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2 (월)
이윤주 원장(국회 의원회관 한의진료실)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한의진료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윤주 원장으로부터 한의진료실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 및 한의진료실이 가지고 있는 의미, 향후 한의 공공의료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의원회관 한의진료실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질환 특화 한의원에서 진료를 해왔고, 마음 맞는 동료 원장들과 네트워크 사업을 해보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작은 미디어 회사도 운영했었다. 나름대로 이런저런 분야에서 정신없이 달려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국회에서 채용공고가 난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Q. 국회에서 한의진료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견해는?
“부끄럽게도 처음부터 어떤 사명감을 갖고 한의진료실에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국회에 지원하게 됐지만, 막상 진료를 시작해보니 첫날부터 이 일이 사적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의진료실에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입법과 정책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내원하고 있었고, 진료 중 대화를 하다보면 한의약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히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자신이 한의계와 관련해 이러이러한 일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하는 관계자들도 종종 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평범한 일개 한의사이지만 로컬에 있을 때보다는 매번 한의사 전체를 위해 좀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들게 되는 것 같다.
한의사가 현재 누리는 권리 중 저절로 얻어진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공보의 제도조차 제가 학부생 때는 아직 정착돼 있지 않아 여름방학에 의료취약 지역을 가가호호 방문해 한의사 공보의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드리고 서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현재 국회 내 한의진료실은 본청과 의원회관 두 곳에 설치돼 있다. 의과, 치과 진료실만 운영되다가 한의진료실이 처음 설치될 때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고, 두 번째 진료실 추가 설치를 위해서도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 한의진료실 원장은 ‘전문임기제 가급’ 공무원의 신분으로, 한의진료실의 한의사가 공무원으로 채용되기까지에는 또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는가.
국회라는 공간에서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작은 것 하나하나 힘들여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한의사의 숙명이고,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던 한의사 선배님들의 덕으로 지금 비교적 편안한 진료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회에서 근무하면서 그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더불어 나의 노력이 미래 후배 한의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진료 중 어려운 점은 없는지?
“내원하는 환자 중 정책이나 입법 관계자들이 많다 보니 진료를 하면서 드물지만 한의계 정책이나 이슈에 관해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섣불리 답변을 드리기 어려울 때가 있기도 하고, 혹여 설익은 사견으로 한의계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두려워 답을 하기 꺼려질 때도 있다. 또 정책 입안 관련해 중요한 업무를 하는 분들에게 한의진료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드릴까봐 진료에서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안된다는 강박도 생기는 것 같다.”
Q. 진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 경우는 한의진료를 처음 경험한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결과가 나타나 한의진료실의 단골이 되는 사례인 것 같다. 국회 진료실 최초의 한의사 공무원이면서 오랜 시간 본청 한의진료실에서 근무하고 계신 신미숙 원장님이 뛰어난 능력과 희생으로 국회 내에서 한의진료실의 입지를 공고히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국회 근무자들도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비록 한의학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갖고 한의진료실을 자연스럽게 찾는 것 같다.
평생 처음으로 한의원을 방문했다는 어느 환자는 양약으로 해결되지 않던 증상이 침과 한약으로 금방 호전이 되는 경험을 하고부터는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마다 한의진료실을 찾아오고 가족들의 건강에 대한 상담도 할 정도로 한의약의 팬이 된 경우가 기억에 남는다.
또, 국회 내 상주하고 있는 스무 살 언저리의 의경들은 대부분 한의진료에 대한 경험이 없다. 이런 분들이 복무를 마치고 나서도 한의의료기관을 많이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각별히 더욱 성심성의껏 진료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진료를 받고 간 의경이 다음번에 한의진료실을 찾을 때면 자신의 동료들도 함께 데리고 내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
Q. 공직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저 역시 졸업 후 오랜 시간 동안 개원의의 삶 이외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선후배 동료 한의사들이 다양한 분야, 특히 공직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을 응원하고 싶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타 의료직역 출신들이 공직에 진출하여 활동하는 것을 국회 내에서 전보다 가까이 접하게 되면서 우리 한의계에도 저런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공직을 준비하는 한의사들이 꼭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를 소망하며, 미약하나마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국회에서 근무하는 동안 무엇보다도 전체 한의사의 권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려고 한다. 진료실에서는 환자들에게 한의약 치료에 대한 설명을 현대 한의학에 입각해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의학이 음양오행 이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실증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나가려고 한다.
또한 언젠가 다음에 부임하게 될 한의사를 위해 국회 내 한의진료실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진료 여건을 좀 더 좋게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부족한 사람이 운좋게 국회 한의진료실이라는 곳에 오게 됐다. 많은 한의사 선배님과 동료들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곳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거기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항상 다짐하고 있다. 여의도 근처를 지나가실 때 우리 한의사를 생각하며 미약하나마 노력하고 있는 동료가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