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부터 국내 의료용 대마의 사용이 허가된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대마 전초 처방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며 사용 확대를 위한 방안에 머리를 맞댔다.
지난 26일 한의협 주최로 함소아빌딩에서 열린 ‘의료용 대마 사용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는 노태진 한의협 약무이사의 지난 1년간 대마 사용권 확대를 위한 협회의 회무 진행 상황 발제 뒤, 맹성호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가 ‘마약류의약품의 원리’에 대해, 최낙원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이 ‘카나비노이드의 임상적용’을, 안원식 통합의료소프트 교수가 ‘향정신성의약품 지정과정 해설’에 대해 발제했다.
대마의 중독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한 맹성호 교수는 “카나비노이드는 공포가 생성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와 관련된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낙원 이사장은 대마의 활용 역사를 언급하며 “의료용 대마는 암 질환으로 인한 통증 외에도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간질 등 뇌 인지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데 유효한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대마초에는 113개 이상의 카나비노이드가 존재한다”며 대마초를 구성하는 화합 물질들이 함께 작용할 때 효과가 더욱 강력해진다는 앙투라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의료용 대마 제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에 따르면 ‘CBD오일’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며 ‘마리놀’의 경우 FDA가 승인한 약품으로 항암 치료 후 구역 및 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 식욕부진을 겪는 에이즈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또 ‘Sativex’는 마리화나 추출물로 만든 진통제로 진행성 암 환자의 50~90%가 겪는 상당한 통증에 적합한 치료제라고 했다.
이어 대마의 핵심 성분인 카나비노이드와 관련해 “만성적으로 카나비노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악성 종양을 일으킨다는 결정적 증거는 알려진 바 없고 오히려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전임상 연구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며 “실험실 동물 모델 연구에서 카나비노이드는 암의 신생혈관형성과 전이를 억제하고 중요한 세포 신호 경로를 조정, 세포 성장을 정지시키며 암세포를 죽게 만드는 효과를 통해 암 성장을 억제한다”고 부연했다.
향정신성 의약품 지정 과정에 대해 설명한 안원식 교수는 향정신성 의약품과 마약을 비교하며 각각의 법률 정의와 시행령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캐나다는 별도의 대마 관리법을 만들고 태국도 대마를 별도로 사용하도록 관련 규제들이 완화되는 추세라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의 법령을 살펴보면 따로 존재하던 마약법과 대마법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며 “우리나라는 왜 다른 나라들과 다른 정책 방향을 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마 사용 확대를 위해 법적, 제도적 규제 완화가 필요한데 선진국이 했기 때문에 무작정 따르자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문석 한의협 부회장은 “대마 관련 전문의약품은 의과에서 처방해 사용하고 있고 한의계는 전초를 캐나다처럼 쓰는 트랙을 구상하고 있다”며 “재배부터 유통까지 한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미덕 부회장은 “양약과 한약은 상호 영양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약을 썼을 때 효과가 있으려면 서로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작용기전이 다른 약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와 안전성 측면에서의 연구도 향후 보완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태진 이사는 “카나비노이드의 효과 중에 공포와 기억 조절에 관한 영향이 있는데 자극을 걸러주는 부분에 관여한다는 부분에 집중해 한의학 치료와의 연관성을 모색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은 “대마의 의료적 사용은 세계적으로 확대돼 가는 추세고 우리나라도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몇 년 안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식품 형태의 전초 추출물을 의학적 용도로 사용하도록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의사들 역시 자유롭게 쓰도록 하자는 정책적 방향을 유지하되 재배부터 추출, 유통에 이르는 전 관리 체계를 지역 농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