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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심오’ 속에 나타난 의료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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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심오’ 속에 나타난 의료윤리

한의치료의 성패는 환자·보호자·투약 등 복합적 요소에 따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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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준 상 교수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현재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유준상 상지대 한의대 교수로부터 중국 종합의서<의학심오(醫學心悟)>에 나오는 의료윤리의 원칙을 들어봤다. 유 교수는 2017년 국내에 간행된 <의학심오(醫學心悟)>에 역자로 참여했다.


2020년 1학기에 국시원에서 개최된 의료윤리 교육을 받고, 실제로 실습도 해 보는 기회가 있었다. 그저 개인적인 관심으로 ‘의료윤리학(계축문화사)’를 읽고 있었던 차에, 한의사국가고시 시험위원회 위원이기도 하여서 참여하게 되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고 실습을 해 보면서 교과서 속에 있는 내용이 아닌 실제적으로 1차 의료기관인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생길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토의를 해 보았다. 예상 문제를 만들어서 다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시험문제도 같이 보면서 어떻게 다듬으면 좋을지도 알게 되었다. 가령 의료윤리의 원칙이라든지, 교과서 내용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면 좋을지를 묻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임상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본 사람이 강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나, 아마 현실은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서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 관련 학회나 연구자, 교수들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한의학의 많은 고전에 의학윤리에 관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경, 의학입문, 동의보감, 천금방 등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곱씹어보면서 깨우쳐야 할 윤리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서 한의사로서 요구하는 윤리상은 시대에 맞게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이라도 현대적으로 해석이 되어야 하고, 현시점에서 어떻게 적용해서 헤쳐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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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3년 전 ‘의학심오(醫學心悟, 집문당)’을 번역 출간하면서 권일(卷一)에 나오는 ‘의중백오가(醫中百誤歌)’가 눈에 띄었다. 의료행위를 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의 잘못을 적은 글인데, 현재에도 우리 한의사들이 관심을 가질 분야를 잘 적어 놓았다고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먼저 의사의 잘못 21가지를 기록하고 있다. 

△변증을 잘 할 것 △맥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는 것 △계절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것 △경락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것 △약을 적중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강한 약물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 것 △약의 용량을 헤아리지 않는 것 △ 약을 과하게 많이 사용하는 것 △표본(標本)을 놓치는 것 △치료의 근본으로서 장수(壯水)나 익화(益火)의 근원을 살피지 않는 것 △음양을 잘 모르는 것 △한열을 잘 모르는 것 △허실을 잘 모르는 것 △약을 고식적으로 사용하는 것 △약을 가벼이 쓰는 것 △기미(징조)를 잘 모르는 것 △정해진 견해가 드문 것(주관이 없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의사 △칼 모양으로 생긴 침(도침)을 사용해야 할 적절한 때를 알기  △어리석고 유치한 사람들을 박대하는 것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 △동료의사들이 하는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의사의 잘못으로 들고 있는 내용들 중에서 상당부분은 의사들이 환자를 보면서 실력을 키워서 환자를 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한의원이나 진료기관에서 진료가 안 되는 경우에는 상급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환자를 모두 동일하게 여겨야지 부자인 사람, 가난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으로 구별해서 진료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내용도 인상 깊다. 

마지막 항목은 동료의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동업의식을 가지고 처신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잘못된 동료의사의 잘못을 무분별하게 감싸 주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치료관점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의료윤리에 어긋난 비도덕적인 동료의사까지 감싸면서 환자에게 피해를 주라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한편 환자의 잘못으로는 12가지를 들고 있다. 


△병이 났는데 일찍 치료할 시기를 놓치는 것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는 것 △성격이 조급한 것 △병세를 관찰하지 않는 것 △약을 복용하는 데 필요한 이치를 지키지 않는 것 △자주 화내는 것 △근심과 생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 △말을 많이 하기 좋아하는 것 △바람과 찬 기운에 노출되는 것 △입을 경계하지 않는 것(음식 주의를 하지 않는 것) △몸을 조심하지 않는 것(성생활) △호흡이 끊어지는 환자를 구하는 경우 입만 막고 코는 열어둔다(과호흡과 같은 상황으로 이해됨).

다음은 보호자의 잘못을 2가지를 들고 있다. 보호자가 환자 대신 놀라고 당황해하는 것, 그리고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것.

투약 중의 잘못으로는 4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약이 진짜가 아닌 것을 사용하는 것 △포제(법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하품의 인삼을 사용하는 것(값비싼 약재를 사용할 경우 진품인지 가품인지, 상품인지 하품인지를 구별해 사용하라는 의미로 이해됨) △저울질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싼 약은 많이 쓰고 비싼 약은 적게 사용하는 것)

다음은 약을 달이는 경우의 잘못을 2가지 들었다. 물이 깨끗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물을 자꾸 첨가하는 것(약의 화력을 잘 조절해서 농도를 적절하게 맞추는 것으로 이해됨). 

이렇게 환자, 보호자, 투약, 달이는 경우 등으로 구별해 주의해야 할 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환자에게는 이러한 내용을 알리면 아마도 치료효과가 더 상승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의치료의 성공은 의사 한사람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환자, 보호자, 투약, 약을 달이는 정성까지 모든 것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의료윤리에 대해서 한의대를 다니는 학생들이 처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서로 얘기해 보고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수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유준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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