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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의 성정(性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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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의 성정(性情)

“중병과 만성병으로 갈수록 사상의학의 성정 조절은 강조돼야”
성정 조절…침구, 약물 등 한의치료가 제대로 힘 발휘하는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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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교수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사상체질의학교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에서 한의사 대상의 동영상 강의를 만들면서, 사상체질의학회에서는 ‘사상체질진단’과 ‘유병률을 고려한 사상체질임상’ 등의 2개 강좌를 만들게 됐다. ‘사상체질진단’은 촬영을 마무리해 곧 탑재되어 일선 한의사들의 수강이 가능할 것이며, ‘유병률을 고려한 사상체질임상’도 곧 촬영을 시작해 조만간 수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상체질진단’에서는 동무 이제마 선생이 강조한 ‘체형기상’, ‘용모사기’, ‘성질재간’, ‘병증약리’의 네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현대의 객관적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했으며, 후반부에 설문지 사용에 대해서도 추가했다. 

‘유병률을 고려한 사상체질임상’에서는 사상체질과 관련하여 유병률이 높게 차이가 나는 대표질환들을 선별해 체질별 유병률 차이와 사상체질전문의 편람 및 임상진료지침 등을 바탕으로 일차의료에서 사용 가능한 처방을 제시했다. 

사상의학 강좌를 준비하면서 아직까지 많은 사상의학 관련 용어 정의가 확실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 가능하면 한의신문 기고를 통해 사상의학의 주요 개념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적으로 사상의학은 성정의학이라고 할 정도로, 성정에 대한 용어가 많이 나온다. 사실 성(性)과 정(情)의 개념은 이제마 선생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면서, 기존 유학에서 사용해오던 개념을 확장하여 변용하고 있다. 

성기(性氣)·정기(情氣)라는 표현이 있고, 애로희락(哀怒喜樂)이 각각 애성·노성·희성·락성으로 쓰이는가 하면, 애정·노정·희정·락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애기·노기·희기·락기로 표현되기도 하며, 애심·노심·희심·락심으로 표현되니 개념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표현을 이용해서 2020년 현재 한의임상에서 과연 환자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어찌보면 증치의학에서 ‘음양오행’을 일반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듯이, 사상의학에서는 ‘애노희락의 성정’과 ‘성정기’를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음양오행은 그래도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지금은 그냥 음양, 목화토금수로 설명을 하면 되겠지만, 애노희락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민이 될 것이다. 

 

이제마 선생은 우선적으로 애노희락은 감정(感情)과는 전연 별개의 것인 형이상학적인 개념인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필자의 생각은 1차적으로는 감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며, 2차적으로는 좀 더 상위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존 한의학에서는 노(怒)희(喜)사(思)우(憂)비(悲)공(恐)경(驚)의 7가지 감정을 말하기도 하고, 오행을 따라 노(怒)희(喜)사(思)비(悲)공(恐)을 언급하기도 한다. 사상의학에서는 애로희락(哀怒喜樂)의 네가지 감정을 말한다. 그리고 애와 노의 감정은 양적인 감정, 희와 락은 음적인 감정으로 본다. 

그러다 보니 양(陽)이 발달한 태양인, 소양인은 애와 노를 조심하라고 하여 애로지심(哀怒之心)을 조심하라고 하였으며, 음(陰)이 발달한 태음인, 소음인은 희와 락의 감정을 조심하라고 하여 희락지심(喜樂之心)을 조심하라고 하였다. 

 

이제마 선생이 친히 최린에게 써 주셨다고 하는 처방전에도 ‘희락지심’을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주의할 음식들이 적혀 있다. 따라서 애로희락의 1차적 의미는 당연히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애로희락은 전통적인 유학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정(情)이다. 어찌보면 단순하게 보면 심(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심, 노심, 희심, 락심이라고. 

또 이제마 선생도 당연히 애로희락이 정이란 것은 알지만 정 중에서 선천적/후천적, 혹은 생리적/병리적 관점에서 애로희락을 분별해서 보고 싶었던 것인지 구별의 용어를 선택했다. 하지만 정1, 정2 이런 용어를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성(性)과 정(情)을 붙이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와 같이 다소 복잡하게 보이는 애성, 애정, 노성, 노정, 희성, 희정, 락성, 락정과 같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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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이라고 한 부분, 혹은 생리적이라고 했던 부분은 인간이 사상체질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할 때 태양인이 애성노정, 소양인이 노성애정, 태음인이 희성락정, 소음인이 락성희정의 성정을 통해서 장부대소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왜 애와 노가 짝이 되고, 애는 희나 락과는 짝이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이제마 선생이 애-노, 희-락이 서로 상성상자(相成相資)한다고 하여서, 양적인 기운과 양적인 기운이 서로 짝을 짓고, 음적인 기운이 음적인 기운과 서로 짝을 짓는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성이 극하게 되면 정이 동한다고 보았다. 가령 애성이 극하면 노정이 동하고, 노성이 극하면 애정이 동한다. 희성이 극하면 락정이 동하고, 락성이 극하면 희정이 동한다. 

확충론에서 애성은 듣는 것이다. 노성은 보는 것이다. 희성은 냄새맡는 것이다. 락성은 맛보는 것이라 하고, 애정은 슬픔감정이다(단순히 슬픈 비(悲)와는 다른 개념이다). 노정은 화내는 감정이다. 희정은 기쁜 감정이다. 락정은 즐거운 감정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그러면 애성은 감정과는 별개인 그냥 듣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애성은 뭇사람들이 서로 속이는 것을 태양인의 귀가 듣고서 느끼게 되는 감정으로서, 이것은 작위적이 아닌 즉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되며, 정(情)처럼 강하게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마 선생은 애성은 청야(聽也)라고 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노정은 다르다. 노정은 인사를 행하는 태양인의 비(脾)가 행할 때, 뭇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나를 업신여기게 되어서 생기는 감정으로서 이것은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한 것이어서 자동적으로 감정의 반응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이에 대해서 이제마 선생은 노정은 노(怒)라고 하였다. 이런 경우, 애성, 노성, 희성, 락성은 이목비구를 사용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듣고, 보고, 냄새 맡고, 맛보는 과정에서 생기게 되므로 근간은 이목비구의 사용에 의지하게 된다. 이목비구는 사상의학에서 표리의 개념에서 표(表)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애성, 노성, 희성, 락성의 지나친 사용은 표기(表氣)를 손상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이제마 선생은 태양인 편에서 언급하였다. 

 

애정, 노정, 희정, 락정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폐비간신을 통해서 인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업신여기고, 속이고, 보호하고, 돕는 과정 중에서 생기는 감정이다. 따라서 애정, 노정, 희정, 락정의 근간은 다름아닌 폐비간신에 의지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제마 선생은 애정, 노정, 희정, 락정의 정기(情氣)는 폐비간신과 같은 속의 기운 즉 리기(裏氣)를 손상한다고 하였다. 

당연히 애정, 노정, 희정, 락정의 손상은 애성, 노성, 희성, 락성의 손상보다 깊고, 병증의 발생에서 각각 자신의 취약한 부분에게 치명타를 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소음인의 소음병(심번조), 소양인의 소갈병, 태음인의 조열증은 대표적인 폐비간신의 본원(本元)이 손상되면서 일으키는 병이 된다. 

이러한 가운데, 성(性)으로 인한 인체의 반응은 그리 세지 않고 선천적, 생리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정(情)으로 인한 인체의 반응은 매우 세고 후천적, 병리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의 폭발적, 낭발적 손상은 한번 움직이게 되면 마치 칼로 내장을 자르는 듯 10년 동안 회복하려 노력해도 힘들다고 표현하였다. 

 

현대의 일선 일차 진료를 맡고 있는 한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성정의 조절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중병으로 갈수록, 만성병으로 갈수록 이러한 성정의 조절은 강조되어야 한다. 암, 중풍, 대사증후군과 같은 만성적이고 중한 병일수록 성정의 조절을 안내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가령 태양인에게 분노의 마음, 소양인에게 비애의 마음(비애의 마음이란 다소 원통해 하는 마음도 포함된다), 태음인에게 치락의 마음(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고 모든 게 다 좋다는 마음도 포함된다), 소음인에게 희호부정(喜好不定)의 불안정한 마음(하고자 하는 마음이 결정되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모두 하고 싶은 마음도 포함된다)을 조절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침구치료, 약물치료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유준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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