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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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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23

불심(佛心)으로 깨우치는 치병법

안상우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삼국시대 불교가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불교를 신봉했기에 모든 종교와 사상뿐만 아니라 학술과 문화예술 또한 깊은 영향 아래에 놓여 있었으며, 의료 또한 불교의학적인 색채도 띠었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천년 세월 민중의 의식을 지배했던 불교신앙과 승의들의 활약이 어우러져 사회저변에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불교의 영향 아래 놓여있었다.

예컨대 삼국시대 의학의 시원을 보여주는  『백제신집방』이나  『고려노사방』은 불교의학에서 나온 것이며, 절집에서 행해진 향약치험이나 조선시대 사암이 창안한 사암침법도 불교의학의 일단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아울러 수많은 한증승(汗蒸僧)이 노역을 감수해야했던 한증욕 또한 불교에서 전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구촌 곳곳을 휩쓸고 있는 역병의 대유행으로 인해 인파가 밀집하는 행사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불교계에서도 올 부처님오신날 행사마저 한 달여 미루었지만 여전히 성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일들이 장애를 빚고 있지만 글로나마 질고의 굴레를 벗어나 중생을 구제할 불교의학의 지혜를 찾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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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경』, 삼국시대 의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

불교에서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다라니(陀羅尼)란 부처의 가르침을 함축한 원어 법문을 번역하지 않고 발음만 옮겨 적은 주문으로 밀교 계통에서는 진리를 성취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신비하고 비밀스런 힘을 가진 것으로 믿어왔다. 

특히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진언과 다라니를 활용하는 불의경(佛醫經)으로 『약사경(藥師經)』, 『불정심관세음보살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菩薩陀羅尼經)』, 『주치경(呪齒經)』, 『주목경(呪目經)』 등이 전한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불경은 『약사경』으로서 잔존사료가 희소한 삼국시대 의학사 연구에 빠트릴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이와 아울러 약사신앙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화양태로 약사전, 약사도량, 약사불화, 약사여래좌상 등에 대한 논구(論究)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한편 『불정심관세음보살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菩薩陀羅尼經)』(이하 불정심다라니경으로 약칭)은 고려전기에 국내 유입된 이래 조선 말엽에 이르기까지 『천수경(千手經)』, 『장수경(長壽經)』 등과 더불어 가장 많이 간행된 밀교문헌 가운데 하나로서 왕실과 사찰, 민간의 영역을 막론하고 널리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불경은 주로 치료공덕과 치료법, 치병례를 서술한 경전으로서 불의경의 일반적인 치병법인 사경(寫經)과 염송 외에도 치병다라니와 불부(佛符)를 주사(朱砂)로 필사하여 향수(香水)로 복용하는 등 독특한 방법을 쓴다. 

『불정심다라니경』, 질병치료 목적으로 만든 불경

우리는 『불정심다라니경』에 담겨진 치병법과 당대 의학을 대표하는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에 수록된 주요 치료법과의 비교를 통해 불교의학의 특색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경전 제목에 들어가 있는 ‘불정(佛頂)’이라는 말은 부처의 정수리에 도톰하게 솟아있는 육계(肉髻)로서 불지(佛智) 즉, 부처님의 지혜를 인격화하여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을 말한다. 밀교에서는 이를 숭상하여 불정신앙으로 체계화하였으며, 이는 멸죄·연명·액난 제거 등 현세구복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중앙아시아나 동아시아 권역으로 널리 전파되었다. 

 『불정심다라니경』 역시 당대에 유행한 불정신앙의 영향으로 성립하였으며, ‘질병치료와 기복신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불경이다. 결과적으로 본 경전은 질병으로부터의 구제라는 현세이익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위경(僞經)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시 민중들이 불교신앙에 기대하던 의학적 효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특히 동아시아권역에서 불교 및 의료 문화를 공유해 온 한반도에서 불교의학과 그 문화적인 양태도 이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이 경전에서 주된 치료 도구의 하나로 등장하는 비자인(秘字印) 속의 시(尸)자 형상은 고대 중국에서 널리 활용된 도교 부적들의 고유한 특성이다. 

 도교에서는 사람의 몸속에 살며 질병을 일으키는 벌레인 삼시충(三尸蟲) 사상의 영향으로 부적에 ‘尸’자와 ‘虫’자 형상이 다용되며, 부적을 씹어 삼키면 삼시충을 제거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삼시부법(去三尸符法)이 존재한다(이원구, 「한국 부적신앙의 일고찰」, 1991). 삼시충 사상은 고려시대에도 민속 깊숙이 자리 잡았는데 삼시충이 수명을 단축시키지 못하도록 경신일(庚申日)이 닥칠 때마다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수경신(守庚申)이라는 도교풍속이 있었다(김철웅. 「고려시대의 도교 세시풍속」, 2018). 

즉 불교 경전에 도교에서 주로 사용하던 부적이 차용됐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비자인(秘字印)’을 활용한 치료법을 과연 불교의학으로 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사실 중국 고대로부터 부적을 차용한 불경류가 이외에도 다양하며, 그중 오래된 것은 5~6세기 무렵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부적류에 대한 정체성에 관해서는 그간 논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문화사적 측면에서 ‘이 부적들이 불교적인지 도교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다. 불교적이면서 동시에 도교적이고, 또한 더 많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정리한 견해가 있는 반면 일부에선 ‘불교경전에 차용된 도교부적은 순수하게 종교적 정체성의 측면에서 고찰하기보다는 고대 중국인이 신(神)적인 존재와 소통했던 당시의 보편적인 비언어적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한국의 밀교 의식에서 사용되어온 부적에 관한 연구(강대현)에서는 ‘불교의 부적은 도교 내지 민간신앙의 부적을 흡수한 것이다. 하지만 부적은 고대 한국으로부터 현재까지 어떤 한 종교만의 양상일 수 없다. 또 부적을 통한 행위는 특정 종교행위가 아니라 각박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중생들의 안위가 주된 목적이다’라면서 역사문화적인 입장에서 민중들의 습속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였다.


觀世音應驗記, 관음신앙통한 치병사례 중점 서술

불가에서 부적을 쓰는 치유행위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이후 현지 적응 과정에서 도교 내지 민간신앙의 의례를 차용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종교적 범주를 넘어 당대 민중들의 보편적 질병 인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불정심다라니경』의 부적과 다라니를 활용한 치료법이 한반도에 유입되어 널리 유행할 수 있었던 까닭도 당시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민간신앙과 도교신앙에 따른 질병인식이 자리 잡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부적을 사용한다는 유사점 덕분에 오히려 별다른 이질감 없이 민중들의 삶 속에 쉽게 파고들었을 수도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이 경전에서 도교의 부주법을 빌려 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치료방편의 일부에 불과하며, 이밖에도 사경과 다라니 암송을 주요 치료 도구로 삼고 있다. 또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에 관세음보살의 신통력으로 고질병이 치유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관음신앙을 통한 치병사례를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불교의약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중세 불교의학을 면면을 살펴보기 위한 좋은 연구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

삼시구충(三尸九蟲)에 대해서는 『동의보감』 충문에도 등장하기에 익히 잘 아는 내용이고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는 습속은 철야기도를 한다든가 병난 있을 때를 대비해, 젊은 사람에게 야간에도 잠에 취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는가 싶다.



*이 글은 한국의사학회지에 발표된 ‘『佛頂心陀羅尼經』의 치병법을 통해 살펴본 한국 불교의학의 일면’(2019)의 요지를 간추린 것이다.

안상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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