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우리나라의 부실학회 논문 게재 비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을 만큼 문제가 심각해 연구윤리 규정을 마련하되 징계・제재 기준 및 대상을 사전에 정해 연구자의 불안감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소영 국회 사회문화조사실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11일 발행된 이슈와 논점에서 '부실학회 문제 대응 현황과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 글에 따르면 최근 연구자들은 부실학회가 보내 온 이메일을 통해 해외의 유명 학술지나 학회에 논문을 투고하라는 광고를 쉽게 받아볼 수 있다.
부실학회는 게재료 수입을 목적으로 정상적인 심사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무분별하게 출판한다.
연구의 질적 수준 점검 및 자정 기능을 수행하는 동료심사가 없거나 간소해 게재를 보장하거나 심사 기간이 짧다면 부실학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유명 학술논문 인용지수인 스코퍼스(Scopus)에도 부실학회가 다수 등재돼 있으며 그 비중 또한 2004년 0.01%에서 2015년 2.75%로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스코퍼스 색인의 부실학회 게재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부실학회 문제가 심각한데 최근 5년간 대학, 출연연구소, 4대 과학기술원에서 부실학회로 의심받고 있는 오믹스(OMICS)와 와셋(WASET)에 참석한 횟수도 1578회에 달할 정도다.
최근 고의적・반복적인 부실학회 투고가 증가하면서 연구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부실학회 문제는 2010년대에 들어서야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는 논문을 투고하는 저자를 소비자로 간주하는 등 부실학회를 소비자 보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FTC는 대표적인 부실학회인 오믹스의 출판 및 학회 운영 행위가 저자들을 상대로 한 기만적・사기적인 영업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2016년 8월 오믹스를 제소했다.
네바다 연방법원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기만적・사기적 행위를 한 오믹스 및 관련자에게 5,010만 달러(약 570억 원)의 금전적 구제조치와 함께 영업행위 금지 명령을 주문함으로써 위법한 부실학회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연구자에게도 자발적인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구윤리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재단(Deutsche Forschurgsgememeinschaft; DFG)이 부실학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DFG는 연구기관의 부실학회 문제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바람직한 연구수행을 위한 권고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DFG는 논문 수 실적 압박이 연구자들이 부실학회에 투고하게 되는 주된 동기인 만큼 연구비 지원 평가 기준에서 논문 수를 제외하여 부실학회 퇴출을 위한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7월 오믹스와 와셋 등 부실학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년제 대학, 출연연구소 및 4대 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자의 최근 5년간 부실학회 참석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18.8~9).
각 기관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 감사를 실시해 부실학회에 참가한 연구자를 직무윤리 위반 사유로 징계했다.
또 현 연구윤리 규정상 부실학회 투고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연구비 부당집행에 집중해 관련 대처를 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실학회에 2회 이상 참가했거나 견책 이상 징계를 받은 연구자가 학회 참가와 국가연구개발과제 수행과의 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부당집행으로 보고 회수 절차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9년 5월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부실학회 문제 대응방안으로는 정부 차원의 부실학회 목록 관리, 교원 업적・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의 질적 평가로의 전환 등을 담았다.
아울러 부실 의심학회를 신고・검증하는 학술정보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 플랫폼을 연구비관리시스템과 연계해 부실학회 참석 시 소속 연구기관에 통보함으로써 연구자에게 징계 및 제재조치가 취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 입법조사관은 먼저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가 부실학회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윤리 규정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등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통제 체계를 구축해 부실학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질적 평가를 강화해 부실학회 문제로 인한 연구 생태계 왜곡을 개선하고 부실학회 참석에 대한 징계・제재 시 관련 규정 및 대상 부실학회를 명확히해 연구자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