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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발전, 다른 분야와의 협력·연대 통해 한의학 창조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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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발전, 다른 분야와의 협력·연대 통해 한의학 창조해 나가야”

한의학 성장·진화는 갈등-창조-협력의 다중적 과정 거친 새로운 인프라 권력의 탄생
산업화는 최대의 블루오션…정부 및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 및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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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한국교육개혁전략포럼 정책위원장)

 

최근 김종영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의학의 근현대 발전상을 담는 것은 물론 사회학자의 관점에서 현재 한의계가 처한 위기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라는 제하의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본란에서는 김종영 교수로부터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과 더불어 향후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Q. 이번에 출간한 책은 어떤 책인지?

이 책은 근대한의학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 제도화를 창조적 유물론(creative materialism)으로 설명한다. 한의학에 대한 기존의 설명은 패러다임론이 우세했는데, 이러한 관점은 한의학이 과학·양의학과의 결합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책은 한의학과 과학·양의학의 결합이 현실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한의학의 근대화, 제도화, 법제화 과정뿐만 아니라 한의학이 실험실, 진료실,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탈바꿈하고 인프라 권력을 확장하는지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한의학이 억압받고 식민화된 지식에서 전문적이고 글로벌한 의학체계로 발전했기 때문에 한의학은 한국 근대를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저는 한의학의 근대를 통해 한국 근대를 창조적-갈등적 신(新)집합체로 재해석하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근대 한의학의 탄생을 통해 한국 근대를 보다 깊게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Q. 많은 분야 중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는 대단히 매력적인 주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습적 사고를 수정할 것을 강요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의학-양의학, 전통-근대, 동양-서양 등의 이분법적 사고로 한의학과 근대를 이해한다. 한편으로 한의학은 과학, 양의학, 국가와 싸우면서 지난 100년 동안 성장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한의학은 과학과 양의학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의대 교육과정만 봐도 양의학과 과학의 내용이 3〜40% 정도 된다. 한의학의 근대화는 갈등과 창조를 동시에 동반하면서 자신의 인프라 권력을 확장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연구자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연구의 혁신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근대 과정을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회과학자에게는 큰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매력적인 부분들이 한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Q. 집필하면서 어려운 점들은?

이 책은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과 더불어 저의 <지식과 권력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이 세 책 중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가 가장 힘들었다. 

<지배받는 지배자>는 미국 유학현상을 질적 종단연구로 통해서 분석한 책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수년에 걸쳐 인터뷰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지민의 탄생>은 4가지 사회운동(삼성백혈병 사태, 광우병 촛불사태, 황우석 사태, 4대강 사업사태)의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 현장연구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 두 책도 물론 힘들었지만 이 책이 훨씬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위해 저는 실험실 참여관찰, 한·양방협진 참여관찰, 의료 산업체 참여관찰 등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사회학자가 한의학과 과학을 동시에 배우면서 실험현장과 의료현장을 분석적으로 다루기가 대단히 힘들었다. 맨 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또한 한국 의료사회학과 의료인류학 분야에서 이런 종류의 현장연구의 전통이라는 것이 없다. 누구도 걸어보지 않았던 길을 처음으로 걷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 같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을 해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저는 무수한 기억들로 감정이 요동쳤다.

 

김종영1.jpg

Q.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한의계는 지난 100년 동안 과학, 양의학, 국가와의 관계정립에 있어 대단히 혼란스러운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그 관계정립에 대해 머리를 맑게 해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들을 이해하는데 사회과학, 인문학, 과학기술학과 같은 학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또한 역사와 사회 속에서 한의학의 진화를 이해해야만 한다. 한 마디로 한의학의 성장과 진화는 갈등, 창조, 협력의 다중적인 과정을 거친 새로운 인프라 권력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의학이 앞으로도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산적인 관점도 제공하고 있으며, 한의학을 넘어 한국 의료계 전반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는 한의학의 과학화, 세계화, 산업화를 연구하기 위해 한의사들만 만난 것이 아니다. 양의사, 과학자, 기업인, 정부정책관계자 등을 만났다. 한국 의료계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서로 갈등하며 성장했다. 

이 책에서는 한국 의료계가 의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이를 넘어 이 책은 한의학과 양의학 간의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소통이 가능하며 이는 두 의료 진영에도 상당한 이점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저는 우리를 억압한 근대에 대해 이제 해방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근대(또는 근대성)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에게 억압이었다. 근대는 한국인들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낳았고, 우리는 아직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한국 근대의 아버지는 서구(또는 과학)이고, 우리는 거세당할 위협을 느끼며 서구가 제시한 사회 모델과 질서 체계를 따라가야 한다는 집단적 억압에 시달려 왔다. 

이런 부정적이고 억압적인 근대에 대한 무의식은 근대 초기 한국이 경험했던 뼈아픈 역사적 패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별되는 근대를 성공적으로 성취했다. 근대를 통해 우리는 고통받았지만 우리는 아픔을 통해 성장했다. 한의학의 근대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분야이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근대라는 억압에 대한 치료이자 해방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가장 적절한 모범이 한의학이라고 생각했다. 


Q. 사회학자로서 한의계 역사를 살펴본 느낌은?

한의학의 역사는 투쟁과 창조의 역사다. 일본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해방 후 국가와 양의학에 의해 엄청남 억압과 핍박을 받았다. 한의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싸우고 또 싸웠다. 90년대 한약분쟁을 집단적으로 체험한 한의계는 ‘집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배웠다. 2010년대에는 천연물신약 분쟁이 있었고 아직도 한의계는 양의계와 정부와 싸우고 있다. 

한의계는 싸움만 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을 부단하게 창조해 왔다. 한·중·일 세 나라를 비교하면 한의학이 가장 다양하게 발달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의계는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유파들이 공존하며 꽃을 피워 왔을 뿐만 아니라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를 통해 다른 영역을 창조적으로 개척해 왔다. 한의계의 후배들과 후학들도 선배들이 이룩한 처절한 투쟁의 정신과 부단한 창조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체적으로 이제까지 한의학은 잘해 왔다. 하지만 한의계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을 것이다. 한의계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집단에 속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의계에는 인재들로 넘쳐난다. 이런 점에서 한의계는 축복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한의학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다른 분야와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한의학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임상, 연구, 산업 모두 중요하지만 산업 분야가 특히 블루오션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좀 더 인재를 키우고 산업화를 위해 공격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가령 저는 한의학의 산업화를 연구하기 위해 여러 기업인들과 개발자들을 만났다. 그 중 한 곳이 아모레퍼시픽이다. 아시다시피 아모레퍼시픽의 히트 상품은 ‘설화수’라는 한방화장품이고 1년 매출액이 1조가 넘는다. 하지만 설화수의 개발자는 경희대 한의대이다.  

당시 태평양화학(현재 아모레퍼시픽) 연구개발팀은 경희대 한의대에 의뢰해 설화수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설화수의 개발로 인해 경희대 한의대가 얻은 보상은 너무나 적다. 90년대 말 설화수가 개발될 때 한국에 지적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경희대 한의대는 설화수라는 처방을 거의 무상으로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의 재산은 7조6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이건희, 서정진, 이재용에 이어 한국 4위의 부자다. 포브스 발표 기준으로 세계 222위의 부자이다. 글로벌 자본가로서의 서경배 회장의 부상에는 설화수의 대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법률적으로 저는 설화수의 이익에 어떤 배분이 이루어져야 할지 모르지만, 도의적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이 경희대 한의대에 지적재산권으로 1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설화수 처방 아이디어가 그렇게 큰 가치를 지니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식경제에서는 아이디어가 대단히 중요하다. 구글의 알고리즘 공식을 만든 지식이 수백조의 가치로 발전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조 단위의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식경제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설화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의약제품들은 일종의 지식경제다. 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천연물신약 분쟁’도 이런 지식경제에서 나오는 이익에 관한 갈등으로 풀이된다. 

한의계가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화를 위해 공격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이 무한한 시장을 제공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도 한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의계의 리더십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의계의 리더들은 산업과 글로벌리제이션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한의학의 지식경제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비전과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인재를 키워야 하고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지원을 해야 한다. 한의학의 연구개발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한의계의 성공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한의학의 2차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류근철 박사는 한의학 1호 박사로서 큰 성공을 거뒀고 카이스트에 578억원을 기부했다. 저도 류 박사님이 살아계실 때 카이스트에서 직접 뵌 적이 있다. 제가 한의학에 대해 카이스트에서 발표를 했는데 이 때 제 발표를 듣기 위해 참석했었다. 제가 발표 도중 손바닥을 펼치면서 설명을 했나 보다. 바로 앞에 앉아있는 류 박사가 제 발표를 듣고 나서 여러 코멘트를 했떤 기억이 있다. 제가 기억나는 코멘트는 제 손금이 당신께서 보신 손금 중에서 가장 좋다고 했고 앞으로 큰 성공을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웃음). 당시 류 박사님을 뵙고 서로 교감이 좋아서 차후에 만나면 한의대 학생들을 위해서 도움을 좀 주시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대단히 훌륭하신 분이셨는데 딱 한 번만 뵈어서 안타까웠다.

저는 앞으로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류근철 박사, 이영림 원장, 청강 김영훈 선생의 자제분들과 같이 한의계에 통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적으로 한의계의 선배들과 리더들의 역할이다. 너무나 우수한 한의대 인재들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인재는 대학에서 길러진다. ‘설화수’와 ‘스티렌’의 대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의학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한의계 선배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의대 학생들이 차후에 서경배 회장이나 중의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투유유와 같은 인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지식경제에서는 인재들이 가장 중요하고 한의계는 보다 더 공격적으로 인재들이 모여 있는 한의대에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Q. 기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이 연구를 위해 한의계, 과학계, 정부관계자, 기업인 등 수백명을 만났다. 지면을 통해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저는 한의계가 처한 문제들을 심도있게 이해하고 분석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한의계 사람들 누구나가 고민하고 풀고 싶은 문제들일 것이다. 이 책이 한의계의 오랜 고민과 숙제를 푸는데 조그마한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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