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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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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⑱

‘동치미’는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선물
“채소를 많이 드세요”, 장을 위한 섬유질 섭취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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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9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추워진다는데 밭에 무, 배추 거둬야지요?” 제가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가 한 번 온 다음에 배추를 수확해야 배추가 맛이 있는데...” 애타게 비를 기다리는데 가을 가뭄이 길었습니다. “안 되겠다. 이번 주 토요일에 배추 따서 일요일에 담가야지.” 어머니가 결정을 내리신 듯했습니다. “일기예보에 일요일에 비 온다고 하는데, 한 주 더 기다릴까?”, “비 오고 날이 너무 추우면 배추가 얼거든.”, “비는 와야 하고 날은 안 추워야 하고, 김장 날 잡기가 너무 까다롭다.”


◇ 김장, ‘이렇게 담가야해’ 법칙은 없어


그렇게 김장하는 날은 인간의 일정보다 하늘의 일정에 맞추어야 합니다. 주말에 일손이 많을 때 김장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틀어지고, 배추가 비를 흠뻑 맞아, 물이 올라 맛있어진 후 수확을 했습니다. 주말이 아니어서 배추를 거두고 무를 뽑는 것을 도와드리지 못했습니다. 

 

“10포기 정도는 아직 날씨가 괜찮은 것 같아서 밭에 두었다. 무도 일부 남겨 뒀지. 다음 주말에 무를 묻을 땅을 좀 파줘!”, “이 서방에게 이야기해둘게. 같이 가서 파두자.” 예전에는 무 묻을 땅 정도는 스스로 파셨던 분입니다. 힘쓰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시나 봅니다.

 

김장이야 각 가정마다 담그는 방법이 다릅니다. 소금 농도, 젓갈 사용도 다 다르지요. 굴을 넣는 집도 있는데 저희 시댁은 갈치를 넣어서 익혔습니다. 청각을 넣거나 가재미를 넣는 집도 있더군요. 그러니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이렇게 담가야해’ 하는 법칙은 없습니다. 이집 저집 김장을 맛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도 다 다르게 담그는 방법 때문이지요.

 

그에 비해 동치미는 무와 소금만 있으면 되는 것이니 맛이 다 같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소금 농도의 오묘함과 동치미 보관 온도에 따른 발효 차이가 집집마다 맛을 다르게 합니다.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딸이 딱딱한 무김치를 좋아해서 동치미를 꼭 담급니다. 저희 집의 비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무는 껍질을 절대 벗기지 않고 깨끗이 씻습니다. 껍질을 벗기면 국물 색이 맑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껍질에 ‘소화효소와 비타민 C’ 가 많아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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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와 동치미 국물을 따로 보관


저희는 소금에 저린 무에 물을 부을 때 갓과 파를 함께 넣습니다. 망에 생강과 마늘을 갈아서 같이 넣지요. 망에 넣는 이유는 그냥 갈아서 넣으면 국물이 탁해져서입니다. 여기에 배를 갈지 않고 4등분만 내어서 같이 넣어 줍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동치미 국물이 익으면 무와 동치미 국물을 따로 보관합니다. 동치미 국물만 냉장고에 넣고, 무는 잠길 정도의 국물을 남긴 후 더 발효를 시킵니다. 이때 배는 빼서 버립니다. 무가 익었다 싶으면 국물이 적게 들어가 있는 무도 냉장고에 들어갑니다. 

 

그랬다가 먹기 직전에 무를 썰고 거기에 미리 냉장보관한 동치미 국물을 넣습니다. 그러면 잘 익은 무에 상큼하게 맛이 든 동치미 국물을 함께 즐길 수가 있습니다. 

 

무 수확 때 무청은 꼭 집으로 가져와서 옷걸이에 걸어둡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말려야 무청 시래기를 제대로 만들 수 있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베란다에서 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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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유질 많은 음식이 무엇이냐?


누군가가 장에 좋은 유산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저는 대장내 유익균이 좋아하는 섬유질은 자주 드시냐고 물어봅니다. 그럼 여지없이 돌아오는 질문은 섬유질 많은 음식이 무엇이냐입니다. 

 

채소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야 따로 특정 음식을 권해드리지 않아도 너무나 채소가 흔합니다. 그래서 ‘채소를 많이 드세요’라고만 언급해도 장을 위한 섬유질 섭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날이 추워서 채소가 흔하지도 않고 많이 먹고 싶어지지도 않지요. 그래서 꼭 무청시래기를 드시라고 권합니다. 된장을 풀어서 무청 시래기를 푹 고아 먹으면 따뜻하고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우리 생활을 힘들게 하지만 올 겨울은 연말 모임이 그래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3년을 참아 온 모임이니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시고 술도 한 잔 기울이세요. 술을 먹을 때는 시래기가 들어 있는 국이나 찌개를 드시고, 다음 날 아침 숙취 해소에는 시원한 동치미국물을 드셔보세요. 그리고 점심때는 배추국까지 드시면 전날 먹은 술 기운은 다 날아가 버린답니다. 저희 어머니가 술을 자주 마시는 사위를 위해 준비해주시는 음식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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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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