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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우리동네 한의사 주치의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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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대학

[현장르포]우리동네 한의사 주치의가 떴다

광주서구한의사회, 노인형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참여
김슬기 전담한의사 외 지역 한의사들 방문 진료
주 1회 침·부항 치료 및 생활 지도로 지병 악화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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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르니까 겁나게 아프네잉~”

“겁나게 아픈 거이 그러면 숫자로는 몇이나 될까잉?”

“징혀 징혀 말로는 못혀~”

 

23일 전라남도 광주 서구 양동의 72세 홍 모씨의 집. 양동 동사무소 직원과 함께 이 곳을 방문한 기경헌 한의사는 초진 환자인 탓에 문진만 20분을 진행했다. 홍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양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자다가 깰 정도로 다리가 에리다고 했다. 수술 협착증이 온 것이다. 계속된 진단에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세세하게 보살펴주는 의료진의 관심에 홍 할머니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퍼졌다. 장시간 소요되는 진료로 구슬땀을 흘리는 의료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홍 할머니가 “선생님이 고생이고마잉~”이라고 하자, 기경헌 한의사는 “땀이야 흘려 부리면 되지만 아픈 게 고생이재”라고 답했다.


문진 뒤 침, 부항, 전동 마사지까지 진료를 마친 뒤에는 생활지도가 이어졌다. 파스를 붙일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 뒤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 환자가 평소 스스로 통증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1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시설·병원이 아닌 살던 집이나 지역에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광주 서구는 ‘노인형’ 선도사업에 선정돼 8월부터 광주서구한의사회와 연계해 주민 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광주서구한의사회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에 전담할 한의사를 한 명 배치하고, 전부 커버되지 않는 시간대에는 지역 한의사들이 번갈아가며 사업에 참여중이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기경헌 한의사(광주지부 기획이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 반차를 내, 인근 방문진료를 한다고 했다. 그는 “전에 경로당 주치의로 활동했는데 어쩌다 한번 가서 침만 일괄적으로 주루룩 놓고 오면 끝이라 큰 차도가 없어 보였지만 커뮤니티케어는 매주 방문해 환자의 예후를 살피고 1:1로 전담하다보니 해줄 게 좀 더 많다”며 “환자 1명당 6회까지만 진료를 하도록 돼 있어서 완치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요양병원으로는 가지 않도록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지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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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헌 한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은 서구 농성동의 또 다른 할머니 두 분은 6회 진료를 마치고 추가 진료에 들어갔다고 했다. 85세 이 모 할머니는 “동사무소에서 방문진료를 받겠냐고 전화를 받고 침술을 원래 좋아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며 “양동시장에서 장사하며 허리가 많이 안 좋아 재작년에 수술받은 뒤 약만 처방 받고 추가 케어나 관리가 없었는데 한의사 선생님이 직접 찾아와 침, 부항 치료를 해주시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기 한의사는 “이 분은 마약성 진통제를 하루 3알씩 복용했는데 최근 한 알로 줄였다”며 “메켄지 체조법을 알려드려 평소에 꾸준히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집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직접 방문해 지속적으로 말해주면 적어도 나쁜 습관이 개선돼 환자의 병이 악화되는 것은 예방할 수 있고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침 놀러온 옆집 80세 정 모 할머니는 “저녁에 다리에 쥐가 나 잠을 못잤는데 침 맞은 후 쥐가 안나더라”며 “지병이 낫긴 글러 서럽긴 하지만 직접 돌봐주는 선생님이 있으니 걱정이 덜 해 좋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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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함께한 동사무소 직원은 “두 할머니는 모두 할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거주하시는데 총 6회의 한의 방문진료를 마친 뒤 동사무소에 전화해서 연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고, 진행이 되지 않자 결국에는 동사무소까지 직접 찾아오는 열의를 보인 끝에 추가로 2차 진료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양동에서는 13명이 진료를 받고 있는데 한의 진료는 만족도가 높아 전부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아직 커뮤니티케어 사업 시행 초기 단계라 광주 서구는 일단 구청에 있는 만성질환자 명단을 동사무소가 받아 일일이 가정에 연락해 방문진료 의사를 묻는 식으로 환자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며 “초진일 경우에는 직접 나가 방문 상담일지를 작성하고, 거주 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기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늘 초진을 받은 홍 할머니 댁의 경우 마루가 허름해 공사가 들어갈 예정이며 허리가 아픈데 침대가 없어 공간을 감안해 지원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또 보통 다리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의 경우 자택 내 손잡이나 안전바 설치 등의 설계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광주 서구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전담으로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김슬기 한의사는 간호조무사와 함께 이날 금호동을 방문했다. 77세 정 할머니 댁에 도착하자마자 박영미 간호조무사가 강아지의 먹이를 챙겨주는 것부터 돌봄이 시작됐다. 박 간호조무사는 “정형외과에서도 근무하다 둘째 늦둥이를 낳은 뒤 경력이 단절됐는데 유연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막상 어르신들 가정을 방문해보니 돌봐드릴 것도 많고 반겨주셔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무릎이 아파 걷지를 못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정 할머니의 치료는 침, 부항, 테이핑까지 모두 45분이 소요됐다. 출산 후 진료를 쉬다 서구한의사회의 제안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슬기 한의사는 “주말에는 진료가 없고 주중에는 최대 6집, 평균 3집 정도 돌고 나면 4시 정도에 끝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통증이 심해 아예 걷지 못하던 어르신의 경우 엑스레이를 받도록 병원에 연계해 드렸는데 대퇴에 금이 가 있어 뼈가 부서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며 “당시 할아버지가 한의사가 안 왔으면 모르고 살았을 것이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더라“라고 했다. 어르신들 중에는 아픈지 오래되면 지병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 찾아가 관리를 한 덕에 병의 진전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행 초기…개선점은?

 

김 한의사는 방문진료를 하며 느낀 개선점과 관련해 △폐기물 처리 △대상자 선정 △차트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김 한의사는 “현재는 남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 가져다 버리고 있지만 나중에 사업이 안착돼 한 명의 의료인이 전담할 경우 따로 한의원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폐기물 처리를 할 곳이 없을 수 있다”며 “보건소와 연계해 처리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왕진을 하는 이유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대상자 중에 보행이 가능한 분들도 포함돼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런 분들은 도보 5분 거리 정도에 의료기관이 있으면 더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대상자 욕구 조사를 사전에 면밀하게 진행하는 등 좀 더 촘촘한 선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트 분류와 관련해서는 “차트 작성을 위해 매번 방문 시 일일히 문진을 꼼꼼히 해야 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치료가 주가 돼야 한다”며 “내과용, 외과용으로 차트를 분리하거나 침 차트와 약 차트의 구분도 필요해 보이는 등 진료 차트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현장을 참관한 심희준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문진을 통한 주관적인 서술보다 수치를 통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해 보인다”며 “처음과 끝을 비교하는 구체적인 수치가 있어야 향후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보행 관련 평가도구를 넣거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지, 넘어질 수 있는 위험군인지를 가릴 수 있는 척도 등을 기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방문진료를 총괄하고 있는 배장성 광주서구한의사회 총무이사는 “광주서구는 커뮤니티케어를 실시하는 16개 지자체중 가장 먼저 방문진료를 시작했다”며 “분회차원에서 부항을 공급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호전도에 대한 성과보다는 환자들의 질병 예방과 삶의 질 향상으로 사업의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다른 지역에서 참여할 때 물품 준비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며 “광주서구 사례를 샘플화해 중앙회에서 공유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또 “정부 방침이 요양병원 환자들이 자택으로 돌아가 케어를 받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근골격계 등 외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 외에 내과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치료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내과 쪽 질환에 필요한 한약제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한의사 치료 범위 확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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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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