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1 (토)
김효선 동신대학교 본과 1학년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19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대개 한의대생이라면 동아리에서 공진단이나 경옥고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진단은 고등학생 때 다같이 하루루틴처럼 먹었기에 경옥고에 비해 친숙함+1이었으나, 올해 초 공진단을 만들며 ‘피로 개선’이라는, 어디에 갖다 써도 부분점수는 줄 것 같은 효능만 얼버무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한의대생이라 할 수 있나’라는 반성이 잊혀지기 전에 올해 초 만들어본 공진단과 이번 겨울방학에 만들어볼 경옥고에 관해 이번 기고를 계기로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래 내용은 시험문제에 간혹 등장하는 “일반인에게 설명하듯 서술하시오”에 대한 답변하는 생각으로 정리해 봤다.
공진단, 세상에 보약 중 가장 으뜸으로 여겨
공진단(供辰丹, 공신단)은 중국 원나라 위역림의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최초로 수록된 처방으로, 황제의 보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타고난 기운이 약하거나 체질이 허약할 때 섭취하면 원기가 보강되고 오장이 조화로워져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주요 재료로는 사향, 당귀, 인삼, 녹용, 산수유를 사용하는데, 복용 목적에 따라 침향, 목향 등을 가감해 조제하기도 한다. 이때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향선낭 분비물로, 공진단의 순환하는 효능의 핵심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녹용은 원기보충, 산수유는 간과 신장의 기능 개선에 좋다. 공진단은 이러한 약재들을 가루로 만들고 꿀 반죽을 한 후 금박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아침 공복에 꼭꼭 씹어서 먹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아침 공복에 먹어본 적이 드문 것 같은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함께 공진단은 기억력 및 인지기능 개선, 항산화 효능이 있으며 면역체계·심혈관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허혈성 뇌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보고됐으며 갱년기 증상을 해소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세상 보약을 다 처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최후로 공진단을 써야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향의 경우 자궁의 수축을 일으킬 수 있고 체질에 따라 약재의 약성과 잘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섭취하기를 권한다.
경옥고,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는 약으로 인식
경옥고는 생지황, 인삼, 백복령, 벌꿀을 중탕해 만든 고체 형태의 보약이다. 공진단의 사향과 같은 존재가 경옥고의 생지황이라 할 수 있다. 생지황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기능을 강화하며 몸의 열을 내리고 갱년기·불안·공황 증상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백복령 역시 중요한 약재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의 균핵을 건조해 만든 약재로 이뇨작용, 진정작용을 하며 혈당을 낮추고 건망증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 의하면 경옥고는 연년익수약(延年益壽藥,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는 약)이다. 구체적으로는 정기와 골수를 늘려주고 원기를 보하며 항노화 효능이 있고 허손증(허약해서 생기는 질환)을 보하고 오장이 충실해지게 한다고 한다.
아침 공복과 잠들기 1시간 전 등 하루 총 2회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한 숟가락 떠서 복용하거나 따뜻한 물에 녹여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생지황은 찬 성질이라서 과다복용하거나 위장이 약한 경우에는 구토·설사·구역 등의 소화장애를 야기할 수 있고, 인삼에 의해 두드러기 등의 피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섭취시에 주의해야 한다. 더욱이 경옥고의 경우 굉장히 대중적인 보약으로 인식돼 이같은 주의할 부분이 간과될 수 있는 만큼 복용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와의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보다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겨울방학 경옥고 만들기 체험을 할 때에는 ‘피로 개선(?)’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우리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