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6행정부가 치매 예방약으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약제’(이하 콜린알포)에 대한 급여축소 고시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 및 환자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따라 본안소송이 판결될 때까지 건보공단은 정부가 올해 노인돌봄서비스에 지원하는 예산에 맞먹는 재정을 효과도 없는 약제의 급여를 지원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제약업계는 허가를 받고 25년 동안 치매 관련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대형법무법인을 배경으로 급여를 연장하기 위한 지연작전에 성공했다”고 꼬집으며, 이번 집행정지 인용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강세상네트워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7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콜린알포에 제동을 건 것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결정으로, 단순한 처분청의 처분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번 재판부가 집행정지 인용판결을 내린 것은 이러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재판부는 이번 집행정지에서 치매 외 적응증을 보이는 환자들이 기존보다 늘어난 비용부담으로 약품에 대한 치료를 포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효과가 없는 약의 사용을 막는 것 또는 급여하지 않는 것은 치료기회의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들 단체들은 제약기업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집행정지는 이전부터 많은 부작용을 낳은 바 있으며, 건보공단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선의의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2018년부터 이어졌던 일회용 점안제의 약가 인하 소송이 대법원에서 복지부가 최종 승소한 판결이 있었는데, 그 사건에서 2년 가까이 집행정지로 제약사는 약가 인하를 미룰 수 있었고, 집행정지 기간에 건강보험 재정은 수백억원의 누수가 발생했으며, 점안제를 처방받는 환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필요하게 비싼 가격에 인공눈물 약을 처방받아야 했다는 것.
이들은 “콜린알포도 일회용 점안제의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집행정지로 급여가 유지돼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하게 누수가 발생하고, 한정된 재원 내에 더 중대한 질환에 사용할 약제의 급여 확대가 늦어진다면, 이 또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들 단체들은 “재판부의 잇따른 건정심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으로 협의체의 협의결과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전체 건강보험의 운영을 위협하고 있다”며 “집행정지는 대형로펌을 등에 업은 제약업계들이 설사 소송에 지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면 보험료를 지불하고 비용효과적인 치료에 급여를 적용받아야 할 일반 국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회사의 막무가내 소송 제기는 이제 근절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이들 단체들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선 업계도 사회에 발생시킨 부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같이 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재판부는 소송당사자로 이익대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제약업계의 손해를 검토하기 이전에 집행정지 등의 소송남발이 유발하는 사회적 손실이 막중함을 절실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