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2 (월)
김도완원장 (서울한의원)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경북 안동시에서 5명의 한의사를 비롯해 의사, 치과의사, 교수, 공무원 등 모두 2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오페라 감상동호회 ‘카메라타’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도완 원장(서울한의원)으로부터 동호회 결성 계기 및 활동 현황 등을 들어봤다.
16세기 말에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인, 학자, 예술 애호가들의 모임이 결성되었는데, 이 모임은 특히 오페라의 새로운 창조와 발전에 초점을 맞춰 활동했고 그 모임의 이름은 ‘카메라타’였다.
경북 안동에서도 처음으로 오페라 감상동호회가 결성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최초의 오페라 모임인 ‘카메라타’를 동호회 명으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28명의 회원 가운데는 김도완 회장 외에도 경북한의사회 박인수 명예회장, 현 김봉현 수석부회장을 비롯 구진숙, 김영주 원장 등 다섯 명의 한의사가 주축이 돼 동호회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현 카메라타 김도완 회장으로부터 ‘카메라타’의 결성 계기 및 현재의 활동 현황 등을 들어봤다.
Q. 어떤 계기로 동호회가 결성되었는가?
평소 클래식 음악을 좋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오페라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를 감상하다보면 어느 순간 왜 진작 이런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과 이런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결성된 모임이 카메라타이다.
Q. 오페라 감상은 주로 언제 하는가?
매달 2, 4주 목요일마다 정기 감상회를 갖는데, 이때는 발표자가 오페라 한곡을 선곡해서 작곡자, 줄거리, 주요 아리아 감상 포인트, 당시의 시대배경 등 오페라 감상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정기 감상회가 없는 목요일에도 자주 모여 오페라와 관련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Q. 오페라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보람은?
우리 모임은 오페라 공연이 아닌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호회다. 좋은 오페라를 한편씩 당번을 정하여 순번대로 발표 순서가 되면 많이 들어보고 조사를 한 오페라를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감상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을 하면서 이때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평소에 관심은 있었지만 깊이 공부하지 않았던 음악에 대해 깊이 빠져들기도 한다. 오페라의 대본은 대부분 세익스피어나 빅토르 위고의 작품에 기초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토론한다. 그렇다 보니 잊고 있었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게 돼 보다 풍성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 있다.
<세계적인 오페라 성악가(베이스) 연광철 선생과 함께(우측에서 세번째)>
Q. 오페라 모임의 최고 장점을 꼽는다면?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거의 없었다. 혼밥보다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식사가 더 맛있듯 음악 감상도 여러 명이 좋은 감상시설에서 같이하게 되면 더 집중이 되고 감동도 배가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예술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다보면 삶이 한층 풍요로워 지는 기분을 느낀다. 특히 한의사와 의사, 치과의사, 교수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만큼 각 직역간의 갈등 해소는 물론 아름다운 음악과 좋은 선율로 하나가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Q. 오페라 감상을 취미로 삼게 돼 좋았던 점은?
영화의 경우 줄거리나 결말을 알게 되면 매력이 반감되지만 오페라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감동이 더 커진다. 아무런 사전공부 없이 오페라를 접하면 그 매력에 빠지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일반 대중들은 오페라 공연보다는 사전 준비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오페라 공연을 직관하러 갈 때의 기대와 설렘, 감동은 말로 잘 표현키 어렵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다양한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작곡자가 많다. 베르디, 모차르트, 바그너, 푸치니 등 작곡자의 스타일에 따라서 그 맛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 어떤 회원은 베르디가 좋아서 베르디 오페라 전문가가 다됐고, 어떤 분은 악극을 좋아해서 바그너 매니아가 된 분도 있다.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저의 경우는 모차르트 오페라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은 저를 ‘김차르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인수 회원의 경우에는 경희대 한의대 재학기간 중 연극반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페라의 무대소품이나 연출부분에 대한 설명을 잘해주기에 연출자의 연출 방향이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Q. 구성원들과 많은 교류가 눈에 띈다.
안동 지역사회에서 음악 애호가들간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음악과 문학에 대해 깊이 빠져들 수 있어서 나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올해는 대구에서 오페라페스티발이 있었는데, 17년 만에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4부작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을 가지 않고서도 큰 감동을 느꼈던 기회였다.
Q. 오페라 동호회에서 하고 있는 또 다른 활동은?
1년에 2~3회 정도에 걸쳐 유명한 분들을 초빙해 특강을 열기도 하고, 성악가를 초청해 갈라콘서트를 갖기도 한다. 세계적 베이스인 연광철 선생, 고성현 선생께서도 특강을 해주셨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의 오페라 평론가인 박종호 선생께서도 두 차례에 걸친 특강을 통해 오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경북의 안동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모임이 있다는데에 몇몇 전문 성악가들이 많이 놀라워하기도 한다. 안동 혹은 대구에 열리는 클래식 공연을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단체로 관람하기도 하는데, 이런 활동들이 지역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상당부분 기여하는 일이라고 본다.
Q. 오페라 동호회의 향후 계획은?
올해는 대구오페라 하우스에서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를 감상한 것만으로도 우리 모임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열정을 모아서 향후 5년 내에는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단체로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점점 수준 높은 오페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만큼 조만간에 성사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