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4 (목)

4차 산업혁명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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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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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배 누베베 미병연구소장

 

어느 분야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아젠다가 있다. 시대에 적응하고 시대에 맞게 호흡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항상 견지해야 하며, 이는 한의학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10여 년 전에는 ‘근거 중심의 한의학’이 중요한 아젠다였다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아젠다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컴퓨터 분야의 발달과 네트워크의 확산은 4차 산업혁명의 가치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고도화되고 지능화된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사회 전반에 거쳐 크나큰 변혁이 일어난다. 4차 산업혁명도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그에 따라 사회, 경제 체계도 변해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우리 삶의 근본적 변화 예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타날 것이고, 이제는 사라진 직업인 인력거꾼, 버스안내양처럼 기술력이나 효용성 면에서 경쟁력이 없는 직업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력에 의존한 산업은 도태되었고, 2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가내 수공업 형태가 무력해졌다. 언제나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를 안겨주었던 산업혁명은 지금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점에서 한의계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 한의계가 지켜야 할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한의계가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영역은 어디인가? 다양한 질문과 고뇌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학자에 따라 약간씩 그 개념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데이터(빅데이터)와 네트워크(사물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지능화)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가치가 실현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데이터 혁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데이터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고, 그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통해 산업현장의 기초 자원이 된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보완적일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네트워크가 구현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고, 데이터 없는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 

데이터는 문자, 영상, 음성 등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여러 유형의 자료를 의미한다. 이제는 저비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빅데이터 수집과 데이터 집중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다양한 데이터 융합으로 형성된 빅데이터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 분석하여 이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데이터 사이언스와 관련된 새로운 산업 탄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네트워크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여 실시간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의미한다. 지금은 센서의 발달과 모바일 인터넷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정보 교류가 활발하고 소통이 원활해지는 네트워크 환경이 조성되었다. 앞으로는 사물과 인간이 지금보다 더 조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등장할 것이며 아울러 비대면 원격진료가 일상화되어 진료행태의 변화 또한 예상된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사고, 학습, 자기 개발 등 인간 특유의 지능적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지능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진단영역뿐만 아니라 치료 분야까지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효율성과 편리성이 인공지능을 통해 극대화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의계, 4차 산업혁명 대비 보완될 부분 많아

올해부터 5개년간 시행될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돌봄 △접근성 개선 △빅데이터 활용 △세계화 등 네 가지 중점 추진 방향을 정하고 한의약 산업과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비전을 위해 정부 정책 추진 방향, 4차 산업혁명의 현황 등에 맞춰 문제점을 파악하고 선제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의계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영역에서 미리 준비하고 보완해야 할 분야가 많다. 특히 데이터 영역은 한의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데이터가 대부분 정성적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등에서는 대부분 정량적 데이터 사용이 유리하다. 데이터 사이언스 현장에서는 대부분 정량적 데이터로 작업이 이뤄지는데, 유독 한의계만 정성적 데이터를 고집한다면 시대 정신과 어울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고비용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다양한 신호들의 한의학적 수용방법에 대한 기초 연구가 취약하다. 현재 네트워크 상에서는 대부분 문자, 영상, 소리 등 다양한 신호들이 사용되는데, 이 신호를 한의계에서 어떻게 접목할 것이며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와 상호 관련성 및 그 의미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에도 최근 생기능의학 분야에서 약간의 연구가 있을 뿐 내용면에서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다. 


한의계의 대비…교육과정 개편부터 이뤄져야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은 상호 보완적일 때 그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 정성적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각종 신호의 한의학적 의의에 대한 임상연구 등이 열악하다는 문제는 한의계의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서 크나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화된 사회’가 예상된다. 따라서 한의학 분야도 4차 산업혁명에 원활히 편승하기 위해서는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몇 년 전에 빅데이터 체계를 완성하고 초연결 네트워크 환경 구축과 지능화 기술(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이른바 ‘D-N-A’ 규제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의계 환경을 살펴보면, 한의학 고유의 핵심가치를 유지 발전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지능화 분야가 한의계와 융합을 시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각각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려는 한의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의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타 분야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노력이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은 한의계가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사전에 노력해야 한다. 지능화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위해 체계적인 선행 연구, 정량적이고 디지털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모색, 표준화된 고품질 임상 데이터를 위해 데이터 품질관리 방안 등도 당연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사전 노력 중에서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육과정의 개편이다.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분야가 한의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앞으로 한의계를 이끌어갈 학부생들의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

박영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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