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뇌질환학회(회장 박성욱)은 지난 24일 강동경희대병원 별관 강당에서 ‘파킨슨병과 통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 파킨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통증과 관련된 중점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떨림이나 경직 등과 같은 운동기능 관련 증상 외에도 통증, 우울, 자율신경장애 등 운동과 관련되지 않은 증상들도 매우 흔하게 겪게 되며, 특히 통증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매우 흔하면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대표적인 비운동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고 있는 통증의 현황을 살펴보는 한편 침 치료의 통증 조절기전, 약침·사상의학을 활용한 통증 치료방안 등 파킨슨병 환자들의 통증 완화를 위한 한의학적 방안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침 치료의 통증 조절 기전(박지연 대전대 한의대 교수) △파킨슨병 환자의 통증 관리-아시혈과 약침을 중심으로(박성욱 경희대 한의대 교수) △파킨슨 환자의 통증에 대한 사상의학적 접근(허만회 체형사상학회 고문) 등의 발표와 함께 △파킨슨 환자를 위한 무용교육프로그램 Dance for PD(김미영 전문무용수지원센터 강사) △파킨슨병 환자의 영양요법(경희대 한의대 조승연 교수) 등이 발표됐다.
이날 박지연 교수는 발표를 통해 통증이 일어나는 기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한의계에서는 등통증 등을 비롯한 기타 통증과 관련된 근골격계 환자의 내원 비율이 높은 만큼 통증기전 등 관련 연구가 중요하다”며 “통증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활동 제한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발생하며, 이로 인한 우울감, 불면 등과 같은 병발증상으로 연계될 수 있어 반드시 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신체적인 증상 외에도 감정적인 부분이 고려돼야 하는 한편 최근에는 성별에 따라 통증 민감도, 치료에 대한 반응성 및 작용 기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향후 이를 고려한 접근법도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지난 연구를 통해 침 치료 후 발현되는 물질이 진통효과에 기여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으며, 앞으로 자침 국소부위-말초신경계-척수-대뇌로 이어지는 진통효과의 기전을 확인하는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또한 통증은 파킨슨병,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여러 질환과 병합돼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의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성욱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 있어 통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오랜 유병기간 △높은 유병률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평균수명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아 긴 여생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있어 통증을 조절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환자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주며, 장기간 치료를 하기 위해 통증 조절을 필수”라며 “또한 단순 노화로 인한 통증 유병률이 52.9%인 반면 파킨슨병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통각정보에 더 큰 과민성을 갖고 있어 실제 85%의 환자들이 통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파킨슨병 환자들의 통증 치료에 도파민 제제, NSAIDs, 항불안제, 항우울제, opioid 수용체 길항제, 보툴리늄 독소, 뇌심부자극술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통증 조절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침, 뜸, 한약, 약침, 추나요법 등의 한의치료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아시혈과 약침을 통한 통증 조절방법 및 실제 임상사례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흔히들 아시혈이라고 하면 ‘아픈 곳에 자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것은 오해된 부분이 있다”고 밝히며, △눌렀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압통점이 있다 △압통과 함께 조직이 뭉쳐져 있는 경결을 확인할 수 있다 △정해진 자리가 없는 유동적 혈자리다 △같은 환자라도 치료시마다 압통과 경결을 확인한 후 시행해야 한다 △통증이 있는 곳 주변, 경혈 주변, 관절 주변에 주로 생긴다 △근육이나 근막 조직 내에 단단하게 굳은 경결점으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경우 아시혈에 영향을 받는 주변 근육들 또한 긴장도가 증가돼 있다. 아시혈에 치료를 시행하면 통증이 감소되는 것과 동시에 주변 근육의 과도한 긴장도 함께 개선된다 등 아시혈의 특징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굉장히 많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는 일반인들도 느낄 수 있는 통증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 생각해 보면 파킨슨 환자이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고 치료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파킨슨 환자들에게 한의치료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시혈들, 즉 환자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 근처를 잘 살펴보면 굉장히 아파하는 아시혈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그 자리들을 약침 등으로 치료하면 통증도 줄어들고 경직도 줄어든다. 경직이 줄어들면 당연히 부드러워져 움직임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감한 파킨슨 환자를 잘 치료하면 일반인의 통증을 치료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떨림·경직·서동증·자세불안정 등과 같은 운동증상 이외에도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정신기능 이상 등과 같은 비운동증상도 함께 나타나며, 현재 파킨슨 환자의 치료목표가 증상의 악화를 지연시키고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최근 들어서는 운동증상의 관리와 더불어 비운동증상에 대한 관리도 중시되고 있다”며 “실제 이 같은 증상들은 한의학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증상들이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파킨병 환자 수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학이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뇌질환 관리에 있어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것은 물론 국가사업에도 참여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허만회 고문은 체간측정법을 활용한 체질 분류법을 소개하고, 각 체질에 따라 요각통·슬통·족통·요통·견통·견배통·관절통·전신통 등 다양한 통증에 활용되는 처방들을 실제 임상사례 소개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편 통합뇌질환학회에서는 학술대회에 이어 오후에는 학회에서의 학술연구가 실제 임상현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 따라 환자와 보호자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도 함께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건강강좌에서는 △파킨슨병의 원리와 관리법(최동준 동국대학교 교수)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기공요법(경희대학교 이화진 교수) △파킨슨병 환자의 영양요법(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내과 조승연 교수)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또한 강좌 후에는 환자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화진 교수가 개발한 화진뇌질환치유기공, 전문무용수지원센터 김미영 강사의 Dance for PD, Upledger Institute Korea 홍순규 대표의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두개천골요법 체험 행사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