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3 (토)
김나희 한의사
환경 보호보다 개발이 우선되는 현재, 환경 보호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한의사가 있다. 바로 김나희 한의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나희 한의사는 대학생 때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NGO로 참여해 교토의정서가 채택될 때 더 급진적인 내용의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시위에 참여하면서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때 열심히 진행했던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이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참 동안 ‘새만금’이라는 단어를 덮어두고 지내기도 했다. 새만금이라는 드넓은 연안을, 서울보다 부산보다 넓은 갯벌과 하구를 한 평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졸업하고 난 뒤에는 생업에 집중하면서 활동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하지만 새만금갯벌을 주제로 한 영화 ‘수라’를 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됐다. 지금까지도 묵묵히 새만금 갯벌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을 지켜오던 시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김나희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현재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환경운동은?
새만금갯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부안 쪽은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어느날부터 ‘새만금 갯벌 살아 있다, 신공항 중단하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속으로 ‘살아 있긴 뭐가 살아 있어’ 싶으면서도 어떤 미련퉁이들이 또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싸움을 하는 걸까 싶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도, 정말 아직 살아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갯벌을 매립해서 새만금 신공항이라는 것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그곳은 배후 인구가 적고, 이미 바로 옆에 군산공항이 있는데 매년 3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기 때문에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또한 안전 문제도 있다. 새만금은 황새, 저어새, 도요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을 비롯해 수많은 새가 하늘을 뒤덮는 곳이다. 항공기와 새들의 충돌 위험이 매우 높고 규정상 공항을 지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전으로 이사온 후 세종시 국토부와 환경부 청사 앞에서 1년 넘게 농성 중인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천막을 자주 찾아가고 있다.
또한 새만금신공항뿐 아니라, 탄소배출을 하는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해 에너지공공성과 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생태파괴를 멈추라는 ‘기후정의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14일에 세종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Q. 과거에 진행했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핫핑크돌핀스라는 해양동물보호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돌고래와 고래의 집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라는 캠페인을 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리 단체에서 늘 하던 이야기가 우영우 대사로 거의 그대로 방영됐다.
핫핑크돌핀스에서 하던 것처럼 1인 시위를 진행하는 장면도 나왔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누구에게 전달되기는 하는 걸까 늘 궁금했는데, 전달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드라마 방영 이후로는 1인 시위를 진행할 때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이 훨씬 우호적이고 관심도 많아졌다.
Q. 한의사 이력이 환경운동에 도움이 되는지?
우선 다른 활동가들이 아플 때 조언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다. 양의사와는 다르게 한의사는 침과 알코올솜만으로도 기본적인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다. 활동가들이 다들 바쁘게 살고 잠도 못 자면서 일할 때가 많아 생활습관에 대한 코칭을 해줄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 지구의 건강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One health’도 한의사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개념이어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관점에서 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인데, 엄마와 아기에게 이로운 모유수유가 탄소배출도 적게 하고 송아지와 엄마 소의 고통도 유발하지 않아 사람-동물-지구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면서 늘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채식 이야기를 할 때도 한의사로서 갖는 전문가의 위치가 말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기후운동이나 건강권이란 다른 지식들이 연결될 때 재미를 느낀다.
Q. 동료 한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의학 자체가 양의학보다는 쓰레기도, 탄소배출도 적게 하는 편이다. 다만 아직도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한약 파우치를 재사용하는 다회용기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싶다면 모임에 참여하거나 관련 기사를 공유하는 등의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하고, 후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를 강타하는 큰 위협인 만큼 모든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다뤄져야 한다. 한의사들도 동료 한의사, 환자, 직원, 가족 등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 어떻게 생각해? 얼마나 걱정돼?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을 평상시에도 던져봤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우리 공동의 과제라는 공동감각이 생겨나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