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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책방-14

기사입력 2021.03.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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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는 것들 vs 살아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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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장님, 그 의원님 소리 좀 안 듣고 싶은데 다르게 불러주시면 안 되나?” “네…?!!” “횡배탈이라고 알아요?” “횡배탈이라. 잘 모르겠는데요…” “횡령, 배임, 탈세 3종세트 말이오.” “아.. 횡배탈이 그런 말이었군요. 하핫.” “뭐, 의원 몇 사람이 횡배탈로 요 며칠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양인데 그런 뉴스 들을 때마다 나랑은 먼 이야기지만 의원님… 소리 듣기가 좀 불편해서 그래요.” “그럼, 어떻게 불러드려야 할지…” “그냥 선배, 후배 하십시다.” “아 네…” 지난 몇 개월 동안 가끔 진료실에 들르셨던 한 의원님과의 대화내용이다. 

     

    동종업계 사람들의 불미스러운 뉴스를 볼 때마다 내 일처럼 가슴이 철렁했다가도 ‘모두의 이야기는 아닌거쟎아… 나만 아니면 되지 뭐…’라며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300명이라는 초초극소수의 멤버쉽을 나눠갖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종도 그들끼리의 철옹성같은 담벼락에 날계란이라도 날아들법한 오물스러운 뉴스가 보도될라치면 그 주인공과는 물리적·사교적으로 거리가 있는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먼 국민 혹은 가까운 국민들로부터의 눈총이 싫으신지 주기적으로 내원하시던 의원님들의 발길마저 한동안은 뚝 끊기곤 한다.       


    금고 이상 형 선고시 의사면허 취소 법률안 놓고 ‘티키타카’

    지난 2월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성폭력과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는 물론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뒤 5년간, 집행유예인 경우에는 유예기간 종료 뒤 2년간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이며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은 제외했다. 이 의료법 개정안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진료를 계속 보면 환자의 불안이 클 수 있는 데다 현재 법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국회의원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가 취소되지만 유독 의사들은 예외였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일찌감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사안이었다. 

    바로 다음날인 2월20일, 의협회장은 교통사고로 처벌받는 경우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과잉입법이고,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은 뒤에도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가중처벌이라고 밝히며, 성명서를 통해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에 나설 것이다”라며 엄포를 놨다.

    의협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면허 강탈 법안’으로 규정하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생 중인 의사들의 반감을 유발시키거나 총파업이라도 시작된다면 무엇보다도 2월26일 예정된 코로나19 백신접종에 큰 장애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며 특히 정부와 여당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백신 가지고 국민을 협박하면 그게 깡패지 의사냐는 한 국회의원의 SNS에 의협회장은 입법권으로 보복성 면허강탈법을 만들면 그게 조폭이지 국회의원이냐며 응수했다. 연이어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뛰는 꼴이라는 표현까지 덧붙이며 온라인에서의 티키타카를 이어갔다.  


    모든 것이 의료화되는 사회현상…의사의 전지전능화 ‘가속’

    어쩌다우리는환자가되었나.jpg‘모든 것의 의료화’를 지적했었던 의료사회학자 피터 콘래드 교수는 2007년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라는 책에서 이전에는 의료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의료의 대상으로 삼는 의료화 현상의 역사와 논리를 언급했다. 알코올의존증, ADHD, 우울증, 수면장애, 노화, 비만, 성형수술 등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의료인의 진단과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 되었는데 이러한 의료화 사례의 목록은 끝도 없이 추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탈모도 갱년기도 혹은 수줍음(shyness)과 같은 정서도 제도적 치료의 영역으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 

    모든 것의 의료화는 의사의 전지전능화(의느님)에 가속도를 붙여주었으며 최근 고3 이과생들의 초초상위권 학생들 전원이 의대로 진학하는 과격한 쏠림현상은 의사들의 엘리티즘(elitism)이라는 성곽을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미 법제화 되었어야 마땅한 의사들의 윤리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것에 의협이 앞장서서 환영은 못할망정 총파업까지 언급할 사안인가…싶지만 모든 것이 의료화되어가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감히 의사들을 건드려?!, 우리 건드리면 다같이 죽는거야!!”라는 의사들 그 중에서도 정치색깔 분명한 의협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요 며칠이었다.   

    2월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금 면허취소 당한 현황을 보면 의료인들 총 310명 중에 의사가 141명, 한의사가 84명, 간호사가 66명이에요. 한의사나 간호사협회는 조용합니다. 왜 의사협회만 반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아프면 병원 가는데 왜 국회가 의사를 핍박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사회적 지위와 더불어 경제적 지위에서도 초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윤리적 의무를 보다 강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법적으로 규정하려는 이번 입법 절차가 어떻게 결론이 날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물론 한의사들도 이 법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한, 입법의 근본 취지를 떠올려 보더라도 코로나19 대처나 백신을 들먹거리며 파업을 운운하는 의협의 저항은 단언컨대 국민들의 반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모든 것의 의료화…장수마케팅의 호구가 되어선 안돼

    지역의료와 임상역학을 전공한 후 아이치현의 벽지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진료소 소장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나고 나오키는 『적당히 건강하라』(2018년 12월24일 출간) 라는 책에서 완벽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화와 건강과 장수를 모두 획득할 수 있다는 지나친 건강욕(健康欲)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져 있는 일본사회를 꼼꼼히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비판하고 있다. 70세가 지나면 속도는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기존 질환과 노화가 진행이 되고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는데도 “건강, 건강, 장수, 장수!!!”를 외치는 건강 관련 광고와 정보의 홍수는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게 일본도 한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나오키 선생이 기술한 건전한 노년을 위한 정신승리법은 ‘모든 것의 의료화’로 요약될 수 있는 장수마케팅의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한 비결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건강을 너무 추구하면 건강해지지 못하며 의료로는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없다. 특히 약은 만능이 아니고 그 효과는 한정적이며 약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어서 약 때문에 다른 병에 걸리거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텔레비전의 의료 프로그램이나 광고를 그대로 믿지 말고 되도록 약을 줄이거나 끊는 방법까지도 강구하라. 약보다도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유효한 의약품은 어찌보면 백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 입장에서 1회 투약으로 끝나는 백신의 개발이나 보급보다 암과 싸우는 환자에게 항암제를 계속 투여하는 쪽이 훨씬 이익이 되는 것이다. 백신보다 약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제약회사가 주도해서 만들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은 점쟁이를 찾아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의사가 의료 전문가라고 해도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데이터와 경험이 있어도 의사는 눈앞의 환자를 늘 감으로 진료한다. 그러므로 환자는 의사의 말만 들으면 오히려 위험하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느껴도 환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이 환자는 컨디션이 양호하구나 라고 착각해서 불필요한 치료를 계속하게 된다. 의료에 대해서 의문이 있으면 의사에게 질문을 하고 약을 먹고 싶지 않으면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의사는 마다하지 않고 귀 기울이며 열심히 답해줄 것이다.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치료는 거부해도 좋다.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는 뾰족한 해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65세부터는 생활습관을 바꿀 필요가 없다. 유전도 체질도 나이가 들면 관계없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장수하자는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약에 건강기능식품까지 못 챙겨먹었다고 안달하지 말고 건강에 과도한 신경은 쓰지 말자. 적당히 쉬고 적당히 사는 것이 가장 후회가 적은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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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으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세브란스에 입원도 해보고 모 한방병원을 다녀온 후 양도락검사에 체질검사까지 검사결과지 수십장을 복사해 와서 길고도 긴 상담을 해 드렸던 기억이 난다. 정신과 약에 그 한방병원 처방을 복용하면서 내 진료실에 주 2∼3회 들르기를 2개월 남짓 하셨을 무렵… 불면의 밤은 스르륵 숙면의 밤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이 환자분의 챠트를 열고 다시 상담내역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근무에서의 스트레스도 없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은데 왜 다시 불면증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며 그때 내게 받았던 치료를 다시 받기를 원했다. 다른 약물 복용 여부를 물으니 예전에 들렀던 그 한방병원에서 처방을 한 번 받아서 복용했을 때 수면이 좋아져서 두 번째 처방을 이어서 복용 중인데 이번에는 전혀 차도가 없어서 처방한 의사를 만나러 갔더니 세 번째 한약을 지을 때에만 그 과장님을 만날 수 있다며 다른 새끼의사(이 환자분의 표현에 의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련의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가 나와서 명상요법과 숙면을 돕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두 번째 약처방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 이외에는 다 쓸데없는 짓 같아서 화가 났지만 소리를 지를 힘도 없어서 그냥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한방병원 나름대로의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고 대신 변명 드리고 이미 지어온 처방이시니 하루 1회라도 드시고 나도 다른 수면처방을 드릴테니 보완해서 복용하시면서 치료해 나가시자고 독려하고 2주째 뵙고 있는데 다행히 중간에 깨지 않고 5시간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의료에 대해서 의문이 있어서 의사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병원에 방문한 환자에게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혹은 한약처방을 새로 할 예정이 아니라고 담당 과장님을 알현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애써 다른 사정을 상상해 보아도 그 병원의 대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언택트 시대 도래…컨택트 기본인 한의학도 시대 변화에 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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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백신접종 관련 뉴스가 2월 말에서 3월 초의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가 마주할 전세계적인 대전환의 기류에서 사라지는 것들은 무엇이고 살아남을 것들은 무엇일까? 모든 비즈니스가 언택트로 흐르더라도 컨택트가 기본인 한의학은 지속적인 변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러한 시대적 요구에 과연 부응할 수 있을는지 걱정과 기대가 정확하게 절반씩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다. 

    93학번으로 한의대 신입생이 되자마자 가장 많이 접한 단어가 새내기, 동아리, 모꼬지였다. 생소했지만 이내 친숙해졌으며 대학생들 특유의 낭만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지난 2월15일 이런 순우리말을 만드시고 배포하신 백기완 선생님께서 영면에 드셨다. 돌아가시기 겨우 2년 전인 2019년, 한자어나 외래어가 한마디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우리말로만 써내려간 『버선발이야기』라는 책으로 각종 인터뷰에서 버선발은 ‘버선을 신은 발’이 아니라 ‘벗은 발, 맨발’이라 설명하시며 민중들의 파란만장한 서사적인 삶의 이야기를 한 폭의 장엄한 그림처럼 풀어내시던 모습이 선명하다. 

    민중의 벗이자 현장의 웅변가로 평생을 현역으로 살다가신 백기완 선생님을 떠올리면 대중이나 국민보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펄럭거리는 이유는 늘 약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권력자들을 향해 정의를 외쳐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1993년 한약분쟁의 구호 중 하나가 ‘민족의학 사수’였다. 2021년 더 많은 ‘민중’과 컨택트의 접점을 넓혀갈 수 있는 뉴노멀 한의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떤 거창한 공약보다도 궁금한 점 물으러 내 진료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바로 이 순간 내 앞에 앉아계신 초진, 재진 환자들에게 일단 ‘친절한 컨택트’ 먼저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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