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회장은 한의사가 온전한 의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 카테고리가 더욱 넓어져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한약이 원료가 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한의사가 가장 잘 쓸 수 있는데다 한의의료행위를 목적으로 필요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 반드시 한의사가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혁용 회장은 지난 23일 대전 동구청소년자연수련원에서 열린 전국 한의과대학 연합동아리 FOOM 여름합숙 초청 강연에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최혁용 회장은 검찰청의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불기소결정통지’에 따라 지난 13일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전문의약품 사용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한약 원료·통증 경감·응급 전문의약품은 한의사 사용”
최 회장은 먼저 아피톡신(봉독)이나 신바로(한의처방 청파전), 레일라(한의처방 활맥모과주), 스티렌(쑥 추출물) 등은 한약으로 만든 전문의약품인 만큼 한의사가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약들이 임상 거친 약이기 때문에 한의사들은 못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장 진보된 한약이고, 한의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약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써야 한다”며 “한약으로 만든 전문약은 한의사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의의료행위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리도카인에 대해서도 환자의 통증 경감을 위해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한의사들은 봉침을 쓸 때 생리식염수랑 리도카인을 일대일로 희석해서 쓰고 있다”며 “봉침은 엄청난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를 경감시키고자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검찰의 무혐의 결정도 그런 취지에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한의치료행위 중 하나인 침도요법의 경우 양방은 ‘FIMS’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따라하면서 환자 통증 경감을 위해 프로포폴을 쓰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그는 “최선의 한의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한의계도 환자에게 리도카인을 수단으로 쓰는 것”이라며 “한의의료행위를 위한 용도로 한 전문의약품 사용이 검찰의 불기소결정처럼 어찌 불법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회장은 또 봉독약침의 안전한 처방을 위해 응급의약품 사용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봉침 치료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쇼크가 오면 응급의약품 써서 즉각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양봉업자도 가지고 있는 게 응급의약품이다”면서 “한의사가 봉침요법을 하면서 부작용 관리를 위해 응급의약품 비치하는 게 무슨 불법이란 말이냐. 오히려 우리가 응급의약품을 비치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최선의 진료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법에는 양약과 한약을 구분해놓지 않았다. 한의약육성법에서도 한의의료행위에 대한 정의를 전통을 기반에 두고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된 행위라고 나와 있다. 이것이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되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의대는 한의학 배우는 곳 아닌 한의사 키워야”
최 회장은 한의대의 교육 커리큘럼과 국가고시에 대해서도 현재 교육 과정에서 한의대 기초 교육 시수는 대폭 줄이고 실습 교육 시수를 대폭 높일 것임을 밝혔다.
최 회장은 “우리는 교육과 국시도 심각하게 괴리가 있다. 한의대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70%는 현대의학임에도 불구하고 국시 문제는 정반대로 출제되고 있다. 열심히 배운 게 국시에 나오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한의대 교육 과정에서 기초 교육은 줄여야 한다. 한의대는 한의사를 키우는 곳이지 한의학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며 “중국은 중의대에서 가르치는 중의학은 기초 과목 단 한과목이다. 한의대에서는 한의학 기초를 가르치는데 절반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습 교육 시수의 확대에 대해서도 그는 “한의대의 실습시수는 대략 900시간을 한다. 반면 양방은 실습을 2200시간 하는데 현재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는 주 30시간씩 50주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현대의학을 기초로 두고 한의학을 추가적으로 배우면서 미국 정골의대나 중의대처럼 4년 내지 6년 만에 이를 이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그 실행안을 마련하고 있다. 모든 학교가 동시에 실행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미국 정골의사들도 포괄적 의료행위를 한다고 했을 때 일부는 정골의학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반대했다”면서 “ 하지만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정골의사의 면허 범위를 넓혀 나갔다”고 강조했다.
“도구 전문가 아닌 몸 전문가로 거듭나야”
최 회장은 이 같은 한의대 교육 커리큘럼 변화의 당위성과 한의사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한의사가 제한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편에는 침과 한약이라는 도구 독점자, 도구 전문가가 있다. 그러나 제가 주장하는 한의사 미래 모습은 질병 관리 치료의 전문가다. 사람 몸의 전문가다. 우리가 도구 전문가로 갈 것인지, 몸의 전문가로 갈 것인지 우리는 현재 갈림길에 서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감초주사, 마늘주사, 정관장 전부 다 한약의 대체제다. 양방의 IMS, FIMS 또한 사실상 침을 대체하고 있다”며 “프락셀 레이저도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진피층에 구멍을 여러 개 뚫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한의사가 얼굴에 침으로 구멍을 여러 개 뚫어서 피부 미용치료하는 것에서 착안해 개발된 게 프락셀”이라며 “이미 사실상 의료기술은 침을 대체하고 있다. 도구의 전문가로는 영속성이 없고, 반드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질병관리치료의 전문가로 남을 수 있도록 롤 모델을 중국 중의사나 미국 정골의사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한의사는 반드시 의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 중의사와 정골의사는 중의학이나 정골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지만 모든 의학을 포괄적으로 다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한국 한의사도 이들처럼 한의학에 스페셜티를 가진 의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 한의과대학 연합동아리 FOOM은 6개 한의과대학(가천대, 경희대, 대구한의대, 대전대, 동국대, 우석대 등) 학생 100여명이 모여 지난 21일 부터 24일까지 최혁용 한의협 회장 특강을 비롯해 설진법, 자침실습, 추나교육 등에 대한 학술강좌를 성료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이 김희주 FOOM 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