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6 (화)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최근 <두통인류> 신간을 간행한 양하영 지월한의원장에게 신간 간행 관련 개인 경험, 독자들에게 거는 기대, 두통에 대한 한의 치료 효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상지대 한의대와 동대학원 석·박사를 졸업하고 겸임교수로 한방병리학을 강의한 양 원장은 상지대총동문회장,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약무위원, 중앙대의원과 예산결산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Q. <두통인류>를 소개한다면?
‘두통인류’는 400종에 달하는 방대한 국제두통질환분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100종 정도의 두통을 골라 진료실에서 문진하는 순서에 맞춰 배치해 한의사 독자 분들의 편의를 높였다.
또한 두통치료의 기본이 되는 두통일기의 작성방법과 운동법을 수록해 환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두통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게 했다. 이는 스스로 두통을 고치는 방법임과 동시에 병·의원의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혈당을 통한 두통 관리 등의 내용은 생각이 아닌 실험과 검증, 임상과 근거에 바탕을 두고자 했다. 의문이 드는 만큼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두통에 얽힌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두통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때로는 심하거나 며칠씩 이어져 사흘이 멀다 하고 찾아오기도 했다. 늘 머리를 싸쥐고 살았지만, 진통제가 있는지를 몰라 그저 참으며 보냈다. 한의대에 입학한 후 나름 열심히 공부해봤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학사 장교를 자원해 군대를 제대하고 임상에 나서고서야 비로소 두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실력도 아는 것도 없으니 그저 환자분들의 얘기를 들어드리고 공감하는 진료를 이어가며 조금씩 제 두통을 이해할 수 있었고, 두통은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행위나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 깨달음을 검증하기 위해 매일 매순간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다소 혹독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결국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저는 ‘공복 두통’과 ‘조짐 편두통’, ‘무조짐 편두통’과 ‘만성긴장형 두통’의 기왕력을 가진 환자다. 지금도 제 매일의 일과는 5g단위의 체중변화와 소변온도, 소변양, 혈당수치 등을 측정하면서 시작된다.
아울러 두통의 전구증상이 될 만한 눈의 미세한 증상과 장의 움직임, 목덜미와 두피의 감각 그리고 평소와 다른 몸의 증상들을 체크하고 집을 나선다. 굳이 기록할 필요 없어 보이는 사소한 변화지만, 노화의 흔적에서도 환자 분들을 이해할 단초를 얻는다.
Q. 두통 치료에 있어 한·양의 간의 차이점은?
두통은 아직 일부 이차두통을 제외하고는 원인과 병리 기전이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진통제가 유일한 대책이기도 하다. 나날이 발전해 온 진통제 효과는 너무 훌륭하다. 다만 진통제는 잘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때문에 복용량을 늘리거나 더 강력한 진통제를 찾게 되고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결국에는 그 진통제 때문에 약물과용 두통에 빠지는 분들도 드물지 않다.
두통에 대한 침 치료 효과는 진통제만큼 빠를 수 있고, 진통제가 듣지 않는 두통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통 환자 분들은 쉽고 빠른 진통제를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방법이 없는 만성두통 환자 분들이 한의치료를 찾게 된다. 한의치료가 급성두통보다 만성두통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다.
두통의 대부분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원발 두통이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 원인이 없지는 않다. 원인은 거의 자신의 생활 속에 있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해결하지 못한 사소한 증상들이 쌓이는 데 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일정을 함께 하더라도 두통이 생기는 분들은 따로 있다. 두통의 유발요인으로 확인된 요소조차 모든 두통환자에게 두통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두통은 공통적인 원인이 아니라 각자의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통의 진단·치료는 통증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일으키는 각자의 서로 다른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의학의 장점 중 하나는 몸의 구조적인 모순을 찾아 바로잡는 데 있다. 또한 내성을 수반하지 않는 한의약품과 함께 각 개인의 맞춤치료에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두통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Q. <두통인류>에 기대하는 바는?
어디서든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하는 만성두통 환자 분들이 이 책을 통해 궁금했던 자신의 두통을 이해하고 대책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두통은 검사로 알 수 있는 부분이 몹시 제한적이다. 두통 환자 분들에게 그동안 병·의원에서 찾지 못했던 해답을 드리고 싶다. 원인과 대책, 그것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드리고 싶다.
두통환자는 자신의 힘든 두통을 가족에게조차 이해시키기 힘들다. 두통 치료에는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가족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두통환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의료인 분들에게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 너무도 다른, 때로는 뭐 이런 걸로 두통이 생길까 싶은 단서를 토로하는 환자의 별스러운 증상들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또한 두통을 둘러싼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질병들에 대한 설명과 소소한 대책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몸이 약한 분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Q. 앞으로의 저술 계획은?
지면의 한계 탓에 싣지 못한 내용이 많다. 두통은 개인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다음 책에서는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싶다. 어떤 두통환자분이 읽더라도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가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소변, 감기 등 병·의원에서는 좀처럼 귀 기울이지 않는 시시콜콜한 증상이나, 특이하다싶을 만큼 사소한 증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증상에 대해 때로는 이건 위험하다, 저건 괜찮다 일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