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이 나아갈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이하 한의학연)은 지난 1일 한의학연 한의기술표준센터 제마홀에서 '미래의학 그리고 ICT 융합 및 한·양방 융합'을 주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 개원 25주년 기념 전통의학 국제심포지엄'을 개최, 미래의학 구현을 위한 전통의학과 타 분야간의 융합을 논의하는 한편 새로운 미래의학의 발전방향 정립을 위한 다양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김종열 원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첨단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돼 의료계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의학을 포함한 전통의학도 이러한 첨단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개인 맞춤치료 및 예방의학으로서 세계 의학의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원장은 "앞으로 한의학연은 전통의학이 중심이 되는 미래의학 실현에 앞장서기 위해 한의학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기 위한 한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ICT 융합 진단·예측 기술을 개발해 인공지능 한의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의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더불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만성·난치성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한·양방 통합치료기술과 한의학·BT 융합치료기술 개발 등 새로운 융합의학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 임상결과의 표준화·과학화된 자료로 수집 및 활용 '필요'
또 최문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의학은 '百人百色의 의학'이라는 말처럼 환자의 신체, 정신, 주변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하는 전인적인 의학이기 때문에 쉽게 정의할 수도, 표준화에 대한 접근도 다른 의학에 비해 어려움이 따른다"며 "따라서 산재돼 있는 임상결과를 결집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치료 및 처방의 패턴과 결과를 통해 표준화·과학화된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오늘 심포지엄이 한의학과 타 분야 학문과의 융합과 발전을 모색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남 베트남 국립전통의학병원장도 "한의학연은 뛰어난 자격요건을 갖춘 훌륭한 연구자들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적인 연구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그동안 한의학을 전승, 개발 및 국내외에 전파하는데 큰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해 한의학에 I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접목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세계적으로 전통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설진·맥진·음성 등에 생체계측 기술 '접목'
이어진 심포지엄에서 '미래의학'을 주제로 한 첫 세션에서는 △컴퓨터 중의약(TCM) 데이터 분석(홍콩 폴리텍대학 데이비드 장 교수) △AI와 빅데이터 관련 동향 및 활용 사례(한국오라클 장성우 전무) △의료과학을 위한 기계학습과 빅데이터(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교수) △만성통증 바이오타입에 따른 침 치료 진통 반응 예측(미국 미시간대 마취과·류마티스내과 리차드 해리스 교수)이 발표됐다.
특히 데이비드 장 교수는 발표를 통해 설진(혀 영상)·호흡·맥진(촉각)·음성(청각) 등에 대해 생체계측 기술을 중의학에 접목해 진행한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장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중의학과 생체계측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각 분야의 진단을 하는데 있어 굉장히 유용하고 활용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또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 발표된 논문들의 인용도도 높아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며, 실제 임상에서도 활용되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 기업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발전된 기기 개발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어 "전통의학이 미래의학으로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항상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며 "그러한 고민의 해결방안 중 한 가지가 바로 생체계측이다. 즉 전통의학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만큼 앞으로도 전통의학과 생체계측 기술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통의학 데이터의 표준화 위한 다양한 노력 진행 중
또한 'ICT 융합 및 한·양방 융합'을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태블릿 어노테이션툴을 활용한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셋 구축(건양대 의과대학 김종엽 교수) △한의 임상 빅데이터 구축의 한계와 해결방안(한의학연 미래의학부 이상훈 책임연구원) △대만의 TCM 데이터베이스 분석 활용방안(대만 국립양명의대 천팡페이 교수) △근골격계 수술 후 한의표준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임상연구(가천대 한의과대학 송윤경 교수) △베트남 전통의학과 양의학의 통합치료(베트남 국립전통의학병원 내과·소아과 쩐 티 프엉 링 과장) △저반응 난소군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의 한계 극복을 위한 전략(한의학연 임상의학부 유수성 선임연구원)을 주제로 각각 발표됐다.
이상훈 책임연구원은 발표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미래에 AI가 의학에 도입될 경우 일반의는 94%가 대체될 것으로 답변하는 반면 한의사의 경우는 0.1%가 대체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미래에 일반의들은 AI로 하여금 94%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한의사는 0.1%만 도움을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한의학도 AI 도입에 따른 준비를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I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임상 빅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러한 데이터들은 디지털화·표준화된 데이터가 정량적으로 수집돼야만 개발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의 경우에는 가장 대표적인 진단법인 '사진'(四診)의 경우에는 사람에 의해 실시돼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부분과 '문진'(問診)의 경우에도 주관적인 부분이 있어 AI를 개발하는데 있어 커다란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도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WHO의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프로젝트, ISO TC249에서 전통의학 용어 범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측정기기 개발 및 맥진·설진·복진에 대한 표준화·디지털화를 위한 기기 개발, 컴퓨터화된 이미지 분석시스템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것들을 적극 활용해 전통의학 임상데이터를 수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의학연에서는 (전통의학)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만큼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향후 AI 시대에 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