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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저변 넓힌 선배 한의사 경험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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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봉사

한의학 저변 넓힌 선배 한의사 경험 공유

개원 외에도 기초연구·전문의 취득 등으로 다양한 진로 모색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치료의 역할 강조…예비 한의사의 관심 당부
‘2022 대한여한의사회 진로멘토링’ 강연, 어떤 내용 오갔나(下)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 2일 열린 ‘대한여한의사회 진로멘토링 대회’의 주요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이날 최유경 대한여한의사회(이하 여한) 학술이사, 허유진 경희대 약대 한약학과 학술연구교수, 김은미 이웃집한의원장은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진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전 준비 프로그램 △한의 기초연구자의 길:연구자로서 한의학에서 찾아보는 과학 △한의 전문의의 길:두려운 병원 수련, 꼭 해야 할까요 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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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대한여한의사회 학술이사.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치료 제공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기획·운영 책임자인 최유경 이사는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진료시스템 구축 현황을 소개하고, 한의 치료가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했다.

 

“재난, 성폭력 등 끔찍한 일을 겪은 분들은 신체와 정신이 결부돼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은 ‘심신일원론’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 큰 강점을 지닙니다. 우리가 비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치료 술기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점 또한 의미가 있는 부분입니다. 상담이 괴로운 기억을 언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치료라면 침이나 뜸, 추나, 아로마 요법 등 우리가 가진 술기들은 언어 이전 단계에 접근해 감각, 느낌 등 몸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트라우마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치료입니다.”

 

한약과 다양한 치료술기, 상담 등 다양한 도구로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에 다차원적으로 접근해 몸·마음의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트라우마 치료에서 한의 치료를 제한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한의 치료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여한의 노력을 소개했다.

 

“정부가 내놓은 성폭력 트라우마 의료 매뉴얼을 보면 응급 치료나 열상·외상 등 치료, 법적 증거물 확보 방법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이 밖의 영역은 ‘정신과나 상담사에게 의뢰’ 정도로만 언급돼 있습니다. 이렇듯 의료 처치의 개념이 협소하다보니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하는 한의학의 역할이나 한의사의 참여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여한에서 진행 중인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의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교육활동’ 사업의 한 축인 예비 한의사 대상 기초역량 강화 교육을 소개하고, 강연을 듣는 예비 한의사의 참여를 당부했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쯤, 주변에서는 성폭력 트라우마에 한의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생소하게 여겼죠. 이제는 피해자 지원 단체에서 먼저 한의 치료를 제공할 한의사들을 소개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사회의학, 정신과, 부인과 교육 등을 한 자리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이 플랫폼을 내년부터 여한에서 만들려고 합니다. 올 가을에 열리는 맛보기 강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 어떤 의료인보다 한의사가 잘 할 수 있습니다.”

 

◇“기전 연구 등으로 임상에 도움주는 레퍼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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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진 경희대 약대 한약학과 학술연구교수.

 

허유진 교수는 기초연구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배경과 기초연구 분야의 대상 및 중요성, 향후 진로 등을 소개하고 연구 경험이 향후 임상 등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기초연구’에는 세포 기반의 실험부터 동물실험을 하는 비임상 연구, 혈액·조직 분석 등 임상 연구자와의 협업 연구, 축적된 데이터를 프로그래밍으로 통합 분석하는 ‘시스템 바이올로지’ 등이 포함된다. 허 교수는 이 중에서 한약 소재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 천연물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제작하는 연구를 맡고 있다. ‘한약의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 및 작용 기전 규명’ 등이 대표적인 연구다. 

 

그는 임상에서 환자들이 특정 처방의 효과 등을 문의할 때, 한의사들이 연구결과 등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한의학의 ‘군신좌사’(君臣佐使)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군신좌사는 한약 처방 시 구성 약재의 작용에 따라 주된 약을 ‘군약’(君藥)으로, 보조 약을 ‘신약’(臣藥), ‘좌약’(佐藥), ‘사약’(使藥)으로 구분하는 개념인데, 실제 ‘군약’에 속한 본초 내 성분이 다른 보조약 내 성분과 상호 보완 효과를 내면서 동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기전이 실제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이런 양질의 연구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허 교수는 학부 때 실험실에서 연구론, 실험 기법 등을 배우고 관련 논문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이후 학교에 남아 학술연구교수가 된 그는 교수 임용 등의 진로 외에도 한의학의 전문성을 살려 생명공학·제약 기업 등에 진출한 한의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저희 대학원에서 저만 기초 연구로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기초연구자가 됐을 때 한의학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일선 한의사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죠.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이후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연구자로서 얻은 통찰을 임상에 적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 분들이 이름표 속 ‘전문의’ 직함을 주의 깊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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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이웃집한의원장.

 

한방내과 전문의인 김은미 원장은 병원 수련 생활을 경험하게 된 배경과 수련 과정, 수련 경험의 장·단점과 이후 진로 등에 대해 공유했다.

 

졸업 후 봉직의 등 여러 방향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수련의 설명회 등을 통해 정보를 탐색하다 청연한방병원, 세명대한방병원 등에서 수련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수련 과정에서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련 마치기를 잘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전문의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보다는 전문의라는 타이틀이나 수련 과정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수련을 마친 지금은 수련하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방내과 전문의라는 자부심도 있고요 ”

 

그러면서 김 원장은 한 지역 여성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 글을 보고 자부심과 책임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가운 왼편에 ‘한방내과 전문의’라고 적힌 이름표를 본 내원 환자의 글이었다. ‘이것까지 살펴보시진 않겠지’ 싶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이름표였다.

 

“게시글은 한의학에 전문 과목이 있는 줄 몰랐는데, 젊은 원장님 성함 옆에 ‘전문의’ 직함이 적혀 신뢰가 간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그 원장님 친절하고 잘 봐주셔서 좋아요’라고 단 댓글도 있었습니다. 제가 인지 못 하는 순간에도 환자 분들은 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입니다. 환자 분들이 전문의가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검색해 먼 곳에서 찾아오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이밖에 수련의 장점으로 소속 의료기관과 외래·입원 등의 구분에 따라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졸업 후 선배 한의사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소속 의료기관에 따라 시설 여건과 만날 수 있는 환자가 다른 만큼 수련 생활을 할 의료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수련 생활을 그만두고 생각이 들면, 비슷한 고민을 한 적 있는 선배의 경험을 충분히 들어볼 것을 추천했다.

 

“저는 수련 경험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수련 생활을 꼭 하라고 권하진 않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기 때문인데요. 각자의 상황 속에서 최선을 선택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련하는 4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니까요.”

 


민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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