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난다는 것은 신체 반응에서 굉장히 중요한 현상이다. 발열은 염증에 수반되는 중요한 숙주방어 반응으로1) 외래 및 입원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 및 징후 중의 하나이지만 외래로 방문한 발열 환자를 짧은 시간내에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발열 환자의 진단적 접근을 위한 형식은 없다2). 따라서 담당 의사의 경험과 의학 지식 등에 의해 효과적인 접근으로 진단과 치료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3).
외래를 방문하는 발열 환자의 경우 감염에 의한 급성 열성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증과 같이 24시간 내에 발생하여 수일 내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나 질환의 중증도와 동반 증상에 따라 다양한 발열의 원인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4).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발열은 오전에 37.2℃ 이상, 오후에 37.7℃ 이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직장을 통한 체온 측정의 경우 0.4℃ 더 높게 정의한다. 정상적인 체온의 일주기 변화의 폭은 0.5∼1.0℃로 간주된다.
발열 환자 중 병력, 역학적 상황, 이학적 검사 등에서 단순 바이러스 질환이나 연쇄상구균에 의한 인두염이 아닌 경우 검사실 시험을 시행한다(발열 환자에게 체크할 사항은 그림을 참고).4)
대부분의 경우 검사실 시험으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선별검사(표1 참고)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확진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검사의 범위와 진행 속도는 질환의 진행경과, 진단적 가치, 숙주의 면역상태에 따라 다르며 국소적 소견을 보이거나 병력, 역학적 배경 또는 이학적 검사에서 확실한 진단이 예상되면 검사실 시험도 예상 질환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5).
일차 의료 현장인 한의원에서도 발열 환자가 내원할 것이다. 갱년기나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인한 허열(虛熱)일 수도 있고, 급성 외감으로 인한 실열(實熱)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은 환자가 내원한다면 기본적인 바이탈 체크(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및 가능하다면 혈당까지)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한의대 다니면서 배운 망문문절(望問聞切) 사진(四診)도 시행하야 하지만 정량화된 객관적인 데이터 기록으로 환자 정보를 기술하기도 편하고,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편하다. 이때 꼭 해야 할 것이 체온 체크이다. 환자의 중요한 정보이면서, 증상의 심한 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열의 허실(虛實) 또한 감별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환자의 치료가 달라질 것이다.
환자의 주관적인 간헐적인 열감이라면 허열(虛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갱년기 증상, 만성 질환이나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인한 열로 볼 수 있고, 이 때에는 虛한 것을 補하는 처치법을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환자가 심한 열감을 호소하면서, 체온도 실제로 체크하였을 때 정상 체온의 범주를 넘는다면, 이는 실열(實熱)일 가능성이 높다.
외감성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 세균 감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은 상기도 감염과 요로 감염이다. 즉, 감기(심하면 폐렴, 기관지염)와 신우신염(전신 발열 증상은 없지만 방광염도 포함될 수 있다) 상기도 감염의 경우 해수, 객담, 코막힘, 인통 등의 상기도 감염 증상이 동반됨을 확인하고, 하부 요로 감염의 경우, 소변불리, 배뇨통, 배뇨장애, 늑골 척추각 타진시 통증 등을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확진을 원한다면,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통해 감염의 증거를 확인하여야 한다. 하지만, 비감염성 원인도 있으므로 충분한 검사와 과거력, 문진 등을 통하여 이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비감염성 원인은 표2를 참고).
한의학의 한열이란 체열 영상에 의하거나 체온계로 계측한 것이 아니고 약물 투여 반응으로 분별된 것으로 생물학적 온열이라고 할 수 있다. 한열은 실질적인 온도보다는 약물이나 음식에 대한 반응, 기능이나 에너지의 발현정도 등 기능의 항진이나 저하와 관련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6).
진단과정에서 한열의 한의학적 개념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증상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근거 중 하나인 체온이 한의학적 진단에서도 중요하며,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변불리 환자가 왔다. 배뇨통을 호소하면서, 환자는 열감도 있다고 하였다. 체온을 측정해 보니 체온이 38도 이상이었다. 이 환자는 단순 방광염 환자가 아닌 신우신염 환자이다. 전신적인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 CBC와 소변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진단은 급성 신우신염, 한방 진단으로 熱痳, 치료로는 小柴胡湯合五苓散, 大柴胡湯, 八正散, 萬全木通散, 龍膽瀉肝湯, 知栢地黃湯, 六味地黃湯, 四物湯, 淸腎健脾湯, 四君子湯合腎氣丸 등을 사용할 수 있으나, 단순 방광염 치료 보다는 좀 더 강한 치료(抗菌. 한의학적으로 淸熱解毒, 단순히 利尿通淋 치법은 한계가 있다)가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심한 고열 환자에게서 일차 진료 현장인 한의원에서의 치료가 한계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계점을 알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조언과 정보를 주고 환자에게 선택하게 할 수 있게 한다면, 환자가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느끼는 신뢰는 커질 것이다.
참고문헌
1. Marik PE. Fever in the ICU. Chest. 2000;117(3):855-69.
2. 김준명, 송영구. 발열환자의 진료. 대한의사협회지 1998;41(1):49-55.
3. 오명돈. 우리나라에 흔한 불명열의 원인질환. 대한의사협회지 1998;41(1):56-62.
4. Root RK, Waldvogel F, Corey L, Stamm WE.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A practical approach)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p. 439-47
5. J Korean Acad Fam Med Vol. 23, No. 8 August. Diagnostic Approach of Febrile Outpatients
6. J Korean Med. 2018;39(1):13-21. Comparison of Health Status and Mibyeong Characteristics between Cold Syndrome and Heat Syndrome by Cold Heat Syndrome Differentiation S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