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동 원장
행파한의원
전 상지대 한의대 교수
3. 변증론치 표준화를 위해 한의계의 역량 집중해야
확실하고 빠른 효과, 높은 치료율,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 낮은 재발률은 이상적 의학이 갖추어야할 요소이다. 여기에 치료비가 저렴하다면 더욱 좋다. 이것은 의학이 가야할 길이며 모든 의료인들이 소망하는 것들이다.
저자는 건선치료를 통해 한의학 중요이론인 정체론, 장상론, 천인상응, 변증론치 등의 의학적 실제적 가치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것들을 실제로 치료에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모든 이론들이 효과적이었고 훌륭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을 현장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상당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의존성을 최소화하고 모든 진단치료과정을 한의사가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병과 관련성 적거나 없는 환자의 호소증은 합리적 기준이나 근거에 의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질병과 직접, 중요하게 연관된 증상이나 특징만을 변증(치료)에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진료에서 중요한 것, 중요하지 않은 것, 관련된 것, 관련되지 않은 것 등이 복합적으로 서로 얽혀져서 진단과 치료에 혼란만 준다.
특히 동일 질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나 특징만을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진료지침서 등이 개발되어 모든 한의사들이 진료에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한의원에 가면 모든 한의사들이 같은 진단과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한의사의 제각각 진료는 한의사 누군가는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전체 한의계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최근 세계보건의료는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 근거중심의료, 진료지침서개발 등 의료의 질보장과 표준화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 상당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진단과 치료법으로 질못된 치료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한의계에 대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을 보면 부정적인 인식(불신, 부정, 불안, 부진 등)이 매우 높다. 이런 인식은 한의학(한의사)의 사회적 공헌이나 역할의 감소와 제도적 참여배제(소외)로 이어진다. 변증론치의 표준화 방안은 어렵거나 불가능하지 않으며 상당부분 가능한 것들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과 문제들은 그동안 한의사들이 관습적으로 의료행위를 해온 탓이 크다.
본질이나 핵심을 알면 모순이 보인다. 한의학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순응, 다시 말하면 의견, 행동, 방향에 대한 순응이다. 의료는 진단과 치료 등 모든 단계가 엄격하고 정확할수록 좋다. 이를 위해서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근거 중심적이고 표준, 평균적이어야 한다. 한의학의 의학적 장점을 최대화하고 단점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 증후에서 질병으로, 경험에서 근거, data중심으로, 주관적에서 객관적, 합리적, 과학적, 표준적으로 변해야 한다.

또한 개인 한의사(학)에서 전체 한의사(학)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절대적 사고에서 상대적, 비교로, 그리고 개별에서 환자군 변증, 한의학 만에서 여러 학문분야의 참여 등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전 한의계가 참여해야 한다. 특히 협회, 학회, 각 대학, 병원급, 전문clinic의 선도적 역할과 책임이 있다.
내가 아는 한 한의학은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정답이 많지 않다. 또한 각자가 정답이라고 하지만 분명한 근거가 없으며 또한 분명히 아니다 라고 할 근거도 없다. 나의 치료법이 남보다 더 낫다는 것을 주장하려면 더 낫다는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없으며 남 또한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이다.
의료과정의 합리성은 의학의 핵심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한의사가 과학자(또는 과학적 사고자)가 되어야 한다. (일부 분야나 질병을 제외하고는)기본적으로 한의학은 과학이라는 평가나 평판을 얻어야 한다. 과학의 목적은 생각 등을 새롭고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과학은 하나의 태도다.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면에 객관적 증거가 있다면 받아들이는 태도도 있어야 한다. 열려 있으면서도 비판적인 즉 양립하기 어려운 두 태도가 모두 필요하다. 무엇이든 쉽게 믿지 않지만 증거가 있으면 받아들이고 그렇게 받아들였다가도 반증이 될 만한 증거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기존 믿음을 폐기할 수 있는 게 과학적 태도다.
의학은 과학적이고 표준적 방법을 요구한다. 나의 의료행위가 올바르고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잘 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는 것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학적 태도야 말로 한의계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의학의 존재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고 오래 살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한의학의 핵심이론인 변증론치 표준화(제고)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변증론치의 표준화를 통해 한의학(한의사)의 의학적 역할이 더 분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