으로 사태가 마무리 되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며 “이 같은 정책이 추진된다면 국민의 편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적극 동참할 것임을 밝히며, 아울러 코로나19 제3차 팬데믹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한의협은 언제나 국민 곁에서 함께 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