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 이하 한의협)가 새해 벽두부터 한의약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에 따라 국민의 건강증진과 진료선택권 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의협은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여성비전센터와 8일 한의사회관에서 수도권 한의사 회원 및 한의의료기관 간호인력을 대상으로 채혈실습을 통한 혈액검사 사용 확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이에앞서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위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위원장 방대건, 이하 범대위)’는 지난 해 7월부터 전국 16개 시도지부 회원 및 간호인력을 대상으로 총 27차례에 걸쳐 채혈검사 교육을 개최한바 있다.
범대위 방대건 위원장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화돼 있는 추나요법의 경우는 추나 시술에 따른 정확한 근골격계 진단을 필요로 하며, 올 하반기 예정돼 있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또한 첩약 투약 전·후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선 혈액검사가 매우 필요하다”며 “중앙회는 혈액검사의 확산을 통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한의사회관에서 진행됐던 혈액검사 교육은 한의협 최건희 의무/정보통신이사와 더불어 그동안 범대위와 함께 채혈실습 교육을 진행했던 의료서비스 MRO 관계자와 임상병리사 등이 강사로 나서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의 필요성, 혈액검사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건강위험 신호, 질병 수치, 채혈 순서, 채혈 방법, 혈액보관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채혈 이후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혈청이 만들어지는 원리도 소개돼 수강생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혈액이 들어간 각각의 튜브가 원심분리기에서 10분간 작동됐을 때 혈액의 검붉은 혈구는 튜브 밑에 가라앉고 연노란색의 혈청이 만들어졌으며, 이 혈청을 가지고 검사기관에 맡겨 혈액검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혈액검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교육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원하고 있는 또 다른 한의사는 “한의약의 진단 방식인 망문문절(望聞問切)의 사진(四診)은 개개인에 따라 다소 주관적일 수 있지만, 혈액검사는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도 큰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사회관 인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모 한의사는 “협회의 현대 의료기기 확대 사용 운동에 따라 최근 들어 동료 한의사들이 혈액검사를 활용해 진단을 하고 있는 추세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혈액검사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의사들과의 갈등이 증폭돼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많이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의료기관에서의 혈액검사와 관련한 법적 안전성은 이미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혈액검사는 한의사가 가능한 의료행위”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한의사의 혈액검사는 현재 임의비급여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한의사가 100% 비용 부담을 해야 하며, 수탁업체에 대한 의사협회의 압박으로 인해 한의의료기관에서 활발히 시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한의협은 혈액검사가 한의의료기관에서 보편적인 행위로 국민들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한의의료기관의 혈액검사 데이터 10만 건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범대위는 말초혈액검사에도 검사비를 추가 지원키로 했으며, 한의협과 협약을 맺고 있는 수탁업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개별적으로 혈액검사를 수탁하는 경우나 자체검사를 하는 한의의료기관의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지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