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발생되는 폐의약품은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분류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약국·보건소 등을 통해 수거한 후 소각 처리해야 한다. 폐의약품 수거·처리 등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경오염이나 약화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실제로 국내 지표수에서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원장 이희숙)이 서울·경기 내 12개 기초자치단체(구·시)에 있는 약국 120개소 및 보건소 12개소의 폐의약품 수거실태를 조사한 결과, 폐의약품 수거함 비치·수거안내문 게시·폐의약품 처리 방법에 대한 복약지도 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지침’에서는 가정에서 폐의약품을 약국·보건소 등에 무상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약국·보건소 등은 수거장소에 안내문을 게시하고 폐의약품 수거함을 눈에 잘 띄고 접근이 용이한 곳에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약국 120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약국은 110개소(91.7%)로 비교적 많았지만, 수거함을 비치한 곳은 17개소(14.2%), 수거안내문 게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6개소(5.0%)에 불과했다. 또한 보건소의 경우에도 12개소 중 11개소(91.7%)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했지만, 4개소(33.3%)만 수거함을 비치하고 있었고 수거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1개소(8.3%)에 불과했다.
폐의약품 수거함·수거안내문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 폐의약품 수거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에서 이를 규격화한 후 약국·보건소에 제작·보급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프랑스·미국·벨기에 등의 국가들은 폐의약품 처리에 관한 법령 및 기준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7년 지자체로 관리업무가 이관됐다. 따라서 지자체가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불용의약품 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이 선행돼야 하나, 현재 228개 지자체 중 83개(36.4%)만이 조례를 제정한 상태다.
이번 조사결과 조례가 제정돼 있는 지자체와 제정돼 있지 않은 지자체간에 수거 참여 여부·수거함 설치·수거안내문 게시 등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이는 대다수 조례에 수거 주기나 운반·처리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고 수거함 설치·수거안내문 게시·약사 복약지도 등에 관한 세부사항이 누락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준 조례안 마련 및 조례내용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평가·관리방안의 보완이 필요하는 설명이다.
이밖에 ‘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미복용의약품을 ‘쓰레기통·하구수·변기에 처리(55.2%)’한 비율이 ‘약국·보건소에 반환(8.0%)’한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폐의약품 처리에 관한 소비자 인식의 강화도 시급하다. 또한 이번 조사결과 일반의약품 판매시 약사가 폐의약품 처리방법에 대해 복약지도를 하는 약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보건복지부 등의 소관부처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 △폐의약품 수거함·수거안내문 제작 및 배포·비치 △‘불용의약품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 표준안 마련 및 수거·처리 이행에 대한 평가·관리 보완 △폐의약품 수거 교육·홍보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에게는 가정 내에 보유하고 있는 폐의약품은 환경오염·약화사고 방지를 위해 가까운 약국·보건소를 통해 배출해 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