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문화원이 조선시대 명의 유이태 선생을 활용한 지역발전 방안과 역사 바로잡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12일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송희복 진주교육대 교수는 “역사 속 인물은 가상인물과 실존으로 나뉘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듯, 류의태라는 가상인물 때문에 실존 인물 유이태가 묻히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며 “스승이 후세대가 되고 제자(허준)가 앞 세대가 되는 시대착오까지 생겼다”고 지적했다.
서유석 경상대 교수는 “유이태를 통해 류의태를 이기고 유이태의 삶과 행적을 보호하기 위해 근거를 정확히 찾아 학술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행적을 콘텐츠화해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복순 경상대 강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의 발목을 잡고 백신 실용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홍역 치료법 등을 유이태가 저술했단 걸 듣고 감탄했다”며 “오늘날 허준 선생은 많이 오르내려 동의보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유이태 선생의 마진편, 실험단방 등 가치 있는 의서를 비롯한 업적들은 왜 여태 묻혀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조선왕조실록에 허준에 대한 기록은 많은데 유이태는 숙종실록 2편, 승정원일기 2편 정도뿐이며 설화는 70여편으로 많다”며 “왜 유이태는 민중들에게 인기가 있음에도 기록이 별로 없고, 왜 허준은 기록은 많고 설화로는 많이 전승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성석 경상대 명예교수는 “설화는 민중들의 삶 속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문학으로 유이태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은 병난으로 인해 전염병이 유행할 가능성 높았고 피해자들은 고스란히 백성이었다”며 “그 시기 유이태의 탁월한 의술은 물론, 민중과 더불어 살면서 빈부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술을 베푼 심의(心醫)로서의 헌신적 모습에 감동한 백성들이 자신들과 가까이 있던 유이태를 이야기에 보탰기 때문에 이야기가 많이 전승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정시균 향토사연구소장은 “코로나19 시대, 인류의 질병을 다스릴 명의가 필요한 시점에 우리 고장 출신 조선시대 명의 유이태를 부각시키고 만시지탄이지만 자취를 새롭게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리게 됐다”며 “서울에 허준이 있다면 경상도에는 유이태가 있다. 향토사연구소에서도 상당한 관심 갖고 연구에 많은 노력 중이며 앞으로 행적이나 구체적 내용들도 많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이태는 우리 고장이 낳은 실존 인물이라 부각시키는 것은 지역 사회 후손의 당연한 바람”이라며 공원 조성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제안했다.
이어 “근래 각 지자체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가상인물을 끌어들여 실존인물로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거창에 실존 인물이 있음에도 한 세대 전 산청으로부터 기득권을 빼앗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거창이 더 많은 한약재가 생산됨에도 판로가 부진한 것은 이런 좋은 소재를 활용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좌장을 맡은 김윤수 대전대 객원교수는 “약초는 결국 의료산업이다. 한의약이 발전해야 약초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이 학술대회가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것에서 나아가 유이태 선생을 통해 거창군이 새로운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외에도 5주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1주제에서는 경원대 유성기 교수가 '조선의 명의 유이태와 5도(道)정신'을, 2주제에서는 유철호 한의학 박사가 '조선의 명의 유이태와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이어 3주제에서는 정재민 국립수목원 연구원이 '덕유산과 거창지역 약용자원 식물분포와 역사적 고찰'을, 4주제에서는 박성석 경상대 명예교수가 '조선의 유이 유이태'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마지막 5주제에서는 계명대학교 박종섭 특임교수가 '유이태 유적지와 유이태 공원 조성'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