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약이 단순히 건강만 챙기고, 질병 치료와는 상관이 없는 과거의 의학인 것 같이 일반 국민 인식에서 멀어져 가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 봉사를 계기로 방향이 완전히 전환됐으면 한다. 코로나와 같은 급성 전염병이나 새로운 질병에서 한약이 충분한 역할을 한다는 경험이 국민들에게도 잘 전달돼서 한약의 인식이 새롭게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 고동균 진료팀장(한의협 의무/법제이사)은 지난 3주째 이어져 오고 있는 전화상담센터의 운영 목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가 의료시스템이 불안정한 지금 이 시기에 한의사가 위기 극복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의료 행위에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고동균 팀장은 지난 21일 대구에 내려와 지난 29일까지 진료팀장 업무를 맡았다.
그는 누구보다 빨리 대구에 내려오고 싶었지만, 가족의 설득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박종훈 진료팀장(한의협 보험이사)의 후임으로 뒤늦게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곧 개학이다 보니 학교에서도 감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더라. 가족 중 대구지역 방문 구성원이 있으면 학교를 못가는 것이 방침이다 ”면서 “대구 다녀온 다음 2주 동안 밖에서 지내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허락을 받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결혼기념일도 겹쳐서 아내한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한의약에 대한 이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역시 내려오길 잘했다고 그는 말했다.
고 팀장은 환자 반응에 대해 “우리가 처방한 한약을 복용하고 음성 판정을 일찍 받아서 일찍 퇴소했다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나도 복용하고 싶다고 연락 온 경우도 많다. 주 증상 중 기침이랑 인후통, 발열, 근육통 등의 증상에는 청폐배독탕을 처방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먹었을 때랑 먹지 않았을 때랑 차이를 굉장히 크게 느낀다. 한약이 정말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본인들 스스로 느껴서 한약을 더 복용하고 싶다고 연락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3주차에 접어든 지난 23일 부터는 1일 환자수가 지난주(3/16~3/22일, 평균 150명) 대비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집계 결과 3주차(3/23~3/29) 째 전화상담센터 총 환자수는 1522명(초진: 416명, 재진: 1106명)을 기록했다. 이 중 한약을 처방받은 환자 수만 해도 약1000명(986명)이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232명(초진: 60명, 재진: 172명)의 확진자가 전화상담센터를 찾아 1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센터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먼저 고생을 하신 강영건 센터장과 신윤상, 박종훈 진료팀장, 자원봉사 원장님들이 있었기에 안정이 됐다”면서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보니 여러 오류들을 이 분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개선을 했다. 센터 초기 하루에 진료를 소화할 수 있는 환자 수가 150명이었다면, 이 분들 덕에 지금은 250명 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 가장 아쉬운 부분에 대해 한약 반입이 금지되고 있는 생활치료시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고 팀장은 “시설 내 의료진들의 말을 빌리면 항우울제 투약도 굉장히 제한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유가 뭐냐면 확진자들에 대한 관리가 안 된다고 한다”면서 “예를 들어 1주일 치 약을 처방했는데 환자가 이를 2~3일 만에 다 복용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약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환자가 정해진 투약 방법을 지키지 않을 거라 가정하는 건 환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 없다고 보는 거다. 이는 환자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는 것”이라면서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한약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항의를 하고 있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과 학생 모두 원래 내 일이었던 것처럼 헌신하는 모습에 너무나 감사하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