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란에서는 최근 개최된 대한한의학회 학술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현수 교수(경희대 한의대)를 만나 수상 소감과 함께 향후 한의약 발전 방향에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수상 소감은?
먼저 이번 한의학회 학술대상에 본인을 수상자로 선출해 주신 학회장님, 연구부회장님, 학회 임원 및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너무나도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러우면서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열심히 학술활동을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여, 더욱 분발하여 한의학성과를 널리 알리는 연구로 보답하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Q. 인용정보 수치(IF)가 높은 주저자로 꼽혔다.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을 소개한다면?
제목은 ‘M2형 종양대식세포를 표적하는 멜리틴유래 세포사멸 펩타이드(Targeting of M2-like tumor-associated macrophages with a melittin-based pro-apoptotic peptide)’로서 첨단 연구들이 경쟁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암 면역치료 분야 권위 있은 학술 저널 ‘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에 게재됐다. 이 저널의 피인용지수는 8.676으로 상위 6% 저널이다.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정교한 표적능을 가진 대식세포 표적용 항암제의 개발을 위해 봉독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의 기능을 우선적으로 연구했다. 멜리틴은 봉독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면역조절 펩타이드이다.
낮은 농도의 멜리틴은 종양 내 특정 대식세포 (M2형 대식세포)에 특이적으로 부착됨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대식세포 표적을 위한 표적 약물로 응용하여 멜리틴에 미토콘드리아 막 파괴를 유도하는 펩타이드를 연결한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다.
이 펩타이드 약물이 예상한 표적능을 가지는지 세포 수준에서 M1형 혹은 M2형 대식세포와 반응시켜 비교해 본 결과 M2형의 대식세포에서 특이적인 세포 사멸 효과를 보임을 확인하였으며, 세포의 사멸이 미토콘드리아 막전위의 감소와 세포 호흡량의 감소를 동반하여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표적 효과가 마우스 암 이식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우스에 암세포를 이식하고 펩타이드 약물을 주입한 결과, 마찬가지로 M2형의 대식세포에서 특이적으로 표적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하였으며 정상 조직의 대식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펩타이드 신약의 투여를 통한 M2형 대식세포의 표적 효과가 종양 이식 마우스 모델에서 암 덩어리의 성장을 대조군과 비교하여 크게 감소시켰음을 확인하였다.
Q. 높은 피인용지수에 어떤 요인이 기여했는가?
종양대식세포(TAM)는 암증식과 항암제 내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임이 잘 알려져 있으나, 종양대식세포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상용 약물은 없는 상황이다. 종양대식세포만을 표적하는 물질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팀이 개발한 멜리틴기반 펩타이드 약물이 종양대식세포만을 파괴시키는 특성이 증명되면서 강력한 항암작용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항암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피인용지수가 높은 저널에 게재 되었다고 생각된다.
Q. 일리노이주립대 생리학 박사 과정도 밟았다.
한의과대학 입학할 당시부터 과학을 통한 한의학의 부흥을 인생의 새로운 목표로 삼고 준비했다. 1990년대 당시 한국에서 제대로 생명과학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부득이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본과 1학년부터 상위 학점을 유지하면서 미국 대학원 입시 필수 시험인 TOEFL, GRE, GRE subject를 무사히 통과해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됐다.
Q. 현재 학제 간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의학 연구에 있어서 학제 간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존재 목적 자체가 새로운 학문의 개척일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 교류를 통해서 또 다른 한의학이 만들어 질수 있다고 믿는다.
Q. 한의학이 학제 간 연구로 얻는 이점은?
먼저 한의학적인 치료기전을 규명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 이는 곧 한의학 치료의 근거를 제시하고 임상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 과거에 파킨슨병에 봉독의 작용기전을 밝힌 적이 있는데, 그 이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방문하여 한의학치료 영역이 넓어진 경우를 보더라도 한의학의 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이 잘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한약, 침구에서 벋어나 생물학전 전환(발효 등), 나노화 기술(한약), 광학기술(침구) 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한의학치료기술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학제 간 연구에서 겪는 어려움은?
보통의 한의학자들이 타학문 협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이과학적 지식수준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본인도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기초과학분야의 지식이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박사 후부터는 타 학문 연구자들과의 협업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Q.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지금까지는 주로 기존 한의학적 치료기술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주로 했으나, 앞으로는 한의학적 치료기술에 융합기술을 도입해 한 단계 발전된 새로운 형태의 의학을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