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막기 위해 범의약계가 똘똘 뭉쳐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향후 법률적 검토나 행정 소송도 준비 중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대한약학회·대한의학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7개 단체는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적 검증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궁성은 한림원 전 회장은 “안 좋은 시기에 갑자기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첩약 급여 추진은 한의계내에서도 전부 찬성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정부 담당자들이 이걸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의결 안건도 아닌데 비대위까지 출범시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왕준 병원협회 국제위원장은 “우선순위에 밀려있는 첩약 급여를 끼워 넣기 하는 데에는 불순한 작동원리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며 “코로나로 의약계를 격려는 못할망정 새 이슈를 추진하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의료계는 배신감과 허탈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첩약급여가 이뤄진다면 의료일원화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며 “일원화를 어떻게 끌고 갈지 상향적 논의구조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차관이나 수장들을 통해 현재 진행 상황을 보류 내지는 중단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법률적 검토나 행정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첩약 급여와 관련해 여기 모인 단체들이 동일한 입장을 갖고는 있지만 의협의 행보와 비대위의 행보가 다른 페이스로 진행될 것”이라며 “정책 공조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협회장과 약사회장은 비대위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영호 병원협회장은 “민족의학이 의학적 접근 없이 제도화된 건 전 세계에 우리나라뿐”이라며 “의학과 한의학의 '교육 통합'이 먼저”라고 역설했다. 통합 전에 첩약급여가 시행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한참 전에 한약 분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한약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과 관련해 약사회가 나서서 검증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좌석훈 약사회 부회장은 “일부에서는 연구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국가 단위에서 추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한약진흥재단, 한의학연구원 등 정부기관들의 노력이 모아져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의협 임시회관에서는 의학회 산하 분과학회 관계자들이 모여 시범사업에 포함된 3개 질환에 대해 의학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영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한약 복용으로 인한 간과 신장 손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이미 많이 보고됐는데 문제는 환자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병원이나 응급실로 와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실제 처방한 한의사들은 부작용을 모를 수 있다”며 “이러한 부작용에 한의사들이 제대로 노출이 안 돼 한의사들이 한약을 맹신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한의원에서는 효과를 높이려고 한약에 전문의약품을 혼합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약리작용이 과하거나 덜 할 수 있어서 원치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승봉 신경과학회 이사장은 “(처방 받아간)환자들 중 3분의 1도 실제로는 한약을 안 먹는다”며 “처방해놓고 효과는 없고 한약은 안 믿고 돈은 돈대로 쓰게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약이 위험하다는 학회 측의 전방위 주장에 플로어에서는 “한약이 위험하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홍승봉 이사장은 “중요한 건 유효성”이라며 “안전성은 유효성에 더해지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또 “3가지 질환 환자 중 한약을 먹고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이영규 부회장은 “공진단을 복용한 뒤 간수치가 올라간 환자와 월경통 환자가 한약을 먹고 월경통이 감소됐다고 한 적이 있는데 실제 근종은 증가됐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