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단체연합·민주노총부설 민주노동연구원·참여연대·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는 20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누구를 위한 한국판 뉴딜인가?- 사회안전망 중심으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문제점을 평가하는 한편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설명회는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의 사회로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전반적 평가(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건의료 분야 평가(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복지 분야 평가(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동·일자리 평가(박용석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장) 등의 발표로 진행됐다.
이날 윤홍식 위원장은 발표를 통해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뉴딜’이란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중장기적 대안을 의미하고, 뉴딜의 성과 또한 단기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한국판 뉴딜에는 뉴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담겨있지 않고, 한국판 뉴딜이 지향하는 사회상·목표가 불분명하며, 시장을 다시 사회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지지기반의 확장을 위한 대안이 부재하고, 사회보장과 고용문제 또한 상당히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윤 위원장은 결국 한국판 뉴딜은 ‘뉴딜’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개발국가의 산업정책이라는 한국의 오랜 전통에 기초한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산업정책·성장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김진석 교수는 “한국판 뉴딜의 안전망 강화과제가 고용을 중심으로 한 1차 분배 정책에 집중돼 있으며, 복지국가 맥락에서 주요한 정책수단인 소득보장이나 사회서비스 정책들은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2년까지 폐지하기로 한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상병수당 도입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2021년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다고 유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 상병수당의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병행 도입돼야 하는 유급병가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커뮤니티케어·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및 공공인력 확대·지자체 중심 사회서비스전달체계 개편 등 답보상태에 있는 정책과제들에 대한 새로운 동력의 확보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평가에 나선 전진한 정책국장은 “코로나19시대에 화두 중 하나는 보건의료인프라 구축과 대응능력 강화이고, 그 중심은 공공의료강화와 공공의료컨트롤타워의 설립이지만, 이번 뉴딜 종합계획에는 단 한 줄도 관련 언급이 없다”며 “공공의료 확충이 빠진 코로나19시대의 ‘한국형 뉴딜’은 기만”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전 정책국장은 ‘뉴딜’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인력 중심의 공공병원 확충이 가장 좋은 공공인프라이며, 정부가 즉각 ‘공공의료 확충’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을 위한 자원이 투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 정책국장은 “보건의료 부분에서 그나마 발표된 스마트병원, 원격의료, AI진단, 디지털 돌봄은 하나 같이 효과가 입증된 바 없는 연구과제나 혁신과제들이고,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인력 감축과 관련 있다”고 비판하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자동화’, ’병원디지털화’ 같은 기술 발전과 기업 배불리기가 아니라 병원의 공공성 확대, 보건의료인력 확대이며, 취약계층·만성질환자·저소득층·독거노인 등에게도 웨어러블장비가 아니라 사회서비스와 돌봄서비스가 더욱 많이 제공돼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장비 중심의 ‘뉴딜’이 아니라 인력 중심의 ‘뉴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박용석 원장은 한국판 뉴딜 정책 추진 배경으로 코로나19 위기 충격이 작용하고 있고, 이러한 배경 속에 가장 핵심적인 정책 목표로 공공 부문 일자리 정책이 제시돼야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전면적으로 배제돼 있고, 코로나 위기에 따른 방역 대책 차원에서 정부가 밝힌 공공의료 부문의 일자리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원장은 “한국판 뉴딜 정책은 결국 ‘노동 없는 뉴딜’”이라고 진단하며, “한국판 뉴딜의 전제로 작용한 ‘한국판’이 정책 결함의 문제를 넘어 노동정책을 역행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