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목)
한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왈우 강우규(曰愚 姜宇奎, 1855~1920)선생 의거 100주년을 맞아 역사적 위상과 성격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사단법인 강우규의사기념사업회 주최로 지난달 29일 이북5도청에서 진행된 ‘강우규 의사 의거 100주년 학술회의: 강우규 의거의 역사적 위상과 성격’에서 장원호 강우규의사기념사업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강우규 선생 의거 백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며 “의사의 순국과 독립정신, 애족정신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문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강우규 의사께서는 한의사로서 일제 강점기에 억압과 고통에 신음하는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헌신하셨다”며 “아울러 교육자로서 우리의 얼과 정기를 계승하고자광동학교를 설립하고 애국계몽운동을 펼쳐 후학을 양성하였을 뿐 아니라 1919년 9월 2일, 65세의 나이에 신임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처단하고자 폭탄을 던지고 99년 전 오늘 순국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대한민국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강우규 의사와 같은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노력 덕분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왈우 강우규 의사의 후학인 대한한의사협회 2만 5000명의 한의사들 또한 선생이 몸소 보여주신 애국애족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고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은 물론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더욱 헌신해 나갈 것임을 이 자리를 빌려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명우 평안남도 도지사는 “강 의사 의거는 무기력한 청년들에게 독립운동의 정신을 일깨워주고 무장 투쟁의 시초가 됐다”며 “의술을 통한 제민활동과 후진 양성에 평생을 바치신 선생의 탁월한 정신이 재조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박환 수원대 교수는 ‘강우규 의거의 역사적 성격’과 관련해 강 의사의 투쟁 정신이 ‘동양평화론’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동양평화론 하면 안중근 선생을 생각하는데 강우규 선생이 가장 존경한 인물이 안중근이었다”며 “단순히 활동가 이전에 동양평화라는 사상을 해치는 인물이 사이토이기 때문에 저격할 수밖에 없다는 확실한 사상적 토대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옛날에는 한의업이 독립운동가들의 주요 직업이었다”며 “병의원은 누가 들락거려도 크게 의심을 안 받기 때문에 한의사를 하면서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한약방이 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강우규 평전’의 저자인 은예린 씨는 “우리나라의 4·19 운동이 십대들이 이룬 혁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강 선생 의거는 아주 고령으로 전세계에서 최초일 것”이라며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실존인물 중 토사곽란을 치료한 한의사 강우규 선생이 나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강우규 선생 의거는 3·1운동 이후 최초의 의거지만 많이 안 알려진 느낌”이라며 “윤봉길 선생만큼 대중적이진 않았다. 당시 60대 고령의 나이였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덜 알려진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환 교수는 “강우규 선생은 평남 출생으로 북한 지역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자료가 거의 없어서 민족의식 형성의 계기나 고향 등에 대해 알 수 없다”며 “또 주요 활동 지역도 러시아였는데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국가 수교를 한지 30년이 채 안 된 상황이라 러시아 문서에 대한 해독 능력도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주된 활동지역이 러시아다보니 답사나 자료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강우규 연구는 동아일보와 매일신보, 일본 신문 자료 기록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측 자료만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러시아 자료 발굴이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김형목 독립기념관 책임 연구원은 ‘강우규 의거에 대한 오사카아사히 신문을 중심으로 일본 언론의 반응’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아사히신문은 대부분 해당 사건을 부정적으로 다루고 사이토의 의연함을 부각시켰다”며 “우리는 이런 자료를 조심히 보고 강 의사의 활동이 묻히지 않도록, 강 의사의 활동이 일본 관리들에 경악할 만한 사건이란 것을 반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거 백주년을 맞아 좀 더 튼튼한 연구를 하기 위한 빅데이터 작업이 이뤄진다면 강 의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 연구도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나아가 강 의사의 삶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남북 통일의 기초 자료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