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6 (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요즘, 입 짧은 아이를 둔 엄마라면 가뜩이나 밥을 잘 먹지 않는 우리 아이가 식사를 더 꺼릴까 하는 걱정에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도 많다. 소아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욕부진은 식욕이 저하되고, 음식에 대한 흥미가 없으며, 심한 경우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
열량 섭취가 부족한 식욕부진 환아의 비율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아동의 식욕부진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아이는 또래보다 식사량이 적고, 식사 시간이 길며, 식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식욕부진은 1∼6세 사이에 많이 발생하고, 주로 ‘숟가락 먹이기 단계’(spoon feeding stage) 또는 ‘스스로 밥을 먹는 단계’(self feeding stage)에 시작되고,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더 많이 나타나며 간식을 많이 먹는 경우에도 잘 나타나는 한편 증상의 시작은 비교적 완만하고 그 기간은 비교적 긴 편이다.
식욕부진, 1∼6세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
이와 관련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방미란 교수(소아과)는 “한의학에서는 식욕부진 소아의 유형을 △비위 기능이 허약한 경우 △비위가 마르고 위음이 부족한 경우 △식적이 체내에 쌓인 경우 △간비불화 등으로 크게 4가지로 나누고, 그 유형에 따라 한약, 침, 뜸 등을 활용한 맞춤형 한의치료를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의 따르면 우선 소화·흡수 등 비위 기능이 허약한 경우에는 힘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되며, 대변이 풀어지고 땀이 많이 나거나 감기도 잘 걸린다. 이런 경우 이공산, 사군자탕, 삼령백출산, 칠미백출산, 보중익기탕, 삼출건비탕, 향사육군자탕, 향사양위탕, 인삼양영탕 등의 처방을 통해 비위기능을 보강해줄 수 있다.
또한 식사량이 적고, 물을 많이 마시며, 피부에 윤기가 부족해 건조한 편이고 수면시간이 적고, 손발에 열감이 있는 등과 같은 ‘비위가 마르고 위음이 부족한 경우’에는 양위증액탕, 소건중탕 등의 처방을 통해 비위 기능을 돕고 진액을 보충해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식적이 체내에 쌓인 경우에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가 팽만해지며 쉽게 체하고, 트림과 구역질을 자주 하고 대변을 보기 어려워하기 쉬운 증상들을 보이며, 이럴 때에는 건비환, 사황산, 보화환, 곡맥지출탕, 향귤환 등의 처방을 통해 막힌 기운을 소통시켜주고 소화력을 도울 수 있다.
또한 간과 소화기관 사이의 협응이 안되는 ‘간비불화’의 유형은 조급한 성질을 보이며, 활동량이 과도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해하며, 밤에 자다가 자주 깨서 우는 등의 특징이 있는데, 조중탕·통사요방 등을 처방을 통해 항진된 간의 기능과 저하된 비위기능을 정상화 할 수 있도록 한다.
학령기 전 소아의 14∼50%가 식욕부진 겪어
이같은 한약 치료 이외에도 침·뜸 치료도 활용할 수 있다.
방 교수는 “침 치료는 주로 등, 배, 손, 다리에 있는 혈자리 위주로 시행하게 되며, 아이가 오랫동안 맞고 있기 힘들어하는 경우 침을 놓고 자극을 준 후 바로 빼는 방법을 활용한다”며 “또한 뜸 치료의 경우에는 발열 기능을 가진 전자 뜸기로 중완혈, 신궐혈 등의 혈자리에 온열 자극을 주게 되며, 전자 뜸 치료는 어린아이들도 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령기 전 소아의 경우 14∼50%, 학령기 이후 소아의 경우에는 7∼27% 정도가 식욕부진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욕부진이 지속될 경우 신체 상태가 허약하게 되고 특별한 기질적 원인이 없는 데도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장기간의 영양 결핍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영양실조·빈혈·구루병·면역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저신장·발달 지연·행동장애의 촉발 요인이기도 하는 만큼 과도하게 식욕이 부진한 경우라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방 교수는 식욕부진 소아들은 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관리와 식이지도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규칙적인 식사 시간이 중요하며 밥을 먹기 전에는 고당·고지방·고칼로리의 간식을 먹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밥을 먹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도록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등을 보며 식사하는 것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평소 음료는 귤피차를 추천하는데, 귤껍질은 쓴맛으로 소화기를 보강하는 효과가 있고,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를 증가시켜 식욕을 개선 시켜주기 때문이며, 이밖에도 줄넘기, 농구, 달리기 등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을 주 3회 이상 권장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