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동의보감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동의보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국내외 석학들은 동아시아 의학에서 동의보감이 지닌 의미와 세계 보급을 위한 전략 등을 논의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과 동의보감사업단(단당 안상우)은 지난 27일과 28일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주제관에서 ‘동의보감과 세계전통의학의 소통’을 주제로 ‘2019 동의보감 국제포럼·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포럼·컨퍼런스에는 김종열 한의학연 원장을 비롯해 이재근 산청군수, 이만규 산청군의회 의장, 안상우 한의학연 동의보감사업단장,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 고병희 경희한의대 명예교수(전 한의학연구원장), 다케다 토키마사 일본 교토대학 교수, 메데이로스 페레이라 에프라임 브라질 CEATA 침구대학 국제교육연구부 부장, 정현월 중국 대련대학 교수, 손영석 중국 연병 조의진소 원장, 아카라세리농 프라빗 태국 마히돌대학 전통의약센터 센터장 등 국내외 의학·의사학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열 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국제 포럼과 컨퍼런스를 통해 동의보감이 과거 낡은 지식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전통의학 자료이자 자산이라는 것이 재조명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교수는 “동의보감이 가지고 있는 깊은 잠재력을 발양시켜 세계 의학계에 대안으로 제시할 방안을 모색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포럼·컨퍼런스는 첫째 날 고병희 명예교수의 기조강연과 세계 각국 초청위원들의 주제토론이 이어졌으며, 둘째 날에는 다케다 교수와 김남일 교수의 기조강연, 주제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동의보감 ‘양생이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을 것
주제토론에서 정현월 대련대학 교수는 동의보감에 대해 “중국과 한국을 함께 봤을 때 2000년 동양의학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평했다. 그렇기 때문에 동의보감은 중국,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40회 이상 인쇄됐으며, 중국의 황제내경도 한국의 자문을 구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만큼 동의보감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유산인 만큼 정 교수는 이론 연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한국과 중국의 동의보감 연구를 보면 의사학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동의보감은 양생을 바탕으로 예방에 전면적으로 포커스를 맞춘 의학서적”이라며 “이론적 연구도 좋지만 실용적 요소를 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은 간헐적 단식이나 하버드의대 교수가 출간한 정념명상같은 책”이라며 “감정과 욕구를 다스리는 동의보감의 양생이론 또한 이들 책에서 설명하는 원리와 같다. 전 세계 사람들도 동의보감의 양생이론을 잘 응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의학, 현지화 위한 통합 글로벌 정책 필요

메데이로스 페레이라 에프라임 브라질 CEATA 침구대학 국제교육연구부 부장
메데이로스 브라질 CEATA 침구대학 국제교육연구부장은 동의보감과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현지화 작업을 강조했다. 현재 메데이로스 연구부장은 동의보감 침구편의 포르투갈어 번역을 맡고 있으며, 내년 브라질 내 정식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양국 간 지식 교류도 중요하지만 타겟의 대상이 되는 현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동의보감의 번역, 출간은 물론 한의학을 현지화할 수 있는 통합적인 글로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메데이로스 연구부장은 브라질 공공건강시스템에 중의학이 들어온 것처럼 한의학도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데이로스 연구부장은 “대체의학이 브라질 공공보건시스템에 2006년 적용된 이후 중의학을 비롯한 현재 20개의 대체요법이 이 시스템 안에 속해 있다”며 “일차의료기관중 8% 정도가 대체요법을 보건의료 정책 하에 사용하고 있는 만큼 한의학도 브라질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3국, 고(古)의서 공동연구도 기대
다케다 일본 교토대학 교수 또한 동의보감의 동아시아 의학사에서 지닌 역사적 가치를 되짚으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중일 공동으로 각국의 의서들을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다케다 교수는 동의보감에 대해 “한국의 근세의학의 출발점이자 완성점에 해당하는 책으로서 중국에도 일본에도 유래를 찾기 힘든 완성도 높은 책”이라고 정의했다.

다케다 토키마사 일본 교토대학 교수
그러면서 “동의보감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부터는 다른 나라들도 자기들의 수학, 의학서를 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는 작업을 했다”며 “세계 각국의 전통을 기록 유산으로서 다시 재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했다.
그렇지만 일본은 고(古)의서 종류가 1만5000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자국 노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2015년 일본 교토대학이 김남일 교수, 안상우 박사를 초청해 한국에서의 기록유산 등재 과정과 전통의학 연구 경향을 들었다고 술회했다.
다케다 교수는 “기록유산 등재에 있어 한중일 3국가는 경쟁의식을 갖고 있어 서로 견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지 말고 서로 각국의 의서들을 공동등재하자는 논의를 2015년에도 나눈 바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도 공동등재는 물론 동의보감을 3국이 함께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연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의학, 경쟁력 위해 타 산업과 융합해야"
앞서 열린 기조강연에서는 고병희 명예교수가 나와 ‘동의보감과 세계전통의학의 소통’을 주제로 한국 한의학의 발달사와 현황 등을 소개했다.
그는 “한의학은 동의보감과 사상의학을 토대로 경락, 기혈 등의 이론을 합한 학문”이라며 “치료법에 있어서도 신체 내부를 치료함으로서 기능 변화를 이끌어 내며 주로 침, 뜸, 한약 등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한의학의 고유 치료방식은 그 치료 효과와 역사적 맥락이 합해져 한국의 환자 만족도에 있어 서양의학이나 치과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의학의 세계화, 표준화를 위해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한약의 안전성·품질·효능을 향상시켰고, KCD의 표기, 다른 아시아 국가와 협력해 국제표준기관인 ISO TC249에 전통의학 용어를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고병희 경희한의대 명예교수 전 한의학연구원장
그는 또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한의학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와 산업, 연구, 교육, 임상 분야에서 더욱 많은 교류와 타 분야와의 융합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진단의 객관화는 물론 증상을 표준화하는 방법, 서양 의학과 어떻게 융합해 이를 확장시켜 나갈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감염질환이나 수술질환 환자가 줄어들고 예방의학적 측면이 강조되는 현 의료상황 속에서 의학, 약학 뿐 아니라 식품, 생물학, 영양학과 교류·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