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의 승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예방’ 기능 강화를 위한 청 산하 공중보건원의 신설과 보건부 독립을 제안하는 주장이 나왔다. 질본의 역할 확대에 대해 다양한 제언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질본 산하에 둬야 한다는 것에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질병예방관리청 왜 필요한가?’토론회에서 강선우 의원은 “정부 부처의 명칭은 부처의 목표와 핵심 업무, 존재 이유와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인 만큼 질병관리청이 아닌 질병‘예방’관리청이 돼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서 질병 관리의 핵심은 누구 하나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과 방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질본 기능과 조직 운영의 독립성, 전문성 제고를 위해 ‘공중보건원’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중보건, 역학 정책연구와 보건사업 평가, 교육을 담당할 공중보건원이 가칭 질병예방관리청 산하에 신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중보건원의 역할로 △공중보건위기 대비를 위한 위기평가 및 예측을 위한 전략 △질병과 손상체계 구축 △효율적, 윤리적, 전문적 역학조사 체계 재정립 △역학 및 방역대응 연구사업 △지역중심 질병예방관리 및 방역대응 능력 강화를 꼽았다.
박은철 한국보건행정학회장은 “신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질병예방관리청이 꼭 필요하다”면서도 “조직 개편은 단기적인 처방으로 불과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보건 분야를 별도로 분리해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으로 승격이 돼도 근본적 문제는 보건부로 독립을 시켜야 해결될 거라는 것.
그는 “보건복지부의 구조를 살펴보면 인력의 경우 보건과 복지가 4:6의 비율이고 장관 역시 복지분야 전문가들이 맡아왔다”며 “이러한 구조로는 다음 신종 감염병 창궐 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조직으로 개편하기 위해 ‘국립보건연구원’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사권, 예산 독립 및 전문성을 확보한 미국의 NIH 모델처럼 장기적으로 질병관리청 산하의 기초 R&D 기관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학적 근거 기반 질병 정책 수립을 위해 질병관리청의 연구 기능이 필요하다”며 “공중보건과 임상현장에 필요한 연구와 임상시험 주도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천병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정부개편안만 놓고 본다면 질병관리본부를 오히려 감염병에만 대응하는 조직으로 축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복지부 내 보건 분야 독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감염병을 포함한 질병예방관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처로 승격하도록 힘을 모아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보건부 독립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는 “정부개편안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예방관리청으로 독립하여 독자적인 인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성웅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조직 개편에 있어서 원칙이 있어야 하며, 지향점이 담겨야 한다”며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