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2021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본란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이진호 부회장을 만나봤다.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Q. 수가협상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주변 동료들의 진료 현장에서의 어려움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참담한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게 될 것 같다. 반면에 늘 겪는 반복이지만, 제가 내는 목소리가 협상장에서 조금이라도 받아들여지고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수가협상에 임하려고 한다. 부디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목소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의약이 국민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 국가경쟁력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임하도록 하겠다.
Q.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전달할 계획인가?
현재 산적해 있는 의료와 보험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열쇠가 한의약에 있음을 부각시키면서 한의 보장성 강화와 합리적 수가를 통한 의료 질 향상, 국민 의료선택권 보장, 나아가 국민건강 향상을 꾀하자는 주장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Q.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이번 수가협상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공급자단체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시민사회단체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상태로, 이로 인해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의료기관들이 어렵기 때문에 수가를 더 인상해주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적절한 의료체계를 항상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한의협의 주장을 펼치고 싶다. 이는 비단 감염병뿐만 아니라 경중 없이 모든 질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의료는 국민생활 곁에서 항상 높은 질을 유지하면서 준비돼 있어야 하고, 합리적인 의료 수가는 질 높은 의료에 있어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적절한 수가를 통해 의료자원들이 질 높은 의료를 행하는 선순환 구조의 의료체계가 항상 작동하고 있어야 코로나19 같은 위기가 와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준비된 의료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고, 수가협상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단순히 인상율을 줄다리기 하는 소재로 거론하기보다는 적절한 수가가 가져오는 근본적인 선순환구조에 대해 조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가협상은 한 해의 건강보험 수가 인상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인 동시에 의료와 관련된 정부, 공급자, 가입자 등이 모두 시선을 집중하는 자리인 만큼 중장기적인 보장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많이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추나요법 급여화 당시 재정에 대한 많은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추계에 훨씬 못 미치는 재정만이 소요돼 매우 건전하게 운영되었음이 확인됐다. 그러한 가운데 국민들은 한의의료기관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만족도도 높아져, 향후 한의약에 대한 보험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정표를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과나 치과에 비해 한의는 그동안 보장성 강화에 많이 소외돼 있었고,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보니, 정책 변화가 가져오는 재정부담 또한 의과나 치과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즉 재정 소요 대비 국민의 의료이용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분야라는 것을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며, 정부와 가입자 단체 모두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져 오다가 최근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첩약 건강보험을 비롯한 여러 비급여의 급여화 논의가 이번 협상을 계기로 다시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Q. 자동차보험 분야에서 확인되듯이 건강보험에서 가격경쟁력만 갖춰진다면 건강보험 내에서도 한의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보장성 강화 외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민은 의료 정보와 선호도를 토대로 어떤 의료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정보와 선호도가 아닌 ‘가격’에 의해서만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심각한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 자동차보험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그동안 건강보험에서 한의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고 직역간의 갈등 및 공격의 소재로서 활용되기도 했는데, 가격경쟁력 즉 ‘보장성이 동등한 유일한 분야’인 자동차보험에서 국민들의 한의의료기관 이용이 많아지면서, 무엇이 정말 문제였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 것 같다. 공통의 질환에 대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치료하는 두 의료체계가 있다는 점은 국가의 의료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환경인데도 불구, 그동안 너무 한쪽에만 보장성 강화 정책이 치우치면서 국민의 선택권도 제한받았을 뿐더러 건전한 경쟁을 통한 질 향상 기회도 많이 잃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보장성 치우침은 가격에 대한 경쟁도 없애버려서 결국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지게 된다. 실손보험에서 그 결과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20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 한의가 빠지게 되면서 의과의 독주체계가 형성됐고, 그 결과 3500만명의 국민이 갖고 있다는 실손보험은 보험업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건강보험, 실손보험 모두 균형있는 보장성을 유지하는 것이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질 향상을 꾀할 수 있으며 국민의 의료 선택권도 보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이번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개진할 생각이다.
Q. 많은 회원들이 수가협상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수가협상을 준비하고 통계를 분석하면서, 우리 한의계가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전하게 묵묵히 정진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자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건강보험에서의 추나요법 급여화와 자동차보험에서의 보장성 동등을 계기로 국민들의 한의약에 대한 니즈가 확인된 만큼, 한의약이 국민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