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6 (화)

“첩약 시범사업 통해 새로운 환자군을 경험하고 있어요”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첩약 시범사업 통해 새로운 환자군을 경험하고 있어요”

첫 처방시 2시간 소요되는 등 어려움…3번째 처방부터는 30분 내로 완료
환자들의 만족도 높아…다른 질환에는 왜 적용 안되느냐는 불만도 제기
하루라도 빠른 제도 개선 통해 시범사업의 안정적·성공적 정착 ‘바람’
정동기 원장(대구 정담한의원)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20일부터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유례가 없는 전국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선 한의사 회원들은 전산작업 등 행정적 절차의 어려움, 원산지·약재비 공개, 낮은 수가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범사업에 참여, 현재까지 꾸준히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정동기 정담한의원장으로부터 실제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어려움, 향후 개선방안, 첩약 건강보험이 갖는 의미 등을 들어봤다.  

 

정동기.jpg


Q. 현재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몇 명의 환자를 봤는지?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첩약 시범사업을 통해 총 16건 정도의 첩약을 처방했다. 대상질환 중 65세 이상 뇌혈관 환자는 한명도 없었고, 벨마비 환자에게 4건(재진 포함) 처방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월경통 환자였다.”


Q. 회원들이 시범사업 절차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처방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대부분의 시범사업 참여 한의사들이 느꼈던 어려운 점들을 나 역시 경험했다. 처음 처방할 때는 약재 입력과 동의서, 표준진단체크리스크, 조제내역서 작성까지 2시간 이상 걸린 듯하다. 정말 쉽지 않았고 절차적인 문제를 이렇게 어렵게 한 것에 대한 원망도 들었다. 그러나 2번째 처방부터는 대략적인 진료 흐름을 파악한 탓인지 1시간으로 소요시간이 절반 가량 줄었으며, 3번째 처방부터는 익숙해져 진료부터 처방까지 30분 가량에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신 회원들은 더욱 힘들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 대책도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Q. 환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제가 처방한 첩약 건강보험 환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만족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본인부담금이 저렴한 것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높았다.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들도 일단 부담감이 줄어들어 상당히 만족해 했다. 또한 다른 질환에는 왜 적용이 안되느냐며 아쉬워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특히 우리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층은 젊은층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부모님들에게 홍보를 하면서 자녀들이 월경통을 치료하기 위해 내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의약을 잘 접하지 못한 젊은층이 한의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밖에 한의사 회원들이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원산지 공개와 관련해서는 국산과 수입 비율이 5:5 정도 되는데, 아직까지는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는 없었다. 또한 기존 비급여 첩약과의 비용차가 큰 것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는 없었다.”


Q. 이번 첩약 시범사업이 한의원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

“아직까지는 처방건수가 적다보니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향후 새로운 환자군들이 한의원을 방문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근골격계 환자가 주였고 월경통 환자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환자들과 월경통에 관한 자세한 문진을 진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잠재 환자군이 많았다. 

 

특히 내원환자의 자녀들이 월경통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세한 설명을 하고나서 자녀분들이 내원해 침 치료와 한약을 복용하는 건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분들 중에는 한의원 내원이 생애 처음인 분들도 꽤 있었다. 아마 첩약 건보 시범사업이 없었다면 한의원에 방문하지 않았을 환자였을 것이다.”


Q. 최근 첩약 시범사업 관련 회원투표 결과 대다수의 회원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첩약 시범사업인 만큼 앞으로 이 사업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혹은 많은 회원들의 우려처럼 불안요소가 될지를 현재 상황에서 속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많은 회원들이 이미 느끼고 있는 제도상의 불편감이나 불만족스러운 수가에 대한 개선은 빠른 시간 내에 이뤄져야만 시범사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회원들의 우려와 불만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협회의 존재의의가 아니겠는가? 최근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회원들도 많겠지만 이제 겨우 시작한 시범사업이니 만큼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했으면 한다.”


Q. 첩약 시범사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3가지 대상질환으로만 한정돼 있다. 이 중 뇌혈관질환 후유증이나 안면신경마비의 경우에는 건수도 적고 향후 확장성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 월경통은 잠재적인 환자가 많을 뿐더러 양방에서도 진통제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한의치료가 분명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월경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경우, 한의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층 가운데 젊은층에 속해 그 치료효과 또한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의치료의 우수성을 알려나가는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월경통에 대한 집중적인 홍보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첩약 건보 시범사업은 단점과 장점이 명확히 존재하는 사업이다. 단점이 더 부각될 수도, 장점이 더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범사업을 시작한지 2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향후 제도 개선이나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단점이 더욱 드러날 수도 있고,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년간 우리 내부의 어려운 논의와 결정, 그리고 외부의 방해해도 불구하고 어렵게 시작된 사업이니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제도가 개선돼 더욱 많은 장점이 부각되길 바란다. 

 

첩약 건보사업이 현재의 한의사뿐 아니라 미래의 한의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로 잘 정착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강환웅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