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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에서 보법을 강조한 『의학심오』에서 정국팽의 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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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에서 보법을 강조한 『의학심오』에서 정국팽의 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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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경희한의대 내과학 교수


지난 15일, 오는 26일부터 국내 접종을 시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보류키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터라 해외 접종 사례와 임상시험 정보 등을 토대로 효과를 확인한 후 접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보고, 의료인이라면 고령층의 면역력 저하를 기본적으로 먼저 떠올리게 된다. 

백신이 체내에 들어와서 항체를 형성하는데, 마중물 같은 면역력 정도가 관건이라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독감 백신의 예에서도 고령자에게 항체 형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일본 의료에서는 십전대보탕 같은 보제(補劑)와 함께 투여하여야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백신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일을 시작하여야 할 봄, 가을걷이가 끝난 늦가을, 두 번 정도는 의례 보약을 복용하는 관습이 있었다. 부작용 걱정 없는 예방의학의 지혜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협회의 방향에 대하여 다른 시각에서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료 이원화 제도 하에 살고 있는 우리가 실제 일원화로 시행되는 중의학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응용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생긴다. 홍콩의 사스 때 중의약 사용 데이터나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중의약 사용의 실례, 즉 연화청온캡슐이나 청폐배독탕 같은 약물의 우리나라 국가 차원에서의 활용은 없다. 이 엄격하고 엄중한 사태인데도 이웃 국가의 전통의학 활용을 우리가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바이다. 

일선의 현장이건 지휘 본부에서든 면허증이라는 배타성이 억누르므로 그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이런 실정을 피부로 느낀다면 우리는 살짝 옆으로 돌려 생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이 원고의 핵심이다. 앞서 말한 면역력 향상을 위한 한의약의 역할이다. 소문으로 듣기로는 코로나19로 신음한 2020년, 일본 의료에서 한방제제의 상승폭이 계속 이어져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시대에 경험해 보지 않은 팬데믹 세상에 전통의학에서 배우는 지혜는 없을까, 찾아본다. 『동의보감』보다 딱 120년 뒤인 영조 9년(1732년)에 나온 정국팽의 『의학심오』에서 오늘 그대로 적용하여도 손색이 없는 소론(小論)이 있어, 강호제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나온 그의 사고방식은 현대의 의학 이론이라 하여도 전혀 뒤지지 않는 탁견이다. 

그는 전염병에 대하여 전염의 경로와 치료에 대하여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구태여 하나 더 보태 보법을 강조하면서 마무리한다. 65세 이상 임상 데이터가 없어서 백신 접종을 늦춘다는 얘기를 듣고 중경(仲景)의 치료방법에 더한 보법 이론은 시대를 초월한 혜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론은 길지 않으므로 코로나19 와중에 우리 모두 한 번은 읽고 지나더라도 좋다고 생각하여 전문을 싣는다.                   


1. 전염병에 대하여


계절 따라 찾아오는 전염병은 들어오는 데 두 가지 길, 나가는 데 세 가지 길, 치료법은 다섯 가지가 있다. 들어오는 두 가지 길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전염병은 기후변화와 사람에게 각각 원인이 있다. 예를 들면 따뜻해야 할 봄에 아직 춥다든가, 더워야 할 여름에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돈다든가, 서늘하여야 할 가을에 아직 덥다든가, 추워야 할 겨울에 오히려 따뜻하면 계절에 맞는 기후 상황이 아니다. 우주 변화에 어긋나는 기후인자는 인체의 경락을 따라 들어와 두통(頭痛), 발열(發熱), 해수(咳嗽) 등을 일으키고, 혹은 경종(頸腫), 발이(發頣), 대두온역(大頭溫疫) 같은 질환을 발생시킨다. 이 모두는 비정상적인 기후인자가 만들어내는 질환이다. 

한 사람의 병이 한 집안에 전염되고, 한 집안의 병이 한 마을에 전염되고, 한 마을의 병이 전염되어 한 도시에 가득해지면 병의 예탁(穢濁)한 사기(邪氣)가 서로 전염되어 퍼지는 것이다. 이 사기(邪氣)는 모두 입과 코를 따라 들어가는데, 증한(憎寒), 장열(壯熱), 흉격만민(胸膈滿悶)의 증상을 나타낸다. 입과 코로 누런 분비물을 쏟아낸다. 사람끼리 전염되는 것은 기(氣)의 세력 즉 면역력에 의하는 것으로, 기후 조건과는 관계가 없다. 이것이 전염병에서 들어오는 길이 두 가지라는 것이다.


2. 전염병이 나가는 데 세 가지 길이 있다. 


기후변화 인자의 전염병은 경락을 따라 들어오니 당연히 한열로 나누어 신온(辛溫), 신량(辛凉)한 약으로 병사를 흩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향소산(香蘇散), 보제소독음(普濟消毒飮) 류를 사용하여 경락을 따라 들어온 것을 다시 경락을 따라 나가도록 한다. 사람의 면역력 관계로 들어온 전염병은 코와 입을 따라 들어오므로 방향성(芳香性) 약들을 사용하여 예탁(穢濁)한 기(氣)를 풀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신출산(神朮散)과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류를 사용하여 코와 입을 따라 들어온 것을 코와 입으로 되돌아 나가도록 한다. 

경락(經絡) 또는 코와 입으로 들어온 전염성 사기(邪氣)가 장부로 전입하면 조열(潮熱), 섬어(譫語), 복만창통(腹滿脹痛)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이것은 독기(毒氣)가 장부(臟腑) 속으로 들어온 것이므로 장위(腸胃)를 소통하지 않으면 그 독을 해결할 수 없으니 당연히 사하(瀉下)시켜야 한다. 대변을 스스로 잘 보게 되면 청법(淸法)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 

사하(瀉下) 후에도 여열(餘熱)이 없어지지 않으면 역시 청법(淸法)을 사용한다. 이것은 장부의 사(邪)가 대변을 따라 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상이 전염성 병사(病邪)를 나가게 하는 길이 세 가지이다. 요약하면 신온(辛溫)·신량(辛凉)한 약, 방향성(芳香性) 약, 사하제(瀉下劑)의 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되겠다. 


3. 전염병 치료에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전염병이 나가는 세 가지 길, 즉 발산법(發散法), 해예법(解穢法), 공하법(攻下法)에 대하여 앞서 설명하였다. 여기서 공하법(攻下法)을 좀 더 세분하면 사하 후 청법(瀉下 後 淸法)을 별도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 가지 길이 네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염병 치료법은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 추가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사기(邪氣)가 모여드는 것은 정기(正氣)가 반드시 허(虛)하기 때문인데, 만전(萬全)을 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법(補法)을 써서 허점을 막아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허(氣虛)에는 보기(補氣), 혈허(血虛)에는 보혈(補血)하는데, 삼소음(蔘蘇飮), 인삼백호탕(人蔘白虎湯), 인삼발독탕(人蔘拔毒湯), 황룡탕(黃龍湯), 사순청량음(順淸凉飮) 등을 사용한다. 처방 가운데 인삼(人蔘), 당귀(當歸) 등이 있으므로 그 뜻은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네 가지 법에 보법(補法)을 더해야만 모두 이치에 맞아 들어간다. 원기를 도모함으로써 사기(邪氣)가 물러가므로 전염병 치료의 다섯 가지에 보하는 방법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다섯 가지 법을 숙지하면 다른 여러 가지 도리와 사리에도 통하게 되니, 전염병이라 하여도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서원당 출판사의 이원철 번역을 저본(底本)으로 하였다>

조기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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